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無料)’라는 명분으로 관람이 강제되던 영화가 있었다. 관객은 보고 싶은 영화를 위해 10여분은 족히 걸리는 보도영상물을 때로는 졸며, 때로는 담배와 커피를 벗 삼아 이겨내야 했다. 1994년 이전까지 극장에서 펼쳐지던 풍경의 일면이며, 그 주인공은 바로 〈대한뉴스〉였다. 해방 이후 텔레비전이 대중화되기 이전인 1960년대 말까지 〈대한뉴스〉는 현대사의 주요 사회현안을 기록한 국내 유일의 영상매체였다. 전차가 다니던 서울풍경이나 한복 복장에 죽창을 들고 38선을 지키던 국방경비대, 월남파병 등이 〈대한뉴스〉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우리사회의 ‘공인’된 기록매체로 명맥을 유지하던 〈대한뉴스〉는 점차 지배 권력의 이데올로기 장치로 변질되었다. 특히 1970년대 박정희(朴正熙, 1917~1979) 유신정권 이후 두드러진 대통령 동정보도 확대와 국가정책 홍보기능 강화는 〈대한뉴스〉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야기하였다. 한편 텔레비전 등장으로 인한 보도기능 축소와 뉴스 상영으로 상업영화 1회분의 시간을 날려야 했던 극장주들의 반발은 1994년 2040호를 마지막으로 〈대한뉴스〉를 폐지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대한뉴스〉가 기록의 대상을 선택하고 보도하는 방식은 다분히 중앙정부의 필요에 따랐다. 다양한 차원의 관점과 주장들이 공존하기 보다는 중앙정부의 정책을 홍보하고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선전’만이 천편일률적으로 반복되었다. 〈대한뉴스〉가 제작되던 1945년부터 1994년까지 40여 년은 우리사회가 정치·경제적으로 압축적인 근대화과정을 밟아온 시기였다. 바로 이 시기에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홍보해야 할 사회적 현안은 무엇이었을까? 근대화에 필요한 경제개발과 이에 수반되는 사회적 저항에 대한 억압이 그 중심을 이루었다. 산업근대화에 필요한 각종 경제기반시설 구축, 북한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유입의 차단, 경영자 중심의 산업체계 편재 등이 정부가 앞장서 선전했던 정책과제였다.
중앙정부의 이해를 대변하는 선전매체였던 〈대한뉴스〉가 지방을 기록하는 방식 또한 이러한 필요에 종속되었는데, 인천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국가정책방송원의 온라인서비스 e-영상역사관(http://film.ktv.go.kr)은 〈대한뉴스〉 2만분 분량의 영상기록을 총 12,703개의 세부항목으로 나누어 제공하고 있는데, 주제어 검색을 통해 약 150여 개의 인천관련 뉴스를 찾아볼 수 있다.1 인천의 지역성이나 인천시민의 특징을 독립적으로 보도한 사례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뉴스〉는 여러 각도에서 인천을 기록함은 물론 도시정체성과 시민의 성향을 간접적으로 규정한다. 흥미로운 점은 〈대한뉴스〉의 인천기록 상당부분이 근대화과정에서 정부가 앞장서 홍보했던 정책현안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있다는 사실이다.

〈대한뉴스〉의 인천기록 중 가장 많은 분량이 지역의 산업인프라 구축 및 도시개발 현황과 관련한 내용들이다. 인천항, 경인고속도로와 경인전철 그리고 영종도 신공항 등 산업근대화 과정에서 건설된 주요 경제기반시설을 보도하는 관점은 지역도시의 경제발전에 주목하기보다는 중앙정부의 경제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구체적 실례로 다루는 특징을 보인다. 예를 들어, 인천항과 경인고속도로 개발현황을 다루고 있는 〈대한뉴스 1854호〉를 보자. 내레이션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하여 항만확장을 추진할 예정이며, 원활한 도로교통을 위해 예정보다 앞당겨 고속도로 확장공사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정책의지를 대변한다. 결과적으로 인천항과 경인고속도로의 문제가 정부의 정책 개입으로 신속히 해결될 것이라는 의미가 생성됨으로써, 정부의 노력과 치적을 과시하는 홍보효과가 발생한다. 〈대한뉴스〉에 기록된 인천지역의 산업인프라 구축 및 도시개발 현황은 인천이란 지역적 관점보다는 중앙정부의 정책을 홍보하고 정권의 치적을 과시하는 〈대한뉴스〉 본래의 제작취지에 따라 보도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인천의 도시개발을 둘러싼 지역적 담론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인천은 산업근대화를 위해 중앙정부가 추진한 다양한 경제기반시설 건립에 필요한 장소였을 뿐, 독자적인 도시정체성을 확보한 지역으로 기록되지 않았다.
〈대한뉴스〉의 인천기록에서 발견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인천이 반공이데올로기의 거점으로 인식되도록 유인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남북분계선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에 근거한 뉴스와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한 인천시민들의 반대집회를 보도하는 뉴스에서 가장 명확하게 나타난다. 예컨대 1953년 휴전중립국감시위원단 일부의 북한 스파이 행위에 대한 규탄집회를 기록한 〈대한뉴스 63호〉, 백령도 해역의 남한 고기잡이 어선을 공격한 북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소개한 〈대한뉴스 971호〉, 그리고 서해안 근해에 침입한 북한 간첩선 신고자를 환영하는 인천시민들을 담은 〈대한뉴스 1290호〉는 인천의 지역성은 물론, 인천시민들 역시 반공 이데올로기로 무장되어 있음을 강조한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이들 뉴스는 내레이션에 의한 의미규정 이외에 영상자료 또한 북한의 행위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시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직접적으로 인천의 지역성과 시민들의 성향을 반공주의적 관점에서 규정한다고 하겠다. 인천이 수도권에 인접한 항구도시이며 남북분계선에 인접한 서해안 해역을 권역으로 포함하고 있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리적 특성이 〈대한뉴스〉가 보도되던 당시의 시점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당대의 사회적 현안과 어떻게 관련지어 의미화되는지는 제작진의 선택문제다. 바로 이러한 선택의 지점에서 〈대한뉴스〉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인천의 지역성과 시민들의 성향을 반공이데올로기와 연계시킴으로써, 정부의 반공주의 정책을 선전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던 것이다.

〈대한뉴스〉의 인천기록 중 현실과 괴리가 가장 큰 분야는 노사(勞使)문제에 대한 보도이다. 개항 이후 항만과 공업단지가 발달한 인천은 노동운동의 중심지로 성장해왔다. 해방이후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 활동, 1970년대의 동일방직 ‘똥물투척사건’ 그리고 1980년대 대학생 출신 활동가들의 노동조합 활동 등 인천은 노동운동사의 대표적 지역사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한뉴스〉는 인천에 소재한 기업이나 노동조합 활동을 보도함에 있어 이와 반대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특징을 보인다. 보도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대통령의 공장시찰 보도, 국가 경제발전에 모범이 되는 근로자상(像) 취재 그리고 노사협력의 모범이 되는 인천소재 기업을 소개한 뉴스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 모두 국가 경쟁력 제고의 최우선 과제인 노사협력에 성공적인 기업만을 한정적으로 소개함으로써, 민주노조와 노동운동이 발달한 인천의 지역적 특성을 탈각시키는 기능을 한다. 노사화합의 모범사례에만 한정함으로써, 한국 노동운동의 중심을 이루었던 인천의 지역적 특성을 소외시킨다.
이와 같은 〈대한뉴스〉의 보도경향을 볼 때, 인천기록에는 지역적 관점이 부재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산업근대화의 상징, 반공이데올로기의 거점, 노사화합의 모범사례로 나누어 살펴본 인천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대한뉴스〉는 중앙정부의 외부자적 관점에서 정부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인천이란 특정지역을 이용했을 뿐이다. 다양한 인천이야기들이 경쟁하고 공존하기보다는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관점만이 반복적으로 강요됨으로써, 인천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해석이 원천적으로 억압되었다.
그렇다면, 인천의 내부자적 시선에서 도시정체성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은 없었던 것일까? 최근의 도시정체성에 대한 연구는 인천의 역사를 되짚어보거나, 지리적 또는 행정구역의 변화를 추적하거나, 정주인구의 변동 추이에 주목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통해 전통과 단절된 기형적 도시성장에 대한 지적과 위성도시로서의 주변성 강조 그리고 다양한 이국문화가 융합되어 있는 특수성이 부각되기도 한다.2 관점과 해석의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인천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내부의 시선으로 도시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대한뉴스〉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한편 역사를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개인에 대한 구술채록이 인천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인천예총 문인협회의 원로작가 구술채록, 남구학산문화원의 남구주민 구술자서전 그리고 인천문화재단의 문화예술인 영상구술채록 등이 그것이다. ‘선택과 배제’에 기초해 모든 차이를 부정하며 전체로 묶어내는 위로부터의 역사쓰기와 달리, 다양한 개인들의 기록되지 않은 기억에 착목하는 구술채록을 통해 보다 포괄적인 인천 이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뉴스〉와 같은 정치권력이자 매체권력의 전횡적인 도시정체성 규정으로부터 탈피하여 흩어진 개인과 집단의 기억을 되살리는 내부자의 시선으로 인천의 역사를 재정립함으로써 인천의 현재를 직시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시야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주)
1 인천관련 대한뉴스에 대한 세부목록은 허은광, 「대한뉴스의 인천기록에 대한 비판적 고찰」, 『인천학 연구 8』(인천학연구원 2008) 305~308면 참조.
2 인천의 도시정체성에 대한 최근의 연구는 김종혁,「영역의 변화와 인천의 정체성」, 『한권으로 읽는 仁川』(인천발전연구원, 2005), 56~67면, 김창수, 「인천 혹은 해양문화융합도시」, 『인천공부』(다인아트, 2005), 233~247면, 이안, 『仁川 근대도시 형성과 건축』(다인아트, 2005), 45~77쪽 참조.

許恩光 1972년 서울생. 인천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최근 글로 「카파의 프레임으로 전쟁을 기억하다」, 「참여 다큐멘터리 장르 연구」 등. ekhuh@ifa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