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까지 프랑스의 문학관은 작가 생전의 흔적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거나 흔적이 남아있지 않을 경우 최대한 당시 모습에 가깝게 복원하는 데 주력해왔다. 작가 생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문학관의 경우에는 분위기의 유지와 내부 보존을 위해 개방의 폭을 줄이고 소규모 관람 위주로 활동을 제한하였으며, 이는 복원된 문학관의 경우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런 문학관 관람자들의 분위기는 성지를 찾는 순례자에 가깝고, 문학관은 일종의 경배의 공간이 된다.
  이는 작가를 한 사람의 위인으로서 인정하던 과거 프랑스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문인들이 존경을 받고 작가의 집이 방문의 대상이 되기 시작한 것은, 대체로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나 볼테르(Francois-Marie Arouet, 1694~1778) 같은 대표적인 계몽주의 작가들이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지니기 시작한 18세기 이후부터다. 이런 관심은 어떤 면에서는 작품의 문학적 측면보다는 작가 개인에 대한 관심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경향은 19세기 생트뵈브(Charles Augustin Sainte-Beuve, 1804~1869) 같은 비평가들이 작가의 전기적 요소들을 문학작품 산출의 배경으로 간주하고 그것들과 문학작품을 결합시키기 시작하면서 더욱 뚜렷해진다. 또한, 19세기 유럽에서 국민국가가 정착되면서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 1802~1885) 같은 작가들이 프랑스를 대표하는 국민작가로 부상하게 되고, 이런 흐름 속에서 작가 개인에 대한 경배의 경향은 더욱 굳건히 자리를 잡는다.

  이와는 달리 작가보다는 작품세계를 보다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데 주력하는 문학관도 있다. 작품의 한 장면이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 배경 등을 재현해놓은 경우로서, 루팡 시리즈 중 『기암성L'Aiguille creuse』의 이야기를 재현해 놓은 모리스르블랑문학관(Le Clos Arsene Lupin, Maison Maurice Leblanc)이나 일리에-콩브레(Illiers-Combray)의 프루스트문학관(Maison de Tante Leonie)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작품 속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을 따 '레오니 아주머니의 집'이라고 불리는 프루스트문학관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A la recherche du temps perdu』의 유명한 첫 장면, 어머니가 주인공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해주기 위해 침실로 올라오기를 기다리던 장면 그대로 집을 꾸며두었다. 가이드들도 그 첫 장면대로 관람객들을 안내한다. 사실 이 마을의 이름은 원래 ‘일리에’였으나, 프루스트 소설의 배경으로 알려진 이후 마을의 공식 명칭이 아예 소설 속 지명을 따 일리에-콩브레로 바뀌어버렸다.

  이렇게 작가의 삶의 흔적이나 작품 세계의 재현에 주력해오던 프랑스 문학관에 새로운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이후의 일이다. 박물관의 중흥이라는 80년대 프랑스의 문화적 분위기 속에서 새로 개장하는 문학관들이 특히 이런 경향을 주도했는데, 이들의 특징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작가와 관련된 자료들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문화행사를 통해 문학적 체험의 가능성을 확대하는 데 큰 비중을 둔다는 것이다. 쥘베른문학관(Maison de Jules Verne)의 관장인 장-폴 드키스(Jean-Paul Dekiss)는 이들 새로운 문학관들을 ‘제2세대 문학관’이라고 지칭하면서, 2세대 문학관은 더 이상 작품과 독자, 작가와 독자라는 틀로서만 문학관의 방문객을 바라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홀로 책읽기’의 공간인 도서관과 달리, 오늘날의 문학관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다양한 예술 형식을 빌려 관객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문학적 체험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파리 근교에 위치한 알퐁스도데문학관(Maison d'Alphonse Daudet)을 들 수 있다. 도데(Alphonse Daudet, 1840~1897)가 오랜 기간 살면서 다른 문인, 화가들과 교류했던 이 집에는 오늘날 도데의 흔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고, 건물만 그대로 있을 뿐이다. 그러나 도데문학관은 도데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꾼이었다는 점에 착안해, 이 장소를 동화와 콩트 작가들이 거주하면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공간으로 특화하였다. 1990년대 중반 시작된 이 사업은 현재 완전히 자리를 잡았으며, 겨울을 제외하고 연 약 60여 회에 걸쳐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이야기 작가들의 공연이 이어진다.  
사실, 1980년대 이후 프랑스의 문학관에 새로운 경향이 생겨나게 된 데는 사회당 정부가 실시한 문화적 지방분권 정책이 큰 영향을 끼쳤다. 문화적 권한을 이양받은  지방 정부가 지역의 문화 활성화와 지역 정체성의 구현이라는 목표를 위해 문학관 건립을 대대적으로 지원했고, 거기에 지역 주민들이 적극 호응한 결과였던 것이다. 프랑스 대부분의 문학관들은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민간협회를 운영에 참여시키고 있으며, 이 협회 사람들이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보르도(Bordeaux) 근처에 위치한 프랑수아모리악문학관(Centre Francois Mauriac de Malagar)의 경우가 지역의 문화적 수요와 요구를 적극 반영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모리악문학관은 보르도 지역을 배경으로 작품을 쓰고 지역에 애착이 컸던 모리악(Francois Mauriac, 1885~1970)의 뜻을 받들어, 설립 단계에서부터 지역의 문화 시설로서 문학만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문화 활동을 수용하겠다는 목표를 표방하였고, 이에 따라 연 30회 이상의 문화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 행사들은 특히 지역의 자연환경, 역사, 문화유산 등을 주로 다루고 있으며, 젊은 예술가들이 지역의 주민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파리에서 6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는 루이아라공문학관(Maison d'Elsa Triolet et de Louis Aragon)도 다양한 문화 활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사례이다. 아라공문학관은 아라공(Louis Aragon, 1897~1982)이 유언을 통해 자신이 살던 집을 국가에 기증함으로써 건립되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작가 생전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그러나 아라공문학관은 작가가 동시대의 현대예술가들과 끊임없이 교류했던 점을 기려, 아라공이 살던 방과 서재, 거실 등은 그대로 보존하되, 집의 헛간에 해당하던 부분은 개조해서 다목적 공간으로 꾸몄다. 이 공간에서는 연중 현대미술 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며, 음악 공연과 강연회도 개최된다. 또, 5헥타르에 달하는 정원에서는 음악회와 야외 조각전시회가 열린다. 아라공문학관은 작가의 삶의 흔적을 중시하는 프랑스 문학관의 전통과 현대적인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새로운 경향을 잘 조화시킨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라공문학관 관장인 베르나르 바쇠르(Bernard Vasseur)는 2002년 지역문화사업국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이제 문학관은 더 이상 ‘무엇을 소장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따라 정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말대로, 오늘날 프랑스의 문학관은 더 이상 과거의 흔적이 곱게 간직된 추억의 장소에 머물러 있기를 거부한다. 1980년대 이후 프랑스의 문학관은 다양한 문화 활동으로 자신들의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지역의 문화정체성을 반영한 지역밀착형 소규모 문화공간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더 이상 문학만을 고집하지 않고, 음악, 미술, 연극 등의 다양한 장르의 예술 활동을 함께 아우름으로써, 지역의 문화를 풍요롭게 만들어주었다. 그러면서도 문화행사를 주제를 선택할 때 넓은 의미에서 작가나 작품과 관련된 주제를 택함으로써 문학관으로서 최소한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노력하였다. 아래에 소개하는 베르나르 바쇠르의 문학관의 정의는 오늘날 프랑스 문학관이 추구하는 새로운 정체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관객들에게 열려있고, 문학과 관련된 인물에게 헌정된 공간. 그 속에서 그 인물을 널리 알리기 위한 활동들이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독서와 책과 문화와 예술에 대한 욕구를 태어나게 하고 확대시키기 위한 모든 활동들이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