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티베트 유혈사태의 현황
라싸(拉薩) 봉기(1959) 49주년을 맞는 2008년 3월 10일 이래, 티베트 각지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라’, ‘달라이 라마(Dalai Lama)의 귀국을 허용하라’, ‘티베트에 자유를 달라’ 같은 구호 아래 일련의 시위가 벌어져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중국언론은 1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밝혔으나, 티베트망명단체 측은 13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추정하였다. 중국 당국의 언론통제로 사태의 전모를 알기는 어렵다.

지난 3월 10일, 티베트청년회 등 5개 단체 회원 100여 명은 약 6개월간 인도의 다람살라(Dharamsala)에서 고향인 티베트까지 걸어가는 대장정 시위를 시작했으나 인도 경찰에 의해 해산되었다. 같은 날 시짱(西藏)자치구티베트자치구라고도 일컬음의 라싸시짱자치구의 주도(主都)에서는 재뿡사원(哲蚌寺)과 세라사원(色拉寺) 승려들이 중심이 된 시위가 일어났다. 진압이 시작되자 시위자들은 번화가의 군중 속으로 흩어졌다. 칭하이성(靑海省), 쓰촨성(四川省), 간쑤성(甘肅省)의 몇몇 지역에서도 시위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10일에서 13일까지 사원을 중심으로 한 산발적 시위가 벌어졌다. 그러나 3월 14일 사태는 ‘폭력시위’와 ‘무력진압’이 부딪치는 형태로 전개되었다. 시위는 라싸 시내에 국한되지 않고, 라싸 주변 지역과 쓰촨성과 칭하이성, 간쑤성에서도 발생하였다. 3월 15일 중국당국은 ‘인민전쟁’을 선포하며 강력히 대응할 것을 천명하였다. 이런 가운데 3월 16일 쓰촨성 아바장족자치주(阿?藏族自治州)에서 승려와 주민 1천여 명이 격렬한 시위를 벌였고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아바에서처럼 사상자가 발생할 정도로 격렬한 시위가 벌어진 곳은 간쑤성 간난장족자치주(甘南藏族自治州)였다. 간난장족자치주 쌍추(夏河), 쬐(合作), 마추(瑪曲), 루추(碌曲), 쪼네(卓尼), 테보(迭部) 등 6개 지역에서는 14일에서 19일까지 티베트인의 자유를 요구를 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대거 시위에 합세하여 매우 격렬한 시위를 벌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시위는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개 10~13일의 초기단계, 14~19일의 중간단계, 20일에서 티베트사태 이후 티베트를 외신기자에게 처음 개방한 26일까지의 후기단계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 티베트사태는 27일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지만 올림픽성화 봉송을 둘러싼 갈등이 전개되고 있으며, 중국 내 애국주의적 여론도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3월 티베트 시위의 역사적 배경
티베트사태에 대해 중국정부는 ‘달라이 라마 집단’이 사주한 ‘심각한 폭력사건’으로 규정하였다. 원 쟈바오(溫家寶) 총리는 3월 18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시짱에서, 주로 라싸에서 폭행, 파괴, 약탈,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에 의해 3월 14일 시위는 “분열과 반분열, 광명과 암흑의 투쟁”으로 규정되었다.
외교부 대변인 친 강(秦剛)은 3월 18일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달라이 라마는 단순한 종교인이 아니라 오랫동안 중국의 일부인 티베트를 중국에서 분리시키려는 활동을 해온 정치망명자이다. 중국 영토의 1/4에 달하는 ‘대(大)티베트’1는 존재하지 않으며, 티베트망명정부는 그들의 헌법에서 ‘대티베트’에 ‘연방민주자치공화국’을 세우려 한다고 비판했다. 친 강의 발언은 티베트가 독립국이었다는 티베트망명세력과 중국 사이에 확연한 역사적 관점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9세기 중엽 토번(吐藩)이 붕괴된 후 티베트는 400년의 분열 시기를 거쳐 불교화되었다. 13세기에는 몽골의 군사력을 빌어 400년에 걸친 분열기를 극복했다. 그러나 이것은 원(元, 1271∼1368) 제국에의 복속이라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이를 근거로 현재 중국 관방에서는 13세기 중반 이래 티베트는 중국의 일부라는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중원을 장악한 만청(滿淸) 세력이 티베트를 통합한 것은 1720년대의 일이었다. 18세기 티베트는 6차례의 원정에 의해 청(淸, 1636∼1912) 제국에 편입되었다. 그러나 청 제국 하에서 티베트는 여전히 일정한 종교적 자율성을 갖고 있었으며, 이것은 19세기 청 제국의 이완 속에서 티베트가 자립성을 강화한 기반이었다. 티베트를 시짱(西藏)과 쓰촨성의 일부, 윈난성(雲南省)의 일부, 간쑤성의 일부 등으로 나누어 지배한 청조의 분할통치는 이후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이 티베트를 중국의 일부라고 간주하는 실질적인 역사적 근거가 되었다. 현재의 성급 행정구역의 경계는 대략 청대의 분할통치 부분과 일치한다.

청 제국은 티베트 전역을 판도에 넣었지만, 청 말 청조의 약화와 영국세력의 영향력 속에서 시짱 지역은 사실상의 독립 상태가 되었다. 현재의 중국이 외몽골을 제외한 청대의 판도를 거의 그대로 계승한 것은 미국이 중국의 영토 보전과 시장개방 정책을 추진한 결과이기도 하다.
1950년 10월 인민해방군이 동부 티베트의 군사중심지인 참도(昌都)를 점령하면서 티베트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신중국의 집권세력은 1951년 5월 23일 티베트정부 대표단과 ‘티베트의 평화적인 해방에 관한 17조’ 장정을 맺었다. 이 장정은 티베트의 지위를 독립국가가 아닌 민족구역자치2를 시행하는 중국의 한 지방으로 규정한 것이었다. 티베트 정부는 1951년 10월에야 이 장정을 승인하였고, 11월에는 라싸에 인민해방군이 입성하였다.

중화인민공화국 초기에는 기존 정부와 지배층의 존재를 용납하고 포용하는 정책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1956년 소수민족 지역에 대한 ‘민주개혁’의 바람이 몰아쳤다. ‘민주개혁’은 기존의 지배층을 해체하는 매우 혁명적인 조치였다. 그에 대한 반발이 진압되면서 캄(康)동부 티베트과 암도(安多)동북부 티베트의 무장세력들이 라싸로 몰려들었다. 이는 10만여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1959년 3월 10일 봉기의 기반이 되었다. 중국 정부는 이 봉기를 진압하고 1962년 인도와의 국경분쟁을 수습한 뒤 1965년 9월 1일 티베트를 시짱자치구(西藏自治區)로 개편하였다.

요컨대 오늘의 티베트사태는 1720년 이래 청 제국의 티베트 분할 지배, 민국시기의 티베트 일부 장악, 그리고 1951년 티베트 ‘해방’, 중국식 개조에 대한 저항인 1959년 3월 봉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특히 핵심적인 계기는 1951년 중국의 티베트 접수와 1959년의 티베트 봉기라고 할 수 있으며, 3월 10일이라는 상징성 자체가 1959년 봉기로부터 시작되었다. 시위는 3월 5일 베이징에서 개막된 전국인민대표대회 기간에 벌어졌다. 그러나 중국의 정치일정보다는 3월 10일의 상징성이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티베트 시위의 역학관계
초기에 중국당국은 비폭력노선을 고수한다는 달라이 라마가 이번 시위를 주도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이에 달라이 라마는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또한 언론은 티베트의 완전한 독립을 요구하는 티베트청년회와 같은 강경파들과 온건한 고도자치노선을 추구하는 달라이 라마와의 노선 차이와 분열 가능성까지도 지적했다. 물론 티베트 정치세력 사이에도 노선차이는 존재하며 그 뿌리는 매우 깊다.
1951년 이미 라싸에서는 티베트 ‘인민회의’가 결성되어 활동을 시작했다. 1956년 티베트 외곽에서 ‘민주개혁’이 티베트사회에 혁명적인 충격을 가하자, 동부 티베트에서반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1957년 캄 출신의 반란지도자들이 ‘추니강주(四水六崗)’라는 무장저항 조직을 결성했다. 1958년부터는 티베트에 대규모 저항의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인도의 칼림퐁(Kalimpong)으로 망명한 티베트인들은 티베트자유동맹과 티베트복리협회 등을 조직하여 독립투쟁에 나섰다. 1959년의 봉기는 이렇게 다양한 조류가 합류하여 이루어진 것이었다.

달라이 라마 세대와 청년세대의 관점의 차이, 즉 고도자치노선과 완전독립노선 외에도 세대감각의 차이 등이 존재한다. 이것을 확대해 보면 2008년 3월 시위에서는 현재의 종교적 지도력과 미래의 지도력이 경합하는 양상이 보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티베트 청년세대가 비폭력노선을 버리고 무장투쟁노선을 적극적으로 채택했다는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측면은 진압군 측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1989년 봉기의 경우 사원 내부까지 무장병력이 난입하여 무차별적으로 진압한 것이 상당한 국제적 파장을 낳았고 특히 인권문제를 부각시켰다. 이번 시위 사태 과정에서 무장병력의 적극적인 사원 침탈 작전은 뚜렷이 감지되지 않았다. 단지 사원을 포위하여 승려들을 고립시키고 그들의 행동 반경을 줄였다.

이번 시위는 전적으로 외부의 기획과 조종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일부 국제적인 연계와 행동 통일의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아왕 남걔(阿旺朗吉)처럼 티베트 내부의 독립운동세력들이 티베트 내부에서 주도적으로 활약한 것으로 보인다. 체포된 시위자 중 한 명인 아왕 남걔는 1989년에도 시위에 참가했다가 복역한 경험이 있었다. 그는 이번 시위가 ‘천기(天機)’였기 때문에 일으켰다고 밝혔다. 그리고 마추현에서는 200명이 시위를 시작했지만, 최고조기에는 마추현 인구 4만 6천 명 가운데 4천여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한다.

시민참여가 이번 사태를 격화시킨 원동력이라고 봤을 때 시민들의 불만의 핵심은 무엇인가. 중국의 티베트 통합정책은 변경정책, 민족정책, 종교정책 등 다양한 정책 수단으로 추진되었다. 2006년 7월 1일의 칭짱(靑藏)철도베이징에서 칭하이성 거얼무(格爾木), 거얼무에서 라싸까지 개통된 철도 개통, 1999년 이래 서부대개발전략3 의 추진, 11차5개년계획4 의 추진에는 빛과 그늘이 모두 존재했다. 그러나 경제개발을 한다고 해도 외지인들이 많이 들어와 경제권을 장악한다면, 현지인들의 분노는 더욱 클 것이다. 깊은 불만에는 경제적 박탈감과 종교적 소외감, 정치적 독립 욕구 등이 관련되어 있다.

티베트 시위의 국제정치적 측면
1959년 14대 달라이 라마의 인도 망명은 티베트정치와 티베트학의 국제화를 야기했다. 1980년대 이전까지 달라이 라마의 국제적 지명도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말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하자,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카드로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를 활용하면서 달라이 라마는 국제적인 인물로 부상하였다. 국제적으로 달라이 라마의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스스로의 생존감각과 기획력, 티베트 불교의 매력 그리고 덩 샤오핑(鄧小平, 1904~1997)의 비정치화 노력이 중첩된 것이었다.5 특히 미국은 중국 견제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달라이 라마를 국제정치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하였다.

1980년대 말엽의 티베트는 세계적인 지도력의 탄생지였다. 티베트는 거대한 나라 중국의 주석인 후 진타오(胡錦濤)의 출세지이고, 달라이 라마가 국제적인 인물로 노벨평화상을 타게 만든 곳이었다. 후 진타오는 1989년 3월 시위에서 티베트 강경진압으로 덩 샤오핑의 눈에 들어 최고지도자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고 한다. 1989년 비폭력노선을 견지한 14대 달라이 라마는 국제적인 인물로 부각되어 노벨평화상을 탔다. 이후 중국 측은 경제개발 논리로 티베트의 ‘해방’을 넘어서 티베트 발전을 부각시켜 티베트 통합을 완수하려고 하였다. 달라이 라마 측은 종교와 문화 쪽에서 생존공간을 확보하여 상징자본을 키웠다.

그런데 지난 3월의 시위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미미했다. 미국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Nancy Pelosi)가 3월 21일 인도의 다람살라로 가서 달라이 라마를 만났지만, 그것이 티베트인들의 자유화 요구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미국의 사례에서 극명하게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번 3월 시위의 특징 중 하나는 티베트의 자유를 위한 시위에 국제사회의 지원이 1989년보다 빈약하다는 것이다. 약소국에는 외교가 없다는 격언을 상기시켜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문화계, 시민단체, 의회 등이 매우 적극적인 우려를 표명했으나, 실질적인 힘을 가진 행정부 쪽에서는 거의 움직임이 없었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국제사회 일각에서 올림픽 불참 의견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다수는 올림픽 개막행사 불참 정도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티베트인들에 대한 정신적 지원의 힘이 적은 것은 아니다. 이번 사태는 평화의 길이 얼마나 멀고 험한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