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KBS의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를 보다가 멈칫하게 된 순간이 있었다. ‘한국인이 된다면?’이라는 질문에 한국을 ‘우리나라’라고 불러보고 싶다고 한 출연자가 답하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정감있는 ‘우리’라는 단어가 사실은 우리가 아닌 그들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공간에 있으며 같은 문화를 누리면서도 한국사회와 그 의식구조 안에 ‘우리’라는 범위에서 빗겨나 있는 경계적 그들이 얼마나 많은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가리봉동과 재중동포의 이산문화」를 읽으며 버스로 지날 때 보았던 그곳의 풍경과 그때의 내 감정들을 떠올려 보았다. 중국에서는 조선족으로, 한국에서는 재중동포로 불리는, 중국인이나 한국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이들이 만들어낸 가리봉동의 풍경은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중국 도시 하나를 한국에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했다. 실제로 한국상점이 많이 진출해있는 중국 도시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중국에서의 유학경험이 있는 나에게 중국음식점, 식료품점이 즐비한 그곳이 생경한 느낌이 아닌 정겹고 그리운 것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며, 작금의 중국 유학붐·여행붐을 떠올려 볼 때 이처럼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물리적 이주뿐만 아니라 가상공간에서의 이동이 빛의 속도로 이루어지는 요즘의 영토감각으로 문화와 정체성을 논하는 것은 점점 더 무의미해질 것이다.

 따라서 이주, 문화적 섞임, 이동이 더이상 부자연스럽지 않게 되는 그때, ‘우리’의 범위는 한층 더 넓어지고 그 내용도 다양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플랫폼〉이 그에 걸리는 시간을 더욱 줄여주는 매개체가 되어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