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에서 비평공간에 이르기까지 문화현상의 이면에 은폐된 진실과 정치적 맥락에 관한 비평의식이 6호 <플랫폼>을 관통하는 내용이다.

이번 특집 ‘동아시아에 부는 문화도시 바람’은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문화도시의 허와 실을 짚는 기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집의 글은 공동체의 기억을 비롯한 미시적인 요소들이 회복될 때 진정한 문화도시가 가능하다는 공통적인 관점을 피력하고 있다. 특집 중 「류우큐우의 식민지 구조」는 필자가 류우큐우 출신인 까닭에 생생한 ‘섬의 분노’를 전달하고 있으나, 역사에 대한 정보와 향후 대안으로 내세운 아시아 속에서의 네트워킹을 통한 발전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있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상하이의 도시엑스포 유치에 관한 글은 실제 그 조직에 몸담았던 필자에 의해 다루어져 현장감이 느껴졌으며, 세계도시엑스포 개최를 앞두고 있는 인천에서도 고려해 봄직한 이슈이다.

한편 아쉬움도 남는다. 인문학적 관점 이외에도 문화도시 붐에 의한 행사, 그것을 통한 도시 이미지의 생산과정에 관한 구체적인 글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지자체별로 경쟁적으로 비엔날레를 개최하는 우리의 현실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획이 있었다면 피부에 와 닿지 않았을까? 이를테면 각 도시별로 비엔날레, 창작스튜디오 조성, 아트페어 개최 열풍에 대한 진단을 통해 예술을 도구화하는 도시를 성찰해 보는 시도는 어떨까? 이런 유의 행사 이면에는 그 주제와 추진방식에 있어 서구지향과 중앙집중 등의 어두운 그늘이 숨어있다. 아시아 현대미술에 대한 뜨거운 관심도 새로운 것을 찾는 서구미술의 대안 모색에서 비롯된 것임을 간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주최 측이 주제를 정해 하달하는 방식은 서구의 대형전시들과 동일하며 그들의 이슈에 편승함으로써 뚜렷한 차별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후의 <플랫폼> 특집에 이론뿐이 아닌 우리 현실 속 사건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주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