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재중동포를 조선족이라 부른다. 조선족이란 말은 중국의 한족들이 동북삼성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 민족들을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붙인 말이다. 한반도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들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재중동포들을 조선족이라 부른다. 그들도 분명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와 같은 뿌리를 가진 민족이지만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을 조선족이라 부르며 다른 민족으로 취급하는 듯하다. 중국에서 이민족 취급을 받는 재중동포들은 한반도에서도 이민족 취급을 받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조선족이라 불리는 재중동포들뿐만 아니다. 러시아인들은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에 끌려간 우리와 같은 뿌리의 사람들을 고려인이라 부르며 이민족 취급하고 있다. 한반도에 거주하는 한민족이 중국에 거주하는 한민족과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는 한민족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는 모습을 주변에서 종종 목격할 수 있다. 한반도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들을 조선족, 고려인이라 부르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같은 그들을 다른 민족 취급하며 경시하고 그들과 분리된 삶을 살길 바란다.

  이민주의 「가리봉동과 재중동포의 이산문화」라는 글에서 가리봉동에 모여 사는 재중동포들의 모습을 만났을 때 일단 ‘재중동포’란 용어를 사용한 점이 반가웠지만 그들이 한국의 보통 사람들의 거주지에 쉽게 스며들지 못하고 특정 지역에 모여 살아야만 하는 현실의 무거움에 가슴이 아팠다. 우리 주변 국가엔 많은 동포들이 살고 있다. 이제 그들이 한국이란 그들의 뿌리에서 주변이 아닌 중심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