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이 치듯, 비바람이 몰아치듯 징·장구·북·꽹과리가 울리고, 열두 발 상모와 커다란 접시는 수직과 수평으로 둥그런 원을 그리고, 동네 영감들은 막걸리 한 사발에 어깨가 들썩, 논밭의 농작물도 그 사이 훌쩍. 이러한 풍물굿은 도시에서는 분명 이채로운 것임에 틀림없다. 풍물이란 주로 농촌에서 고된 육체노동을 하던 사람들의 삶과 관련해서 만들어진 생활문화요, 생활예술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마을공동체의 풍요를 간절히 기원하던 주술적 의미가 깃들어 있으니, 당대 첨단 기술들의 경연장인 도시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도시민들에게 익숙할 리 만무하다.
사적 인간은 저마다의 추억을 미래를 향해 살아가는 정신적 자산으로 삼고, 공적 인간은 민족공동체의 전통을 미래의 부가가치를 보증할 문화적 자산으로 여기고 있는 것일까? 현재 우리나라에는 매년 1,000여 개의 지역 축제가 열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바, 그 대부분은 지역공동체의 전통문화나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 축제들이다. 올해로 열두 해를 맞는 인천부평풍물대축제가 ‘풍물’을 소재로 한 유일한 축제라는 것을 강조하면 할수록 그러한 혐의는 짙어질 뿐이다.
올해 인천부평풍물대축제 조직위원회가 내건 주제는 ‘두레, 도시를 열다’이다. 작년의 주제가 ‘두레, 도시를 걷다’였으니, 그것의 연장선임이 분명하다. 또한 ‘두레’에 초점이 있다는 것을 은연중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2004년부터 주제별 행사내용 중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풍물마당, 놀이마당, 참여마당’이란 용어가 정착된 것을 볼 때, ‘풍물’이란 단어도 이제는 하나의 중심 단어로 확고히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올해 축제는 그 핵심이 ‘풍물’과 ‘두레’에 있다는 것, 그리고 이것이 축제의 기저라는 것을 천명한 해라고 하겠다. 빈종구 부평구축제위원회 위원장이 올해의 축제 프로그램 중 지켜봐야 할 것으로 ‘대한민국창작풍물대전’(구 전국창작풍물경연대회)과 ‘인천 만·만·세’를 든 것은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창작풍물’은 이미 전통풍물이 신화화한 용어임을 전제하고 그것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자 하는 의지, ‘인천 만·만·세’는 농촌공동체로서의 두레를 도시공동체로서의 두레로 환골탈태시켜보자는 의지를 담은 표현들로 이해된다. 더욱이 이들 표현이 이전의 축제에서 사용되었던 것 중에서 선별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축제는 앞으로의 축제 방향을 가늠하는 시험 무대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문제점 지적이나 제안은 주최 측에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먼저 ‘대한민국창작풍물대전’이다. 전통풍물은 음악적 요소와 기예적 요소, 거기에 관중이 함께 어울려 호흡할 수 있는 요소를 담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창작풍물대전’은 지나치게 음악적 요소를 강조하고 있다. 풍물이 음악이기만 한가, 되돌아볼 일이다. 또한 퓨전풍물이 곧 창작풍물인가, 혹 주최 측이 이렇게 오해하도록 유도하지는 않았는지, 이 역시 되돌아볼 일이다. 전통풍물을 토대로 다양하게 변형시키려는 노력이 우선되었을 때, 거기에서 새로운 풍물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점을 대회참가자들에게 충분히 주지시켜야 할 것으로 본다. 다음으로 ‘인천 만·만·세’다. 그 이름처럼 축제 마지막에 대화합의 장을 연출해보겠다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왜 마지막인가. 축제의 모든 과정에 구경꾼으로서의 시민이 아니라 참여자로서의 시민을 구상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두레가 무엇인가. 공동체를 구성하는 성원들이 함께 해야 두레 아닌가. 경연대회는 그렇다 치더라도, 전통풍물공연팀의 공연은 공연자와 구경꾼이 함께 어울려서 신명을 풀어낼 수 있는 시간으로 적극 배려해야 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풍물은 축원풍물,마을과 마을 사람들의 평안을 기원하기 위해 행함 노작풍물,농민들이 노동의 고통을 잊고 일의 능률을 도모하기 위해 행함 걸립풍물,절의 증수기금이나 공공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행함 연희풍물마을사람들의 친목과 단합을 위해 행함 등 여러 형태가 존재했다. 이러한 전통풍물의 연희 형태를 도시 색채에 맞게 변형하려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지적해 본다. 그러자면 풍물들 간의 유기성, 그것이 연희되는 공간들 간의 유기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이런 점들은 도시축제의 기획에서 가장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 지점에서 ‘어떤 지방이나 계절 특유의 구경거리나 산물’이라는 의미도 인천부평풍물대축제라는 말을 듣는 순간 떠올릴 수 있다면, 인천부평풍물대축제는 ‘재미있는 도시축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내년을 기대해 본다.

崔元午 1966년 전남 무안생.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최근 글로 「노동과 예술―인천무형문화재 <주대소리> 공연 」 등. kols41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