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코어 배틀Choir Battle>은 글자 그대로 부자(父子)간의 한판 합창 대결이었다. 친선 방문 합동연주회를 애교있게 표현한 제목이겠거니 생각했지만, 막상 무대를 펼쳐놓고 보니 긴박감마저 들었다. 아버지(윤학원)와 아들(윤의중)이 각각 지휘하는 인천시립합창단과 창원시립합창단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승부를 펼쳤다. 음악회는 아버지와 아들, 두 지휘자가 무대로 나와 악수를 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권투경기를 시작하기 전 두 선수가 링 중앙에 나와 글러브를 맞대며 멋진 파이팅을 다짐하는 모습과도 같았다. 양쪽 합창단이 무대로 나와서 눈빛 대결을 펼치더니 가위바위보로 연주 순서를 정했다. 자기 노래만 부르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자극을 주고받으며 음악적으로 배울 점이 있으면 받아들이는 게 합동공연의 취지다. 다행히도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합창단이 연주할 때 다른 합창단은 무대 양옆에 앉아 이들의 노래를 경청했고 노래가 끝나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맞대결인 만큼 레퍼토리도 비슷하게 골랐다. 합동공연에서 범하기 쉬운 실수는 두 합창단이 전혀 딴판의 레퍼토리를 선택하는 것이다. 지휘자의 스타일도 다르고 평소 부르던 레퍼토리도 다른 게 사실이지만, 합동공연이라고 하더라도 한 무대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공연 전체의 콘셉트가 분명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인천과 창원 시립합창단의 ‘코어 배틀’은 합창단의 맞대결이라는 흥미로운 발상 못지않게 음악회 전체의 통일성 면에서 손색이 없었다. 처음엔 미국에서 요즘 잘 나가는 흑인영가negro spiritual, 미국 흑인들이 노예시대에 부르기 시작한 종교적 민요 편곡자 겸 작곡가 모세 아론(Moses Hogan)의 <엘리야 록Elijah Rock> (인천)과 <누가 방주를 지었나?Who Built the Ark?>, <주님과 함께I Want Jesus to Walk with Me>(창원) 등 주로 무반주곡을 불렀다. 에릭 위타커(Eric Whitacre)의 <다윗의 슬픔When David Heard>(인천)과 머리 셰퍼(R. Murray Schafer)의 <달빛의 비문Epitaph for Moonlight> (창원) 등 현대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위타커의 작품은 아들 압살롬을 잃은 다윗왕의 슬픔과 안타까움을 절절하게 표현해낸 곡으로 한국 합창계의 거목인 지휘자 윤학원이 아들 윤의중에 대한 사랑을 담아 낸 곡처럼 들렸다. 굳이 음식에 비유를 하자면, 인천시립합창단이 묵은 된장맛, 창원시립합창단이 상큼한 샐러드라고나 할까. 윤학원이 인천시립합창단을 맡은 게 1995년이고, 윤의중은 2005년에 창원시립합창단 지휘자로 부임했으니 합창지휘 경력 면에서도 원로와 신예의 만남이다. 윤의중이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전공한 후 합창지휘로 방향을 바꾼 데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어릴 때 어머니의 손을 잡고 아버지가 지휘하는 합창공연에 다녔을 테니까 말이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전공한 영향도 보였다. 음악의 세부처리가 분명하고 때로는 기악적인 처리가 돋보인다는 점이다.
전반전이 자못 진지했다면 응원전으로 시작된 후반전은 코믹과 대중성이 어우러진 대결이었다. 인천시립합창단이 연주한 몽골민요 〈여덟 개의 회전목마Naiman Sharag〉에서는 단원 중 한 명이 나와서 말달리는 흉내로 웃음을 자아냈다. 인천시립합창단은 모듬북, 팀파니, 2대의 피아노 반주가 어우러진 우효원의 <아! 대한민국>, 창원시립합창단은 신나는 안무에다 기타, 키보드 반주를 곁들인 가요메들리를 선보였다. 공연은 윤학원 지휘자가 연합합창단을 지휘한 〈공화국 승전가Battle Hymn of the Republic〉로 막을 내렸다. 작품에 대해서 짧게 지적하고 넘어가야겠다. 인천시립합창단의 전임작곡가로 활동 중인 우효원의 <아! 대한민국>은 타악기의 신나는 리듬이 전편에 걸쳐 깔리는 역동적인 작품이다. 2002 월드컵 때 초연된 만큼 당시의 떠들썩한 분위기를 담고 있는데, 리듬이 부각되어 연주효과 면에서는 손색이 없었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인상적인 선율이나 화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무엇보다도 칼 오르프(Carl Orff, 1895~1982)의 <카르미나 부라나Carmina Burana>1가 자꾸 연상되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주) 1 라틴어로 ‘보이에른(Beuern, 현재의 바이에른)의 시가집’이란 뜻으로, 1803년 바이에른지방의 수도원에서 발견된 중세의 시가집이다. 1936년, 독일의 작곡가 칼 오르프가 이 시가집에서 24곡의 가사를 채택하여 세속 칸타타 <카르미나 부라나>로 완성했다. 합창이 중심이며, 대규모 타악기 연주를 통해 강한 악센트의 합창리듬을 산발적 화음으로 강조한 작품이다.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코어 배틀Choir Battle>은 글자 그대로 부자(父子)간의 한판 합창 대결이었다. 친선 방문 합동연주회를 애교있게 표현한 제목이겠거니 생각했지만, 막상 무대를 펼쳐놓고 보니 긴박감마저 들었다. 아버지(윤학원)와 아들(윤의중)이 각각 지휘하는 인천시립합창단과 창원시립합창단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승부를 펼쳤다. 
전반전이 자못 진지했다면 응원전으로 시작된 후반전은 코믹과 대중성이 어우러진 대결이었다. 인천시립합창단이 연주한 몽골민요 〈여덟 개의 회전목마Naiman Sharag〉에서는 단원 중 한 명이 나와서 말달리는 흉내로 웃음을 자아냈다. 인천시립합창단은 모듬북, 팀파니, 2대의 피아노 반주가 어우러진 우효원의 <아! 대한민국>, 창원시립합창단은 신나는 안무에다 기타, 키보드 반주를 곁들인 가요메들리를 선보였다. 공연은 윤학원 지휘자가 연합합창단을 지휘한 〈공화국 승전가Battle Hymn of the Republic〉로 막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