부평역사박물관의 특별전 <인천의 향교展>을 관람하고 있던 필자의 눈앞에서 4~5세 정도의 유아원생과 인솔교사가 나누었던 이야기의 일부를 옮겨 것이다. 대화 내용만 떼어놓고 보면 특이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필자는 이 같은 대화를 들으면서 이 자리를 지켜야 하나, 떠나야 하나 순간 갈등하였다. 인솔교사가 전달하는 내용에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바로 시정해 주기 위해서 자리를 지켜야겠다는 생각과 어쨌거나 선생님은 너무나도 자신있게 설명하고 있는데 아이들 앞에서 사실과 다르다고 이야기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물어보았던 책은 사실 책이 아니라 청금록(靑衿錄)이었다. 청금록은 향교에 있던 유생들의 명단을 적어놓은 것이 아닌가? 그것을 옛날 사람이 보는 책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한글도 아닌 한자로 쓰여져 있고, 하나로 묶여 있으니 책이라고 우긴다면 무어라 할까? 두 달여에 걸쳐 진행된 이번 전시는 인천의 향교에 대한 대략적인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향교는 지방관학 기관으로서 지방자제의 교육과 선현(先賢)의 봉사(奉祀)라는 이중적 기능을 가지고 있던 곳이다. 이러한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전달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이번 전시는 향교의 기원과 기능, 각 향교의 특징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주제가 있는 박물관으로서 <인천의 향교 展>을 특별전으로 마련한 부평역사박물관의 기획 의도에 박수를 보낸다. 이번 전시는 향교에 배향(配享)된 중국과 우리나라의 선현들, 향교에서 행하는 교육의 내용 등을 포괄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전통시대에는 별개의 행정구역이었지만 현재는 ‘인천’이라는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묶여있는 인천, 부평, 강화, 교동의 향교를 한 자리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 이를 통해 각각의 향교가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았던 부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애써 마련한 특별전인데, 전시의 많은 부분이 사진들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물론, 자료의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차선의 방법을 택해서라도 기획 의도를 살리고자 한 뜻은 이해되지만, 실물 없는 특별전은 의미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전시된 자료들에 대한 친절한 해설도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 언급한 어린 아이와 교사의 대화는 일정 부분 박물관의 불친절에 책임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꼭 글로 된 설명이 아니더라도, 자원봉사자 등을 통해 전시내용을 알려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리라 본다. 아울러 소장처를 정확하게 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전시의 자료 중 일부는 강화향교의 도움으로 공개되고 있는데, 그 소장처가 다르게 표기된 자료가 있어 오해가 생기지나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개관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여러모로 운영이 쉽지 않은 부평역사박물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시민들이 ‘그 박물관에 가고 싶다’ 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하는 박물관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이번 전시회에서 내걸었던 ‘살아있는 역사공간’이라는 말이 구호에만 머무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역사는 과거의 사실을 들추어내는데 만 의미를 두지 않는다. 과거, 무수히 많은 시간 속의 것들을 다 들추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역사는 과거의 것을 들추어내서 그것이 현재와 어떻게 연결이 되고, 또 미래와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를 고민하는 데 의미가 있다. 과거의 것들을 전시하는 데는 단순히 오래된 것을 들추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연결에 대한 고민을 녹여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