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일부터 5일까지 제2차 한중작가회의가 열렸다. 한국의 파라다이스문화재단과 인하대학, 그리고 중국 푸단대학(復旦大學)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첫 날과 둘째 날은 인하대학교 국제회의장에서 시와 소설 분과로 나누어 작품을 낭송하고 토론을 벌였다. 한국 작가의 작품은 중국 작가가, 중국 작가의 작품은 한국 작가가 낭송했다. 자신의 작품이 타국의 언어로 낭송되는 느낌을 모두 각별하게 받아들였다. 한때 언어와 문화를 부분적으로나마 공유했던 두 나라여서인지 분위기는 금방 가족적으로 변했는데, 거기에는 작가들 특유의 유머와 여유가 한몫 했다. 그러나 토론은 날카롭고 진지하게 진행되었으며, 두 나라 문학 사이에 존재하는 분명한 거리와 차이를 발견하기도 했다. 나머지 사흘은 안동 하회마을과 경남 통영 일대를 돌며 전통문화와 역사, 일상사의 소소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대화를 격의 없이 나누었다. 이번 한중작가회의의 주제는 ‘한류(韓流)/한류(漢流) 현상과 문학의 위상’이었다. 한(韓/漢)류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이며, 이에 대한 문학의 역할과 대응은 어떠해야 할지 묻고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국가 간에는 어쩔 수 없는 지리적 거리가 존재하고, 역사발전에 따른 시간적 거리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 두 축의 ‘거리’가 교통통신 수단의 획기적인 발달과 산업발전모델의 유사성으로 인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거리의 소멸이란 차이의 소멸이다. 중국과 한국 사이의 지리적·시간적 거리 소멸 현상의 이유를 한류(韓流) 혹은 한류(漢流)라는 이름의 교류(交流)에서 찾기도 한다. 그러나 한중교류에서는 마늘과 반도체로 대표되는 산업 생산품이 우선했고, 장쟈졔(張家界)중국 후난성의 유명한 여행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와 <대장금(大長今)>(MBC, 2003~2004)으로 대표되는 작금의 여행 및 문화상품이 뒤를 이었다. 말하자면 교류가 아닌 교역(交易)인 셈이었다. 물건을 나누어 서로의 이득을 도모하는 차원의 것을 진정한 의미의 교류라 할 수 없다. 이 시점에서 문학과 문학인 교류가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학이란 언어예술이다. 언어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인간만이 발명하고 활용하는 놀라운 소통의 수단이다. 이러한 언어는 단순히 어떤 대상을 지시하는 기능을 넘어 의미를 내장하고 확장하는 의미체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지시와 소통의 수단을 넘어 사고와 정신에 이른 언어는 존재자체 또는 세계자체라는 게 사계(斯界)의 정설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하여 언어란 그것을 발명한 인간을 오히려 간섭하고 지배하는 독립적 권력을 갖는다. 언어를 운용하는 주체들이 새삼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될 점이다. 언어는 의미가 되고, 사고와 정신이 되고, 운용하고 가르치기에 따라 이데올로기가 된다. 또한 그것으로부터의 자유와 해방을 도모하는 일 역시 언어를 통하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다. 여기에서 억압하는 언어와 해방하는 언어가 나뉘게 마련이며, 문학은 당연 해방의 언어 쪽이다. 그러나 문학은 각각의 민족과 국가의 성쇠에 따라 정치 사회 권력의 영향을 받아, 사회구성원을 지배하고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일본의 지배와 전쟁, 분단과 독재의 세월이 우리의 문학을 왜곡시켰고, 중국의 경우엔 일당독재체제와 문화대혁명의 오랜 그늘이 그러했다. 그것에 대한 이른바 저항의 문학이라는 것도 결국 전일적인 목적문학을 지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문학 본연의 해방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우선 문학과 문학인이 이러한 언어의 속성을 간파하고 예술적 독립의 입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한중작가들은 의견을 달리할 수 없었다. 문학인의 조국은 오직 문학뿐이라는 것. 한중 간 문학적 소명에는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차이가 무화(無化)된 공간에 피어나는 것은 그러므로 한국문학과 중국문학이라는 두 개의 푯대 문학이 아닌, 수천수만 개의 제각기 아름다운 꽃들로 재차이화(再差異化)하는 문학일 것이다. 문학 교류란 그러한 것이라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양국가의 제반 현실이 그 원칙의 실현을 지연시키리라는 점 또한 작가들은 솔직히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그 교류의 두 걸음을 성큼 떼어 놓았다는 것, 설령 그 목적지가 끝내 다다를 수 없는 이상향이라 할지라도 이 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상호 격려 속에, 내년에 다시 중국에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제2차 한중작가회의는 막을 내렸다.
문학이란 언어예술이다. 언어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인간만이 발명하고 활용하는 놀라운 소통의 수단이다. 이러한 언어는 단순히 어떤 대상을 지시하는 기능을 넘어 의미를 내장하고 확장하는 의미체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지시와 소통의 수단을 넘어 사고와 정신에 이른 언어는 존재자체 또는 세계자체라는 게 사계(斯界)의 정설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하여 언어란 그것을 발명한 인간을 오히려 간섭하고 지배하는 독립적 권력을 갖는다. 언어를 운용하는 주체들이 새삼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될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