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와카마쓰 코오지(若松孝二) 감독의 작품이 특별 상영되었다. 1963년 <달콤한 덫(甘い罠)>으로 데뷔한 후, 베를린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벽 속의 비사(壁の中の秘事)>(1965), <더럽혀진 백의(犯された白衣)>(1967), <천사의 황홀(天使の恍惚)>(1965) 등 지금까지 100편이 넘는 작품을 만들었다. 또한 아다치 마사오(足立正夫)의 <여학생 게릴라(女学生ゲリラ)>(1969)와 오오시마 나기사(大島渚)의 <사랑의 질주(愛のコリ一ダ)>(1976) 등에서는 프로듀서로 활약하였다. 에로스와 폭력을 테마로 한 전위적인 작품의 귀재로 잘 알려진 와카마쓰 감독은 21세기에 들어서 “연합적군을 제대로 영화에 담아낼 수 있다면 죽어도 좋다”고 말해왔다. 그리고 드디어 작년에 완성된 <실록-연합적군 아사마산장으로 가는 여정(実録―連合赤軍 あさま山荘への道程)>은 베를린영화제 포럼부문에 출품되어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3월 15일 도쿄(東京) 개봉을 시작으로 당시 사정을 전혀 모르는 젊은이에서부터 전후(戰後)세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관객을 불러 모으며 2개월 이상 흥행했다. 지금도 그 뜨거운 물결은 전국 각지로 퍼져가고 있다.
1960년 6월 15일 국회의사당 앞은 미일안보조약에 반대하는 10만 명의 데모대로 채워졌다. 베트남전쟁, 파리 5월혁명(1968), 중국의 문화대혁명 등으로 세계가 들끓었던 시절, 일본에도 정치의 계절이 도래한다. 등록금인상 반대운동이 발단이 된 학생운동, 도쿄대 야스다강당 봉쇄,1 산리즈카(三里塚)투쟁2, 오키나와 반환 투쟁 등 농민과 노동자들이 사회변혁을 지향하며 급속히 조직화되었고, 급진적인 젊은이들은 연합적군을 결성했다. 그들의 군사훈련과 자기비판을 통해 동지를 숙청하는 ‘총괄’내부권력에 의한 린치살인은 1972년 2월 아사마산장 점거사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이어진다.

당시 뉴스와 배우들의 재연 드라마로 만들어진 <실록-연합적군>은 매서운 눈보라 속 행군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새하얀 첫 장면에서는 와카마쓰 감독의 연민이 차가운 열기가 되어 발산한다. 또한 리더인 모리 쓰네오(森恒夫)와 나가타 히로코(永田洋子)가 떠난 뒤, 자신들이 관여했던 숙청의 뒷수습을 위해 결사의 각오로 산장을 점거한 젊은이들의 진실을 되도록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기백이 스크린에 넘쳐흐른다.
“나는 아사마산장을 빼고는 쇼오와(昭和, 1926~1989)를 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2·26사건1936년에 일어난 군부 쿠데타은 국가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아사마산장사건은 국가를 향해 총을 겨눈 최대 사건이었지만,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점 잊혀져가고 있다. 물론 사람을 죽이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그래도 나는 젊은이들이 나섰다는 점에 희망을 걸고 싶다. 그냥 조용히 대학에 다녔다면 출세가도를 달렸을 텐데, 약속된 미래를 던져버리고 나름대로 세상을 바꿔보고자 한 것이다. 그런 젊은이들이 그냥 묻혀버려서는 안 된다.”
<빛의 비(光の雨)>(2001), <돌격! 아사마산장사건(突入せよ！あさま山荘事件)>(2002) 등 아사마산장사건은 지금까지 여러 번 다루어져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와카마쓰 감독은 납득할 수 없었다고 한다.
“<빛의 비>는 연극으로도 상연되고 있는데, 등장인물의 이름을 전부 바꾸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상연했으면 했다. 내가 실명을 고집하는 것은 책임감을 갖고 그들에 대한 기록을 제대로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말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은 <돌격! 아사마산장사건>이다.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은 절대 권력의 편에 서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다. <돌격! 아사마산장사건>은 ‘경찰이 크게 활약했다, 경찰은 위대하다’고 떠들어대며, 산장에서 농성을 벌인 젊은이들에 대해서는 일체 이야기하지 않는다. 당시 산장 점거 열흘 동안 TV는 이들을 흉악범으로 보도했고 시청률은 90%에 가까웠다. 사람들에게 흉악범이라는 인식이 완전히 자리잡자, 경찰은 건물을 부수고 그들을 체포하였다. 그리고 그 후 모든 정치운동을 막아버렸다. 그때까지 학생운동을 지지해오던 사람들이나 매스컴도 180도 돌아서 그들을 테러리스트로 몰아세웠다. 나는 이런 체제의 변명을 그대로 영화화한 바보스런 감독들에게 화가 났다. 게다가 관객들이 아사마산장사건을 그렇게 인식하게 되는 건 더욱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만들겠다고 분개했었는데, 자금이 모이지 않아 완성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와카마쓰 감독은 산장을 점거했던 반도오 쿠니오(坂東國男)와 후에 일본적군에 가담한 각본가이자 감독인 아다치 마사오 등 관계자의 증언과 자료를 모아 가능한 한 진실에 다가가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일부러 픽션의 대사를 삽입했다고 고백했다.
“현장에서 줄곧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농성에 가담했던 당시 16세 카토오(加藤)에게 ‘우리는 용기가 없었다’라는 대사를 주었다. 이건 내가 현대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었던 대사다. 아무리 사실에 충실하려고 해도, 영화에는 만드는 이의 의도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분명 많은 동료들을 ‘총괄’이라는 이름 아래 죽인 것은 비참하고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들을 괴물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간부들이 모두 아랍이나 북한으로 떠나버리고, 남겨진 젊은이들은 과격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보통 사회에서도 마찬가지고, 그것이 바로 조직이다. 집단에는 반드시 권력자가 나오고, 그 권력을 지키려는 독재가 생기기 마련이다. 마오 쩌동(毛澤東, 1893~1976) 때도 그랬고, 스탈린(Iosif Vissarionovich Stalin, 1879~1953) 때도 그랬으며, 메이지유신(明治維新) 때도 얼마나 많은 숙청이 있었는가. 후카사쿠 킨지(深作欣二) 감독의 <의리없는 전쟁(仁義なき戦い)>도 연합적군을 이면의 주제로 삼아 내부항쟁을 야쿠자의 항쟁으로 바꾼 것이다.”
<실록―연합적군>은 앞으로 뉴욕의 링컨센터를 비롯해 이탈리아의 토리노, 인도의 뉴델리 등에서 영화제 상영이 결정되어 있고, 그 밖에도 세계 각지에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나는 2005년에 어머니를 금속 야구방망이로 죽이고 아키타(秋田)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아난 17세 소년을 그린 <17세의 풍경(17歳の風景)>을 촬영했는데, 지금 17세 시리즈라는 걸 구상하고 있다. 1960년 일본사회당 위원장인 아사누마 이네지로오(浅沼稲次郎, 1898~1960)를 죽인 야마구치 오토야(山口二矢, 1943~ 1960)도 17세였다. 그는 독방에서 침대시트로 목을 매 자살하면서 자신의 피로 세상에 메시지를 남겼다. 일의 좋고 나쁨을 떠나, 또 우익이든 좌익이든, 그의 모든 행동은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에서였다. 요즘은 젊은 감독들이 불치병 영화나 슬픈 멜로 영화만을 찍는 시대지만, 나는 잊혀져가고 있는 젊은이들의 마음 속 외침을 담아내고 싶었다.”
와카마쓰 감독은 “이 나이가 되어 새삼 죽을 때까지 영화를 찍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번역_ 金志松 번역가

주)
1 1969년 1월 18, 19일 일본 대학 학생운동조직인 전공투(全學共鬪會議)의 거점이었던 도쿄대학 캠퍼스를 경시청이 봉쇄 해제한 사건.
2 일본 사회운동의 유명한 2대 주민투쟁으로,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한 정부의 나리타(成田)국제공항 건설에 반대하여 일어난 산리즈카 농민의 투쟁과 일련의 사건(1966년~1978년).

久保玲子 1966년 일본 카나가와(神奈川) 출생.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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