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이민 100주년을 계기로 기획된 한국이민사박물관이 7년여의 긴 기간과 100억여 원의 거액을 들여 개관을 맞았다. 박물관 측은 “2003년 미주 이민 100주년을 맞아 우리 선조들의 해외에서의 개척자적인 삶을 기리고 그 발자취를 후손들에게 전하기 위해 인천광역시 시민들과 해외동포들이 함께 뜻을 모아서 건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사박물관”이라고 건립취지를 밝히고 있다. 이민선을 떠나보냈던 인천항 입구 월미도 남단에 아담한 모습으로 건립된 박물관은 항구를 내려다보며 100여 년을 넘나드는 ‘인류(人流)’를 회고하고 있다. 거대한 땅 미국의 국민은 처음 유럽지역 이민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신대륙으로의 이민선은 유럽대륙에서 이루지 못한 꿈의 실현을 위한 출발이었다. 이민자들은 영국의 식민지배로부터 독립을 쟁취하여 근대국민국가를 성공적으로 건설하였다. 미국이민의 성공과는 달리, 제국주의의 침략을 받은 나라 사람들의 이민은 이스라엘 민족의 이산(離散)과 같은 고난의 디아스포라(diaspora)였다. 우리나라는 1860~1910년 중국, 러시아로의 비공식 농업 이주, 1903~1905년 하와이, 멕시코로의 공식적 노동이민을 비롯하여, 1910~1945년 탈식민지 이민, 1945~1962년 탈전쟁 이민, 1962년 이후의 정착이민이라는 아픈 이민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 가운데 20세기 초 ‘부자나라’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사람 중에는 노동자의 열악한 삶을 극복하고 경제적으로 성장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같은 시기 멕시코, 쿠바로 이민한 사람 중에는 아직까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박물관 설립의 계기가 하와이 이민 100주년인 점에서 성공한 동포의 자부심의 귀환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근현대 우리의 이민은 꿈의 실현보다는 아픔이 주조를 이룬다. 자부심과 긍지의 부각에 앞서 아픔의 역사를 제대로 비추어 보아야 할 것이다. 하와이와 멕시코 이민을 상설전시에 나란히 배치한 것은 미국이민 중심의 전시를 면하려는 의도겠지만 성공한 미국이민이 주인공이 된 흐름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리가 쓰는 이민의 개념은 영어의 에미그레이션(emigration), 나가는 이민이다. 들어오는 이민, 이미그레이션(immigration)의 개념이 부재하다. 이민사박물관이 해외동포의 자부심과 긍지는 소중하게 여기는 반면, 들어온 이민, 100년 전의 우리와 닮은, 노동이민을 통해 ‘부자나라’ 한국에 들어와 한국인이 되고자 하면서도 고국의 동포임을 잊지 않는, ‘자기화된 타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거의 없다. 향후 아시아관과 유럽관 및 박물관 교육동 설치를 추진하고, 해외 한인회와 연계하여 이민정보센터의 역할을 감당함으로써 고국방문단의 자부심과 애국심을 고취하겠다는 박물관 측의 의욕은 쉽게 마련하기 어려운 재정문제 외에도 정신적 측면에서 우리 민족 중심의 일방성을 담고 있다. 자기상처 치유의 정당성에 가리운 ‘우리 안의 제국성’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낸 것이리라. 이민사박물관을 비롯하여 최근 여러 주제의 박물관이 인천광역시 곳곳에 설립된 것은 인천을 물류중심지를 넘어 문화중심지로 이미지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러 곳의 개별 박물관들을 묶어 인천문화의 정체성에 걸맞은 이미지로 구성하는 작업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이는 이민사박물관의 관리주체가, 행정편의의 속사정은 어쨌든, 서부공원사업소라는 사실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개관 경과보고를 환경녹지국장이 하는 장면은 박물관이 지니는 역사문화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역사, 문화 종사자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문제는 인천광역시 전체를 관통하는 문화중심지로서의 마스터플랜이 서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인천시, 강화군, 중구에서 나름대로 문화지도를 그리고 있는지 모르지만 인천 전체를 아우르는 역사의 정체성을 탐색하고 그것을 문화화하는 작업이 부진하다. 근대화의 창구 개항장제도는 한·중·일에만 존재한다. 한국개항의 상징인 인천에 ‘인천개항역사자료관’과 같은, 개항 전후 한국과 인천의 근현대 역사문화를 망라한 대표적인 문화기관의 설립이 긴요하다. 인천에서 동아시아를 거쳐 세계로 뻗어나가려는 인천광역시의 비전은 그 속에서 타당성을 검증받을 수 있다. 가고, 오는 이민의 자취를 그 맥락 속에서 볼 수 있었으면.
李榮昊 1955년 경남 밀양생. 인하대 사학과 교수. 저서로 『한국근대 지세제도와 농민운동』, 『동학과 농민전쟁』 등. yholee@inha.ac.kr
하와이 이민 100주년을 계기로 기획된 한국이민사박물관이 7년여의 긴 기간과 100억여 원의 거액을 들여 개관을 맞았다. 박물관 측은 “2003년 미주 이민 100주년을 맞아 우리 선조들의 해외에서의 개척자적인 삶을 기리고 그 발자취를 후손들에게 전하기 위해 인천광역시 시민들과 해외동포들이 함께 뜻을 모아서 건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사박물관”이라고 건립취지를 밝히고 있다. 이민선을 떠나보냈던 인천항 입구 월미도 남단에 아담한 모습으로 건립된 박물관은 항구를 내려다보며 100여 년을 넘나드는 ‘인류(人流)’를 회고하고 있다.
우리가 쓰는 이민의 개념은 영어의 에미그레이션(emigration), 나가는 이민이다. 들어오는 이민, 이미그레이션(immigration)의 개념이 부재하다. 이민사박물관이 해외동포의 자부심과 긍지는 소중하게 여기는 반면, 들어온 이민, 100년 전의 우리와 닮은, 노동이민을 통해 ‘부자나라’ 한국에 들어와 한국인이 되고자 하면서도 고국의 동포임을 잊지 않는, ‘자기화된 타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거의 없다. 향후 아시아관과 유럽관 및 박물관 교육동 설치를 추진하고, 해외 한인회와 연계하여 이민정보센터의 역할을 감당함으로써 고국방문단의 자부심과 애국심을 고취하겠다는 박물관 측의 의욕은 쉽게 마련하기 어려운 재정문제 외에도 정신적 측면에서 우리 민족 중심의 일방성을 담고 있다. 자기상처 치유의 정당성에 가리운 ‘우리 안의 제국성’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낸 것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