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07년 11월 2일, 2008년 2월 21일
장소 : 중국현대문학관
진행 : 추이 위샨(催玉山)_중국 대외경제무역대 한국어과 교수

추이 위샨  바쁘신 가운데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전에 한국에서 오신 손님들을 모시고 함께 중국현대문학관을 방문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아주 좋은 인상이 남았었는데요, 이번에 한국에 중국현대문학관(이하 문학관)을 소개하는 글을 쓰고자 이렇게 인터뷰를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리 롱성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문학관을 소개하기에 앞서 문학관을 찾는 학생이나 손님들에게 제가 항상 당부하고 싶은 내용이 있습니다. 중국현대문학관은 한국문학을 배우는 중국학생들보다는 중문과(中文系) 학생들에게 더욱 실용적인 곳입니다. 한국문학을 배우다 보면 한국화되는 경향이 생기게 마련이죠. 그러나 한국문학을 배운다고 해서 중국문학을 멀리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학생들이 우리는 한국인이나 일본인이 아닌 중국인임을 항상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한국인이나 일본인의 생리적 유전 요소는 우리와 같습니다. 모두 노란 피부에 검은 머리카락을 갖고 있죠. 그러나 인간에겐 생리적 유전요소 외에 또 하나의 유전적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문화적 유전요소입니다. 생리적 유전요소는 몇 천 년의 역사적 과정을 거쳐서 형성된 것이지만 문화적 유전요소는 사람이 태어나서부터 죽음에 이르는 사이에 완성됩니다.

오늘날의 중국인, 특히 젊은이들은 이런 문화적 유전요소를 홀시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비중국적(非中國的)인 사람으로 변화시키려 하는 경향이 있죠. 중국인의 생리적 유전요소는 갖고 있으나 문화적 유전요소는 결핍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전에 베이징대학의 한 교수가 쓴 『집 잃은 개-공자(喪家犬-孔子)』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지난번 특강에서 저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어요. “만약 저자가 자신에게 생리적 유전요소 외에 또 다른 문화적 유전요소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런 책을 쓰지 못할 것이다. 그가 갖고 있는 문화적 유전요소도 궁극적으로는 공자로부터 전해온 것이다. 공자를 집 잃은 개라고 한다면 당신의 아버지는 뭐라고 해야 하나, 사람을 개라고 하는 것도 나쁜데 집 잃은 개라고 하는 것은 더욱 비참한 것이 아닌가, 우리 중화(中華)의 문화적 유전요소를 창조한 분을 이렇게 비하하는 사람을 대학 교수이자 학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런 사람은 이미 비중국인으로 타락한 것이다. 나는 이것을 아주 유감스럽게 보고 있다. 때문에 대학생들은 자신의 문화적 유전요소를 배양하는 데 보다 힘써야 한다.” 당시 제 발표문의 제목은「중국문화현황-전통 지혜의 발견을 요청한다」였습니다. 현대문학이라는 것은 고전문학으로부터 이어져 나온 것입니다. 국학(國學)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죠. 저는 젊은이들에게 이 점을 꼭 당부하고 싶습니다. 문학관에 온 사람은 국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알아야합니다. 문학관도 중국이라는 큰 무대에 놓고 보아야 합니다. 중국의 경제력이 강해지면서 이런 문학관도 세워질 수 있었던 것이지요. 모두들 배를 곯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런 문학관을 세울 수도 없으며 세워도 쓸모가 없었을 것입니다.

추이 위샨 중국현대문학을 대할 때 먼저 국학 즉, 중국문화라는 뿌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문학관이 건립된 이유도 바로 이런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요. 구체적으로 문학관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요? 건립과정이나 계기 등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리 롱성  문학관 탄생의 유래는 문화대혁명 이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시기 바 진(巴金, 1904~2005)1 선생이 대량으로 유실된 문학 관련 자료를 보호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일본을 방문해 일본 문학자료의 보존 현황을 살펴본 후 이런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되었지요. 1980년대 초 바 진 선생은 글을 통해 문학자료관(文學資料館)을 설립하여 문학 관련 자료를 보호하고 전승해야 한다고 밝혔고, 이 내용은 홍콩의 신문이나 〈런민르바오(人民日報)〉를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중국작가협회(中國作家協會)가 이 문제에 관해 논의를 시작하면서 1982년 즈음에는 정부에 문학자료관의 건립을 정식으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1년여의 준비과정을 거쳐 1984년 4월 26일 베이징의 완서우스(萬壽寺)베이징의 사찰에서 문학자료관 건립준비위원회를 창립했습니다.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잘 아는 베이징의 대작가들이 모두 참석했었죠. 우선 바 진 선생이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자료를 내놓았습니다. 모범을 보인 거죠. 바 진 선생은 문화대혁명 이후 모든 정력을 문학관 건립에 쏟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바 진 선생을 문학관 명예관장(名譽館長)으로 추대하였습니다. 바 진 선생이 돌아가신 이튿날 저는 상하이(上海)의 집으로 찾아가 방명록에 ‘바 진 선생은 우리의 영원한 관장이다(巴老師是我們永遠的館長)’란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우리 문학관 사람들은 모두 바 진 선생이 없었으면 문학관도 없었을 것이라고 얘기하곤 합니다.

문학관을 건립하는 데는 비용문제, 토지문제, 기술문제 등 복잡한 면이 많았습니다. 쟝 쩌민(江澤民) 총서기는 이 때문에 두 번이나 바 진 선생의 편지를 받아야 했죠. 쟝 쩌민 총서기는 바 진 선생의 요청을 받아들여 빠른 시간 내에 문학관을 건립할 것을 유관 기관에 지시하였습니다. 문학관의 토지면적은 대략 3만여 평이 됩니다. 베이징에 있는 여러 문화관련 조직이나 기관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입니다. 당시 정부가 문학관 건립을 매우 중시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실이지요. 지금까지 1기  공정으로 1만 4천 평을 사용하였으며 올해 시작된 2기 공정으로 또 1만 4천 평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바로 옆에 루 쉰(魯迅,1881~1936)중국의 대표적인 문학가 겸 사상가문학원을 짓기 위해서입니다. 1기 공정에 1억 7천만 위앤(한화 220억 원 정도)이 들었습니다. 2기 공정에는 7억 위앤(한화 906억 원 정도)이 투입됩니다. 모든 비용은 정부에서 부담하고 있습니다. 중국정부가 문학을 위해 이런 환경을 조성해 주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만큼 문학을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실이기도 하죠.

추이 위샨  문학관을 건립하는 데 바 진 선생의 역할이 정말 중요했다고 할 수 있겠군요, 문학관에서 정기적으로 특강을 연다고 들었는데요. 주로 어떤 분들을 모셔오는지 그리고 특강의 내용은 어떠한지, 그 대상은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또 특강을 어떻게 대외적으로 홍보하고 계신지도 말씀해 주세요.

리 롱성  저희 문학관은 최소 2주일에 한 번씩 특강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학자들을 모시고 수시로 특강을 마련해 매년 50차례 정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학관의 특강은 세 가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공익성이죠. 절대로 특강을 통해 수익을 내려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는 학술성입니다. 저희가 초청하는 사람은 국내 최고의 학자, 교수, 작가, 평론가들입니다. 마지막은 품격(高雅性)입니다. 특강 강사에게 해당 주제에 대한 수준 높은 접근을 요구하고 있지요.

우리는 지난 3년간 5권의 고전을 강독해왔습니다. 한 권의 고전을 읽는 데 반년의 시간이 걸렸지요. 2주일에 한 번씩 하다 보니 한 권을 읽으려면 이 정도의 시간이 듭니다. 『홍루몽(紅樓夢)』중국 청(淸)나라 때 조설근(曹雪芹)이 지은 장편소설 같은 경우는 30번에 나누어 읽었습니다. 『삼국연의(三國演義)』와 같은 경우 조조(曹操)에 대하여 한 사람이 강의하고 유비(劉備)에 대하여 또 다른 사람이 강의함으로써 전문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다양한 견해를 들을 수 있게 하였습니다. 앞으로는 현대문학작품을 중점적으로 읽으려 합니다. 무엇보다도 젊은이들에게 풍부하면서도 심원한 중화문화의 진수를 전해주는 것이 우리 특강의 특징입니다. 또 문학관의 모든 프로그램은 신문매체와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많은 자료를 디지털 자료로 제작해서 저렴하게 공급하려 하고 있습니다. 문학관 사무원들의 종합적 소양을 제고하는 것도 관장으로서의 큰 책무이지만, 이를 기반으로 문학관을 이용하는 전체 국민의 문학적 소양을 고양하는 것 또한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추이 위샨  도서관 이용은 어떤 형식으로 이루어지나요?

리 롱성  사실 우리 문학관은 일반 대중이 이용하기에 편리하지는 않습니다. 문학관의 책은 각계(各界)에서 기증한 것으로 대부분의 책에는 저자의 사인(sign)이 있습니다. 때문에 일반도서관처럼 이용할 수는 없습니다. 일반인들에게 인터넷, 전시, 특강을 통해 여러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고 있지만, 도서의 경우는 초판본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직접 대여할 수는 없고 별도의 열람실에서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국가에서 1,500만 위앤(한화 20억 원 정도)을 들여 문학관의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이 작업이 완성되면 일반 독자들도 저희 문학관의 자료를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학관의 전시공간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면, 1층 로비에는 대전시실이, 2층에는 문학사전시관, 3층에는 서재전시관, 도서전시관, 유품전시관 등이 있습니다. 1층 대전시실에서는 현재 〈20세기 대자연展〉이 진행 중이고, 장서 50여 만 권을 전시하는 3개의 상설전시가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 전시는 다양한 형식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우리 문학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문학 관계 도서는 국가도서관보다도 많습니다. 전체 도서의 수량은 국가도서관보다 적지만 문학관련 도서, 특히 해방 전 백화문운동,2 5·4운동3 이후의 문학관련 도서는 이곳에 더 많습니다. 예를 들어, 문학관의 ‘탕 타오 문고(唐?文庫)’에는 탕 타오(唐?, 1913~1992) 선생이 모은 5·4운동 이후의 잡지들이 전부 보존되어 있습니다. 예전에 국가도서관, 베이징대학도서관 등 여러 기관이 연합해 출판한 『중국현대문학잡지총람(中國現代文學雜誌總攬) 1919-1949』에는 240여 종류의 잡지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탕 타오 문고는 1,090여 종류의 잡지를 소장하고 있죠. 이런 자료들을 엮어 우리 문학관은 내년에 『중국현대문학잡지대회(中國現代文學雜誌大會)』란 책을 출판할 계획입니다. 중국의 근대문학사에서 잡지는 대부분 단명(短命)하였습니다. 사회가 불안정했기 때문인데요, 정부 차원에서의 엄격한 관리가 없었기 때문에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몇 명 모여 잡지를 꾸리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거나 여건이 좋지 않으면 그만두는 식이었습니다. 바 진 선생도 파리(Paris)에 있을 때 몇몇 중국유학생들과 함께 〈평등(平等)〉이란 잡지를 꾸린 적이 있습니다. 바 진 선생은 훗날 이 잡지를 국내로 갖고 들어와 우리 문학관에 기증했습니다. 이런 자료는 문학관의 큰 재산이며, 이러한 자료에 대한 연구를 진척시키는 것이 우리 문학관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를 바탕으로 이 도서들을 보급하고, 이를 통해 대중의 문화적 수양을 제고하는 것이 문학관의 책무입니다.

추이 위샨  문학관 옆에 공사 중인 루쉰문학원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리 롱성  ‘루쉰문학원’은 하나의 학교와 같지만 보통 학교와는 다릅니다. 재직 중의 작가나 연구자들이 연수(硏修)하는 곳이 바로 루쉰문학원입니다. 고급연구토론반이라고 할 수 있겠죠.
건국 후, 1950년에는 딩 링(丁玲, 1904~1986)4 선생이 꾸린 문학강연소(文學講演所)가 있었습니다. 각지의 문학애호가들을 모아 문학창작에 관한 지도를 했던 곳이지요. 이곳에서 우수한 작가들이 많이 배출되었습니다. 그러나 훗날 딩 링이 반당(反黨)분자로 낙인찍혀 타도되자 문학강연소도 사라졌습니다. 문화대혁명이 끝난 후 문학강연소는 루쉰문학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루쉰문학원의 현임 원장은 장 졘(張健)이며 전임 원장은 허 징즈(賀敬之)입니다. 장 졘은 문인(文人)이 아니라 관인(官人)이죠. 루쉰문학원은 학위를 주지 않습니다. 문인들 교류의 장소인 동시에 연구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루쉰문학원을 다녔다는 것은 하나의 명예입니다. 마치 국민당 시절 황푸군관학교(黃?軍官學校)5를 다니고 몇 기 생이라 하는 것처럼 문학계에서는 “루쉰문학원 몇 기 생이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루쉰문학원이 이제 우리 문학관 옆에 이사를 오게 되면 문학관의 대회의실 같은 공간은 함께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추이 위샨  마지막으로 문학관의 미래, 앞으로의 비전과 전망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리 롱성  앞으로 문학관에 8개의 창구(窓口)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빠른 시일 내에 모두 완공되어 여러분을 위하여 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첫번째 창구는 전람(展覽) 창구입니다. 2기 공정이 완공되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고정 전시관은 문학사전시관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유동적으로 변할 것입니다. 서재전시관 같은 경우는 3개월에 한 번씩 바꿀 예정입니다. 늘 새로운 모습으로 새로운 자료를 전시할 것입니다. 두번째는 특강 창구입니다. 이는 이미 앞에서 말씀드렸죠. 세번째는 영상 창구입니다. 문학관의 자료를 영상자료로 디지털화해서 보여주는 것입니다. 네번째는 인터넷 창구입니다. 인터넷 문학관을 통해 문학관의 모든 자료와 활동, 연구성과 등을 대중과 만나게 하는 것이죠. 다섯번째 창구는 출판 창구입니다. 문학관이 소장한 그림들을 이미 몇 권의 화첩(畵帖)으로 출판하기도 했고, 곧 바 진 선생 관련 자료를 엮은 책을 출판할 예정입니다. 이런 출판활동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여섯번째 창구는 활동 창구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문학관은 작가협회 산하기관 중 건축면적이 가장 큰 곳입니다. 때문에 여기에 각계각층의 작가들을 위한 활동공간을 조성하려고 합니다. 일곱번째 창구는 연구 창구입니다. 문학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가들의 편지나 원고지 같은 자료들은 모두 연구의 가치가 있습니다. 2기 공정이 완공되면 하나의 건물을 전문적인 연구 공간으로 활용할 생각입니다. 이곳에 대, 중, 소 세 개의 회의실과 도서열람실, 8개의 연구실을 따로 마련할 예정입니다. 차오 위(曹, 1910~1996)6연구실에서는 전문적으로 차오 위를 연구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알다시피 문학관에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자료들이 많습니다. 이런 자료들을 자유롭게 활용해서 차오 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것입니다. 마지막은 교류 창구입니다. 중국현대문학관은 전 중국의 현대문학 자료에 대한 소장과 연구의 의무를 갖고 있으며 나아가 세계 여러 나라의 현대문학과 교류를 진행할 의무를 갖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방문단을 꾸려 이미 일본과 러시아의 문학관 및 문학박물관 등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앞으로 8개의 창구가 모두 마련되면 문학관은 오늘보다 더욱 훌륭한 모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추이 위샨  장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한국에서 중국현대문학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한국의 문학관들과도 교류가 활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