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스리랑카에서 온 이주노동자가 나의 생활공간을 맴돌기 시작했다. 사업주의 폭행과 임금체납으로 고국에 안 가는 것이 아니라 못가는 것이라고 해야 말이 되는 이 친구는 이방인 취급을 받으면서도 해를 넘기며 봉사를 하고 있다. 경계의 눈초리가 아닌 진심에서 우러난 나의 태도 때문인지 마음을 터놓게 하는 눈망울을 가진 이 친구와 우연한 기회에 가까워지게 되었다. 그에 대한 잔잔한 여운으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이 가실 무렵 〈플랫폼〉에서 범 라우티의 「돌 깨는 아이들」에 대한 논평의 글을 접하게 되었다. 그 글의 저자처럼 나도 스리랑카를 동남아시아의 한 개발도상국쯤으로만 생각했지 또 하나의 돌 깨는 아이들의 모국이 될 거라는 생각은 미처 못 했다.

  그런 점에서 범 라우티는 현재, 그리고 미래에 재현될 범 라우티의 모상들에 대한 선구자적 문화전달자로서 기여한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생명의 존엄성과 평화의 소중함을 보석처럼 빛낸 이 글은 인권문제에 관한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 시대를 감안해 볼 때 남은 이주노동자들의 권위를 회복시켜주고 사회의 각성을 반추해내는 계몽적인 역할을 해냈다. 같은 맥락에서 문맹퇴치를 통해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조국을 떠나 국제 미아가 되는 제2의 범 라우티와 같은 전철을 밟는 이가 더이상 생겨나지 않기를 바라며 저자 못지않게 나 또한 이 책이 널리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이주노동자 출신 동화작가인 범 라우티에게 진심어린 존경의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