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잡지를 많이 구독하는 편은 아니지만, 한 권의 무거운 책이 아닌 가볍지만 영양 충만한 잡지의 위력을 모르는 바 아니다. 시의성을 충분히 발휘하며, 현장감 있는 소식을 속도감 있게 전해주는 잡지의 매력은 책의 무게감을 때로는 경쾌하게 넘어선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아시아문화비평지 〈플랫폼〉. 문화를 다루는 잡지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아시아문화를 본격적으로 다룬 잡지는 처음인 듯하다. 처음 맛보는 음식처럼 혀끝으로 전해지는 긴장감을 한껏 즐기면서 ‘플랫폼’에 첫발을 내딛어 보았다.
  최근 ‘동아시아’라는 화두는 인문학 전반에 있는 듯하다. 구체적인 역사적 실증에서부터 그 방법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학문 영역에 ‘동아시아’가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방식으로 재구되고 있는 동아시아가 무엇 때문에 논구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다. 단순히 공간을 재구성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그 현실적 필요성에 대한 이론적, 인식론적 차원의 깊이 있는 논의가 우선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플랫폼〉에 대한 첫인상과 바람 역시 이와 같은 아쉬움에서 출발하였다. 〈플랫폼〉의 내용들은 아시아라는 대상을 다루고는 있지만 그것에 대한 담론적, 인식론적 측면에서의 접근이 아쉬웠다. 특히 특집으로 다루어졌던 ‘세계 박람회, 시카고에서 여수까지’의 경우 과거 박람회의 모습들을 단순한 스케치 이상의 수준으로 끌어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 우리가 약 100년 전의 박람회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면 그 이유는 단순히 그것의 재구성 혹은 복원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 기억을 다시 들추어내는 근본적인 이유 역시 물어야 한다.
  특집 외에도 지나치게 다양한 글들을 실으려다 보니 글이 쓰다 만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아시아라는 엄청난(?) 대상을 다루는 만큼 한 편 한 편의 글이 그 분량을 어느 정도 확보한 상태에서 내실을 기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글의 심도가 얕아지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동아시아라는 공간이 지금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배경에는 아마도 ‘전지구화’라는 초국적 자본의 시대를 새롭게 고찰할 수 있는 시공간적 근거지를 마련하기 위한 지적 필요성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창간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잡지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 같아 한편으론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아시아라는 드넓은 공간을 횡단하는 열차를 올라탈 수 있는 플랫폼이 튼튼해지지 않는다면 열차 또한 출발할 수 없을 것이다.

  보다 심도 있는 내용으로 〈플랫폼〉이 아시아 횡단열차의 확고한 출발점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