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은 우리에게 각 지역의 다양하고 생동감 있는 언어 양상을 보여준다. 이러한 방언은 한국어 역사의 지리적 투영이다. 가령 ‘키(箕)’의 방언은 크게 ‘키’계열(키, 치)과 ‘쳉이’계열(쳉이, 칭이, 켕이 등)로 나뉘어 한반도 남부를 서북과 동남으로 비스듬히 가르면서 분포한다. ‘키’는 훈민정음에서 ‘키’로 나타나는데 ‘치’는 이것이 구개음화된 것이다. 또 ‘쳉이’나 ‘켕이’는 ‘치’나 ‘키’에 ‘엥이’가 붙어 형성된 것이다(본 책 지도 013 참조).
방언은 또한 각 지역의 문화나 삶의 모습을 잘 드러내 보인다. 가령 ‘호미씻이’계열의 방언인 ‘호미씻에’, ‘호무씻이’, ‘호미걸이’ 등은 주로 중부지방에 분포하는데, 이에 반해 전남이나 경남북에는 이에 해당하는 방언이 보이지 않는다. 이는 이 지역에 ‘호미씻이’(김매기를 마친 후 7월쯤 하루 날을 잡아 일꾼들이 풍악을 울리며 술을 마시고 노는 일)에 해당하는 민속이 없기 때문이다(본 책 지도 008 참조).
따라서 방언에 대한 연구는 우리 민족이 형성되어 온 과정 자체에 대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방언을 ‘사투리’라 생각해왔다. 방송의 드라마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특정 지역의 삶의 모습이나 사람들의 성격을 과장하여 희화하거나 비하하고자 할 때, 해당 지역 방언을 사용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게 된 데는 개화기 이래 통일된 국어의 건설이 국가와 민족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믿어왔던 시절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는 당시로서 매우 중요한 일이었지만 한편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서 우리들은 오랫동안 표준어에서 벗어난 언어 구사는 모두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옳지 않다. 글로벌리즘과 신자유주의시대의 현대 인류사회에서 수많은 약소민족의 언어와 문화가 소멸될 상황을 인류의 다양성 위기로 보고 보존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우리의 방언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국언어지도』의 발간은 이러한 점에서 매우 뜻 깊은 것이다. 이 책은 이 분야의 권위자인 이익섭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하여 전광현 단국대 명예교수, 이광호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이병근 서울대 명예교수, 최명옥 서울대 교수가 한국정신문화연구원(한국학중앙연구원 전신)에서 1987년부터 1995년 사이에 편찬한 『한국방언자료집』 자료 가운데 153개의 어휘 항목을 지도화한 것이다. 이들 어휘 항목은 주로 생활, 농업 및 어업에 관련된 140개의 명사와 13개의 동사 및 형용사의 활용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해당어의 방언형 제시와 전국적인 분포, 그리고 방언형 형성과정에 대한 어원적 설명을 함께 하고 있다. 이 책은 한국어 연구에 크게 기여함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방언에 대한 정보에 접할 기회를 제공하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국어학계의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방언지도는 현재까지 완성되고 있지 못하다. 특히 북한 방언이 아직까지도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일이다. 현재 북한어는 1966년 제정된 문화어를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다. 문화어는 각 지역의 방언적 특성과는 직접 연결되지 않는 인공어이며, 또한 인구의 재배치로 인해 그 본 모습을 많이 상실한 상태이다. 원래의 북한 방언 구사자들이 아직 생존해 있으므로 시급히 북한 방언이 정리되어야 한다. 현재 이를 위해 남북 학자들이 서로 협력하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더불어 중국 연변지역을 비롯한 한국인 거주지역의 언어도 전부 조사 정리되기를 희망한다. 이들도 소중한 한국어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많은 어휘 항목에 대해 북한을 포함한 전국의 방언 분포지도가 작성되고, 중국 조선족 자치구의 한국어도 방언지도로 정리가 된다면 이는 민족어와 민족문화에 대한 큰 위업이 될 것이다.

安明哲 1956년 서울생. 인하대 한국어문학전공 교수. 최근 글로 『바른생활과 문법』, 『역주 월남망국사』 등. mcahn@in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