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Suharto, 1921~2008) 인도네시아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27일 87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그의 건강은 1999년부터 악화된 것으로, 사망 원인은 심장, 신장 및 폐 기능 저하에 따른 빈혈과 저혈압이었다고 한다.

1967년부터 1998년까지 32년간 인도네시아를 철권통치한 수하르토. 그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양극단에 놓여 있다. 한쪽에서는 그를 ‘국가의 영웅’이자 ‘개발의 아버지’로 칭송하는 데 반해, 다른 쪽에서는 ‘독재자’이자 ‘부패한 정치인’이라고 비난한다. 전자는 그가 이룬 경제 발전에서 기인한다. 그의 통치 기간 동안 경제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였다. 특히 1966년부터 1980년까지 인도네시아의 경제는 황금기를 구가하였다. 그 시기에는 상류층은 물론이고, 중산층 및 하류층도 삶을 즐길 수 있었다. 석유 수출 가격은 점점 상승했고 환율도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한편 그에 대항하는 사람들에 대한 가차 없는 처단은 그가 독재자라는 인상을 깊이 남겼다. 수하르토는 시위 또는 정치 운동을 조직하여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은 그가 학생이든 누구든 적으로 간주하고, 무력으로 다스렸다. 1998년 5월 14일 발생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수하르토의 철권통치, 부패, 그리고 족벌주의(族閥主義)에 저항하여 시위를 벌이던 트리삭티대학(Trisakti University) 학생 4명이 군인들의 총에 맞아 죽었다.

집권 초기 수하르토는 꽤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1969년의 인플레이션을 잘 해결하였고, 수카르노(Sukarno, 1901~1970)의 구질서(Orde Lama)체제를 자신의 신질서(Orde Baru)체제1로 전환하였다.2

 다른 나라들과 담을 쌓지 않는 자유롭고 능동적인 외교 정책을 통하여 많은 해외 원조를 얻어 냈고, 그 결과 상당한 경제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통치한 지 20년쯤 지나자 국민들은 그의 가족이 국가 경제를 독점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실제로 1980년대와 1990년대의 경제를 지배한 사람들은 그의 여섯 자녀와 친척이었다. 금융, 숙박, 농업, 교통, 미디어 관련 분야의 기업 수백 개가 그들의 소유였다. 예를 들면, 장녀 시티 하르디얀티 루크마나(Siti Hardiyanti Rukmana)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관장하고 있고, 차남 밤방 트리하트모조(Bambang Trihatmodjo)는 코코아, 목재, 호텔, 텔레비전, 자동차, 쇼핑, 보험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여 90여 개의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대기업 경영인이다. 또 다른 아들은 석유 독점 사업을 하고 있다.3

수하르토와 그의 가족이 저지른 부정부패는 1997년에 본격적으로 이슈화되었다. 대학생들은 부패한 정부에 정면으로 맞서기로 했다. 외환 위기의 원인이 된 인플레이션에 분노한 국민들도 정치적 행동을 시작하였다. 인도네시아 경제는 결국 붕괴하였고 정치상황은 말 그대로 무질서와 혼란의 연속이었다.

몇몇 대도시들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첫 폭동의 무대는 타식말라야(Tasikmalaya)였고, 공격 대상은 화교(tionghoa descent)tionghoa는 중국인이라는 뜻였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필자는 중국인 친구들의 부모님이 학교로 피신해 오고 폭도들이 여기저기에 방화를 자행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화교들이 가진 재산과 사업장을 노린 폭도들은 그들의 가게를 점거, ‘토착민 소유(Milik Pribumi)’, ‘개혁이 우선이다(Pro Reformasi)’ 등의 글을 붙이고, 약탈과 방화를 일삼았으니, 이는 곧 솔로(Solo), 자카르타(Jakarta), 수라카르타(Surakarta) 등지로 확산되어 엄청난 혼란을 야기하였다. 마침내 1998년 5월 18일, 32년의 통치를 끝으로 수하르토는 스스로 권좌에서 물러났다.

개혁 시대수하르토 하야 이후를 일컬음 초기, 정치 자유의 허용, 민주 선거 실시, 국회 및 지방의회의 정상 운영 등은 인도네시아 민주주의를 대표했다. 또 수하르토가 2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군부가 정치 일선에서 퇴장하였고 정치인 및 공무원들의 역할이 재조정되었으며, 대중매체도 정치의 이면을 폭로하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수하르토의 뒤를 이은 3대 대통령 바하루딘 유숩 하비비(Bacharuddin Jusuf Habibie, 재임기간 1998~1999)는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는 등 가장 급진적인 변화를 일구어 냈다. 1999년 10월 대선에서 승리를 거둔 압둘라만 와히드(Abdurrahman Wahid, 재임기간 1999~2001)는 정권을 교체하고 민심 수습 및 국민 통합을 위하여 노력하였다. 인도네시아 건국의 아버지 수카르노의 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Megawati Sukarnoputri, 재임기간 2001~ 2004)는 와히드가 탄핵되자, 2001년 대통령직을 승계, 부패 정권을 청산하였다. 특히 2004년 처음 직선제가 도입되어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Susilo Bambang Yudhoyono)가 6대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이것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정치적 성공이라고 하겠다. 그는 직선제를 통하여 선출된 최초의 대통령이자 뛰어난 정책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구도 수하르토와 같은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다. 그들은 풍요로웠던 그때를 회상하면서 역시 수하르토가 최고의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필자의 경험을 예로 들겠다. 대학 입학을 준비하던 시기, 필자는 국립대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하였다. 수하르토 집권기에는 대학 등록금이 지금처럼 비싸지 않았고 국립대는 사립대보다 등록금이 쌌기 때문이다. 그러나 10여 년이 흐른 지금, 등록금은 거의 20배가 인상되었으며, 국립대와 사립대 모두 똑같이 비싸다. 많은 인도네시아인들이 해외로 공부하러 나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들은 국내 대학이 요구하는 엄청난 비용을 감당하느니 차라리 외국에 나가서 영어 능력을 향상시켜 유능한 인력이 되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수하르토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너무 순진하다. 그들은 현재 인도네시아 경제가 당면한 어려움이 그가 추진한 정책의 결과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의 자유롭고 능동적인 외교 정책이 당시에 많은 기부금과 원조를 얻어낸 것만 생각하고, 후대에게 막대한 외채를 남긴 것은 생각하지 못한다. 물론 일각에서는 정부가 그의 부정부패를 낱낱이 판가름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이는 인력으로 될 일이 아닌 듯하다. 그는 이미 죽었기 때문이다.

밤방 유도요노 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하르토에게는 많은 결점이 있었다. 하지만 완벽한 사람은 없지 않은가. 국민과 국가를 섬긴 그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현하는 자리에 모두를 초대한다.” 또 그는 수하르토가 안정과 성장을 통하여 인도네시아의 발전을 주도 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일간지 〈콤빠스Kompas〉www.kompas.com에서 정치학자들은 고인에 대하여 긍정적 평가를 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왜냐하면 이러한 태도가 국민들로 하여금 그의 잘못을 잊어버리거나 용서하게 만들기 쉽고, 그렇다면 부정부패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술한 밤방 유도요노의 언급을 다시 생각해 보자. 완벽한 사람이 없다는 말은 진리이다. 살면서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라면, 또 수하르토 같은 대통령이나 정치인이 나타났을 때, 그를 용서해야 한다는 것인가? 국민을 향한 봉사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는 분명 국가의 영웅이었다. 그는 가난과 사회적·정치적 무질서로부터 국민들을 구제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는 국가를 진흙투성이로 만들어 놓았다. 그는 동티모르(East Timor), 아체(Ache), 웨스트파푸아(West Papua) 등 호아지중해(濠亞地中海)동남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 사이에 있는 바다의 몇 곳에서 자유와 인권을 잔인하게 억압하였다.4

민주주의가 출현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인도네시아에서 수하르토는 불화를 일으키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의 정치 업적에 관한 평가들은 첨예하게 대립된다. 그는 성과만큼이나 부정부패와 인권학대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가 여전히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1999년 〈타임Time〉아시아판(1999년 5월 24일자)은 ‘수하르토 주식회사’라는 표지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수하르토 가족이 730억 달러를 부정 축재했으며, 1997년 아시아금융위기 당시 대부분의 재산을 잃었음에도 여전히 150억 달러를 갖고 있음을 주장했다. 수하르토는 이에 반발해 〈타임〉을 상대로 1,890억 루피아(rupiah)인도네시아의 화폐 단위. 기호는 Rp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07년 인도네시아 대법원은 〈타임〉이 그에게 10억 루피아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5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그의 부정부패에 대한 공정한 심판이다. 그에 대한 공정한 심판은 현재 인도네시아에서는 어려울 것이다. 그가 이미 죽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도네시아는 진보와 발전의 진로를 선동할 더 강하고 견고한 지도력을 요구한다.
그를 ‘국가의 영웅’ 및 ‘개발의 아버지’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잘못된 통치가 많은 외채를 가져왔고, 그의 국제 사회에 대한 잘못된 판단이 인도네시아를 고통받게 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현재 그의 장녀는 죽은 부친을 대신해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6 그녀의 결정은 인도네시아의 미래를 변화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