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는 김기림(金起林, 1908.5.11 ~ ?)은 1936년 일본 센다이(仙臺)시에 있는 토오호쿠제국대학(東北帝國大學) 법문학부에 입학, 1939년 동대학을 졸업했는데 지금까지 그의 센다이 유학관련자료는 거의 공개된 적이 없었다. 그가 유학한 토오호쿠제국대학은 1907년 9월 일본의 세 번째 제국대학으로 설립되었고, 1922년 법문학부가 생기면서 다음해 4월부터 8개 강좌가 개설되었다. 1925년부터 영문학 등 문학관련 강좌 24개, 법학관련 14개, 경제관련 6개 합계 44개 강좌체제가 시작되었다. 작년에 개교 100주년을 맞이한 토오호쿠대는 그동안 대학부설자료관을 중심으로 자료를 정리를 정리했다. 최근『토오호쿠대학 100년사(東北大學100年史)』(2008,1)라는 책이 발간되었는데, 책에서 조선인유학생에 관한 기술은 극히 제한적이다.

  우리 코리아문고는 작년 10월부터 자료관을 방문하여 김기림의 유학관련자료를 발굴하는 작업에 착수했는데 현재 아래와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1. 토오호쿠대학 법문학부 학적부는 1945년 7월 미군 공습으로 법문학부 서무과 사무실과 같이 소실되었다.

2. 학생이름, 소속, 주소, 졸업의 유무 등이 기재된 학생명부에 의하면 김기림이 법문학부를 졸업한 것과 그의 센다이 주소가 확인되었다.(사진-1)

3. 법문학부 학적부와는 별도로 대학본부가 관리하는 학적원부는 소실되지 않아서 거기에 김기림에 관한 개인정보가 보관되어 있는 것이 확인되었으나 사진(사진-2)과 생년월일만 알 수 있었다.

4.『토오호쿠제국대학일람(東北帝國大學一覽)』(1939년판)에서 김기림이 동년(1939년) 3월 문학사 시험에 합격해 문학사를 취득한 것이 확인되었다.

5.『영문학연구』(1939.12)에서 김기림의 졸업논문 제목이 확인되었다.

6. 기타 토오호쿠대학관련자료를 통해 김기림이 유학할 당시 대학 교수진과 개설과목 등은 알 수 있었으나 실제 김기림이 수강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학적원부가 공개되지 않는 한 확인은 어려울 것이다.

위 항목들 2~ 5에 관하여 보충 설명을 하면 아래와 같다. 

2. 김기림의 센다이 주소는 이상(李翔, 1620~1690)이 김기림에게 보낸 편지(1936.11.29)에 카지야마에쵸오(鍛冶屋前丁)라는 동네 이름이 있어서 알 수 있었지만, 학생명부에는 좀 더 자세히 카지야마에14토다카타(鍛冶屋前14 戶田方)로 기재되어 있다. 카지야마에14(鍛冶屋前14, 현 米ヶ袋１－４)는 토오호쿠제대 정문에서 서쪽으로 100m정도 떨어져 있는 동네이다. 토다(戶田) 문중 한 사람에 의하면 그 당시 14번지는 하숙집이었다고 한다.

3. 학적원부의 존재는 확인됐지만 ‘본인과 그 유족만이 열람할 수 있다’는 대학당국의 방침으로 열람을 허가받지 못했다. 대학이 심사 끝에 알려준 것은 두 가지, 즉 사진과 생년월일이었다. 그 중 생년월일에 관해서는 처음에 메이지(明治) 41년(1908) 5월 12일로 명기된 것이 지워지고 대신 메이지 40년(1907) 4월 5일로 수정되었고. ‘1. 생년원일은 본인이 신고한 것과 호적등본과 상이함’이라는 붉은 글씨가  옆에 적혀있다고 대학에서는 말하고 있다.

4. 김기림이 졸업한 1939년 토오호쿠제대 법문학부에서 문학사를 취득한 사람은 25명이며 그 중 영문학으로 졸업논문을 쓴 사람은 김기림을 포함해 9명이었다. 9명 중 4명이 출신지가 조선으로 되어 있다.

5. 졸업논문이 법문학부 서무과에서 보관되었거나, 혹은 도이 코오치(土居光知) 영문학 교수 자택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모두 1945년7월에 공습으로 인해 소실됐다고 한다. 단 논문심사 후 본인에게 반환되었을 수도 있다. 아무튼 졸업논문 실문의 유무는 확인할 수 없었다.

  『영문학연구』의 1939년 영문학과졸업논문 제목 리스트 중 토오호쿠제대 합격자 명단에는 ‘I. A. Richards' Theory of Poetry  …K. Kin’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성이 'Kin' 인데 현재 영문자로 표기하면 Kim 이 되겠지만 일본어는 받침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받침 <ㄴ,ㅁ,ㅇ>에 해당하는 음은 모두 <n> 으로 표기된다. 그래서 Kin은 金이 틀림이 없다.
  그 후 1948년에 발표된 「I. A. 리차아즈론」을 비롯한 리처즈(Ivor Armstrong Richards, 1893~1979)에 관한 논문들은 졸업논문이 바탕이 된 것으로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