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9일, 뉴스는 기쁨에 겨운 사람들의 모습을 줄곧 전했다.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지로 여수가 선정되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여수 시민들은 개최지 선정 당일, 늦은 시간까지 한 자리에 모여 파리 현지 소식에 촉각을 모았고, 그 다음 날 몇몇 식당은 하루 동안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평창의 아픈 기억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이기에 그 감격은 더욱 큰 것 같았다.

이제는 기쁨에 취해있기보다는 구체적 준비에 돌입하여야 할 때. 이 시점에서 플랫폼 10․11월호에 실린 레이 치리의 글 <전시되는 것과 은폐되는 것 - 세계박람회는 상하이에 무엇을 남길까>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박람회 유치에 성공했다는 사실에 눈물을 글썽였다는 친구의 마음을 우리 역시 경험했다. 그러나 글에서 지적된, ‘은폐되지 않은 것’, 즉 세계박람회의 이면까지 그대로 경험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글에서 알 수 있듯, 세계적인 전시회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숱한 희생과 경제적 불균형 현상이 발생했다. 이런 부작용이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여수 세계박람회가 창출할 경제적 가치에 대해 논하는 글들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그 수치만 보자면 매우 고무적이다. 세계박람회가 고르지 못한 지역발전을 단번에 해소해 줄 절호의 기회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그러나 ‘세계박람회의 성공 개최’가 절대적이고도 당위적 목표로 군림한다면, 그것은 결국 ‘우리’를 버리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이미 제국주의에 물든 박람회라 할지라도, 그 속에서 자기 나름의 색채를 간직하려는 것은 노력만으로도 의미 있지 않을까. 또한, 박람회 이후 여수의 청사진도 준비해야 한다. 온 국민이 ‘꿈돌이’를 친근하게 여기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 후, 대전엑스포 행사장은 이렇다 할 구실을 하지 못하였다. 여수가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과 계획이 요구된다.

여수가 박람회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까닭은 치밀한 준비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치밀함’이 진정으로 빛을 발해야 할 때는 지금부터다. ‘전시되는 것’ 뿐만 아니라 ‘전시되지 않는 것’에도 예의 치밀함을 다해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