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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의 <상생의 비나리>
통권 : 49 / 년월 : 2015년 1,2월 / 조회수 : 1897
공연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상생의 비나리>(2014년 11월 8일,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싸리재홀)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의 인천아라리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은 <상생의 비나리>이다. 전반적으로 예술적 수준이 높았으며, 단체의 특징과 색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았던 공연이다. 인천의 지역적인 특징은 참으로 많은 이야기 거리를 갖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을 문학과 미술, 공연문화로 만들어 내기에 적당한 것 같아서 좋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의 일련의 공연들은 의미와 재미, 그리고 인천의 지역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인천에는 바다가 있고, 어부들의 물질이 있고, 어업활동으로 인한 다양한 노동요가 만들어지고 불린 것도 사실이다. 인천아라리 시리즈 다섯 번째 <상생의 비나리>는 인천시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된 <인천 근해 갯가노래>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갯벌에서 조개잡이를 할 때의 모습을 아낙네로 분장한 음악인들이 바구니에 조개를 담는 모습, 실사로 촬영된 바다의 영상과 함께 노래로 불러졌다. 푸르스름한 조명은 바다이기도 하고, 여명이기도 하고, 손도 시리고 가슴도 시린 어촌 마을의 혹독한 삶을 대변하는 듯, 첫 무대부터 가슴 시린 감동으로 내 마음으로 스며들었다.

매번 준비 덜 된 듯한 무대를 보여주던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의 공연이 언제부터인지 그 분기점은 잘 모르겠으나 완성도 있는 무대 공연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프로그램북도 서울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틀을 갖추었고, 공연 전 무대 사막(망사의 투명한 막)에 띄운 <상생 비나리>의 공연 로고는 공연 시작을 기다리며 마치 근사한 뮤지컬 공연장에 와 있나 하는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공연의 이해를 돕는 영상

이번 공연의 특징은 영상으로 인천의 바다와 역사를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고깃배 만선 조개잡이 민요. 연평도 포격사건, 2014 인천아시안게임 등을 담은 영상으로 시종일관 지역의 정체성과 인천이 갖고 있는 문화 콘텐츠를 보여주었다. 때로는 사실적인 영상으로, 혹은 과장된 애니메이션으로, 또는 자료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조금은 거칠고 한편으로는 흐름이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신선했고, 무언가 준비를 많이 한 듯 성의마저 느껴졌다.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이 22년의 무대 활동으로 그동안은 무대에서 무엇인가 무작정 보여주겠다는 식이었다면, 해를 거듭하면서 무대 경력이 쌓이고, 다양한 국내 무대와 해외 공연을 통해 예술가의 연주력은 기본이고, 그 외에 공연 기획이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것을 고민한 흔적을 찾을 수 있어서 참으로 반가웠다.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 영상을 비롯하여 바다 풍경, 만선을 기원하는 뱃사람들의 애니메이션을 담은 영상을 비롯하여, 인천시 무형문화재 제3호 <인천 근해 갯가 노래>의 질박한 멋과 토속 노동민요를 현대화한 작업, 흥겨운 판놀음까지 이어지는 한 시간 반의 공연은 안정되고 세련된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상주단체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오늘도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은 인천의 대표 풍물단이자 공연장 상주단체로서 자신의 몫을 충분히 보여준 것은 확실하다. 오랜 시간 무대를 지켜온 저력이 오늘 같은 멋진 무대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 몇 가지를 전하고 싶다. 변변한 기획자와 전문적인 무대 스테프 없이 이러한 공연을 올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말이다.

첫째, ‘곡과 곡의 연결’, ‘무대와 무대의 연결’이 많이 미숙하고, 음악들의 종지감도 확실하지 않다. 이것은 연출과 음악감독의 몫일 것이다.

둘째, 음악의 순서와 흐름의 구성도 다시 고민해 봐야 할 듯하다. 퓨전 국악가요로 재구성된 음악이 샌드위치 같이 한 곡을 건너 잠시 쉬었다가 다시 등장하는 것은 흐름에 맞지 않아 보였다. 이것은 가수의 가창력과는 무관한 순서와 연결, 구성의 문제이다. 한 마디만 더 하면 퓨전 국악가요가 이 공연에 필요할까? 전자악기(건반과 기타)의 소리가 공연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는 것은 나만 느낀 것이었으면 다행이다.

셋째, 영상이 있어서 아주 좋았다. 인천의 배경과 역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귀한 사진과 동영상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서로 간의 연결고리와 흐름에서 많이 아쉽다.

넷째. 조명감독님께 박수를 보낸다. 이번 공연에서 조명은 전반적으로 좋았다. 그러나 2마당에서 무지개 빛으로 연속 전환한 장면은 많이 불편했다.

다섯째, 음향 문제다. 이것은 정말 큰일이고 문제가 심각하다. 전반적으로 음향이 과다했다. 특히 사회자 마이크 정말 끔찍했다.

여섯 번째.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의 인천아라리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라고 프로그램 표지에 딱 인쇄로 박아 놓았는데, 그동안 기존의 인천 아라리와 상당 부분 겹친다. 시작 부분에 <인천 근해 갯가 노래>를 넣은 것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것이 없어 보인다.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공연에 참여한 예술가를 비롯, 특히 서광일 대표님에게 최근에 본 잔치마당 공연 중에서도 가장 좋은 공연이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정말 수고 많았다. 인천시 관객들도 아마도 무언가 대단한 공연을 보고 왔다는 느낌을 모두 받았을 것이다.




#저자 약력
玄璟彩 1960년 서울 생.
음악평론가, 영남대 겸임교수. 최근 글로 「서산지역 문화콘텐츠 활용 방안」, 「전통 음악극 예술에 대한 새로운 실험」등.
hyun677@hanmail.net

글쓴이 : 현경채
작성일 : 201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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