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박물(地大物博). 이는 "땅은 넓고 물자는 풍부하다"는 뜻으로 중국을 형용할 때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중국은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는 자연박물관일 뿐만 아니라 인공적인 발명품과 기술들이 그 인구만큼이나 다양하여 세계 어느 지역과도 비교할 수 없다. '지대박물'을 경제적으로 표현하면 어떻게 될까? 세계 총생산액(GDP) 가운데 32.4%, 즉 세계 생산품 가운데 1/3은 메이드 인 차이나, 그리고 세계 전체인구 9억 1천 900만 가운데 3억 4천 5백만, 즉 세계인구 가운데 3명 중 1명은 중국인. 이것은 대국굴기(大國堀起)를 꿈꾸는 2020년 혹은 반세기 후의 중국이 아니라 바로 19세기 아편전쟁이 발생하기 20년과 40년 전의 수치이다.

 20세기 들어 '지대박물'은 중국의 현재형이 아닌 단순한 가능성, 중국을 경계하거나 혹은 세계대국을 꿈꾸는 중국의 욕망을 표상하는 상징적 표현에 그치지 않았다. 그러던 중국이 이제 ‘잃어버린 한 세기 반’을 되찾고, 세계를 비상하는 날을 그리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0년 상하이세계박람회는 단순한 하나의 '국제 행사'가 아니라 중국의 그러한 욕망의 현실가능성을 타진하고 세계로부터 그러한 욕망을 추인받는 의식(儀式)의 장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잃어버린 한 세기 반'을 되찾는 것은 단순히 과거 ‘지대박물’을 회복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소위 지대박물을 근대적 의미로 전환함으로써만, 즉 경제의 '산업화'와 '근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근대사회가 식민지 근대라고 하지만, 그것을 합리화할 수 있는 것은 소위 나날이 쇄신되는 기술과 문명의 경쟁을 통해서였다. 그리고 근대 이후 그러한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박람회였다.

 서구 박람회에 대한 중국인의 이러한 인식전환은 바로 실업(實業)장려와 사회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었고, 따라서 그 활동 명칭도 박람회가 아닌 '실업과 노동을 장려'하는 권업회 혹은 권공회(勸工會)로 불렸다. 즉 박람회가 국제무대에서 한 국가의 경제와 기술, 문명의 발전을 현시하는 것이라면, 그 내실을 다지는 준비과정이 바로 권업회였던 것이다. 중국에서 권업회는 일찍이 장 즈동이 1898년 후베이(湖北)에 권공권상공소(勸工勸商公所)를, 1902년에 우창(武昌)에 시후권업장(西湖勸業場)을 둔 적이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1904년 남양화교(南洋華僑) 장 전쉰(張振勛, 1840-1916)이 난징(南京)에서 대형 물산박람회를 개최할 것을 청(淸)정부에 건의한 이래, 1908년 량쟝(兩江)청초(淸初)에는 쟝난성(江南省)과 쟝시성(江西省)을 일컬었는데, 후에 쟝난성이 쟝쑤(江蘇)·안후이(安徽) 두 성(省)으로 나뉘어져, 세 성(省)의 총칭총독 뚜안 팡(端方)이 재차 건의함으로써 조직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09년 후광(湖廣)후베이성(湖北省)과 후난성(湖南省)의 총칭총독 천 쿠이롱(陳夔龍)이 우한권업장진회(武漢勸業奬進會)를 조직하였고, 이듬해 1910년 6월 5일 남징에서 중국 최초 전국상품박람회라 할 수 있는 남양권업회(南洋勸業會)가 개최되었다.

 남양권업회는 채권과 주식발행을 통해 민관(民官)이 공동으로 70만 위앤을 출자하여 조직되었는데 700여 묘(畝)의 대지에 다양한 건축물을 건립하여 30여 전람관을 구비하였다. 그곳은 교육, 공예, 농업, 기계, 운송, 예술, 위생, 무기 등 전람관과 10여개의 지역관이 있었고, 별도로 남양화교를 위한 전람관을 두었으며 구미와 일본상품을 전시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6개월 동안 진행된 전람회에 출품된 물품은 전체 420종에 100만 건이 넘었으며, 참관인은 1일 평균 1,000명 정도로서 대략 20만을 넘지 않았다. 이 숫자는 1903년 일본 오오사카 국내박람회의 1일 참관인 수가 34,000명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적은 수치이지만, 중국의 발전수준을 가늠하기에 충분한 규모로서, 당시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전통적인 대표 상품인 차, 비단, 도자기뿐만 아니라 기기와 윤선, 유리, 철제 등 당시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제품들이 전시되어 참관한 일본인으로부터 중국이 산업혁명의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중국 내 일반인들의 관심도 자못 높아서, 당시 사오싱(紹興)부 중학당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루 쉰(魯迅)은 200여 명의 학생을 인솔하고 직접 참관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1910년 11월 29일 폐막하기까지 수천 만 위앤의 거래 계약이 성사되었지만, 운영미숙으로 수십 만 위앤의 손실을 보았고, 신해혁명(辛亥革命, 1911)으로 남양권업회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었다.
이후 중국에서는 톈진(天津), 청뚜(成都)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규모의 권업회와 실업장려회가 열렸으며, 세계박람회에도 적극 참가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특히 1차세계대전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중국 민족공업을 중심으로 박람회와 권업회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더욱 높아져 갔다. 하지만 군벌(軍閥)들의 할거, 국민당의 북벌전쟁 등 국내의 열악한 사정으로 규모있는 박람회 조직은 어려웠다. 그리하여 남양권업회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 전국 규모의 박람회는 북벌이 끝난 1927년 이후에 비로소 다시 재개되었다.
 1927년 국민당은 건설위원회를 조직했고 장 징쟝(張靜江)이 그 위원장을 맡았는데, 그는 1928년 항저우(杭州) 시후박람회를 계획하여 이듬해 6월 6일 10여 만 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막식을 열었다. 시후박람회는 권업회라는 명칭 대신 중국에서 처음 박람회라는 명칭을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같은 해 5월 에스파냐에서 개최된 만국박람회에 견주기 위해 100만 위앤을 투자하여 성대하게 치러졌다. 시후박람회는 혁명기념관, 박물관, 농업관, 예술관, 교육관, 실크관, 공업관, 위생관, 특수진열실과 참고진열실로 구성되었고, 전시품은 14만 7천 6백 4건이었다. 4개월의 전시 기간 중 참관인이 2,0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내외 관심을 집중시킨 이 박람회는 국민혁명 후 통일중국의 힘을 과시하기에 충분했다.  국민당 난징정부 주도하에 조직된 시후박람회는 쑨 원(孫文, 1866~1925)의 삼민주의(三民主義)(1)에 기초한 혁명적인 경제건설을 통해 중화민국의 새로운 굴기(堀起)를 위한 욕망을 보여준다. 즉 시후박람회는 중국의 경제력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국산품 애호운동을 촉진시키려는 목적도 지니고 있었다. 다시 말해 당시 각종 불평등조약 하에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던 외국과 그 자본 및 상품에 대한 일종의 저항의식을 내포하고 있었다. 시후박람회는 30년대 대일항전, 국공내전(2) 및 사회주의 건설 등으로 반세기 넘게 중단되었다. 하지만 중국이 세계무대에서의 정치적, 경제적 지위가 향상됨에 따라 2000년부터 시후박람회는 다시 항저우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중국에는 이와 같은 박람회가 각 지역에서 개최되고 있는데, 홍콩, 마카오 등을 포함한 전국 41개 도시에서 1일 평균 2.3회(2005년 기준 연 800회) 정도로 매일 새로운 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이들은 국내외 생산품의 전시에 그치지 않고, 세계를 흡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세계로 나아가는 중국의 심장박동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박람회라는 공간은 중국에 굴욕적인 것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을 극복하고 ‘잃어버린 한 세기 반’을 되찾기 위한 대외적인 창(窓)이자 욕망의 출구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욕망은 남양권업회와 시후박람회를 거쳐, 이제 2010년 상하이세계박람회를 통해 더욱 명확해 질 터이다. 그렇다면 '지대박물'에서 '세계의 공장'으로 탈바꿈한 중국이 2010년 상하이세계박람회를 통해 보여줄 그들의 욕망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