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화(林和, 1908~1953)는 근대문학사에서 가장 문제적인 인물 중 한 명이다. 1920~1930년대를 주름잡았던 프롤레타리아문학의 대표 시인이었고, 일제 식민지시대에서 해방 직후에 걸쳐 전개된 변혁적인 문학운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문학담론 생산에 있어 누구보다 치열하여 이후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남긴 문학인이라 할 수 있다. 그가 남긴 리얼리즘론이나 소설론, 문학사론과 문학사연구, 또 이를 바탕으로 정초된 해방 직후의 민족문학론은 이후 진보적인 남한의 문학운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또 그는 평론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신문학사 연구’에 나서, 오늘날의 현대문학 연구분야를 개척한 문학사가(文學史家)이기도 했다. 비록 신소설 연구에서 더 이상의 진전을 보지 못하였지만, 그의 문학사 연구성과는 이후 남한에서 근대문학 연구가 본격화하는 데 하나의 튼튼한 밑받침 역할을 하였다.
임화는 최재서(崔載瑞, 1908~1964), 백철(白鐵, 1908~1985), 김기림(金起林, 1908 ~?), 유치환(柳致環, 1908~1967) 등 쟁쟁한 여타 문학인들과 함께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데, 때마침 거의 최초라고 할 수 있는 임화 평전이 씌어졌다. 김윤식(金允植)의 『그들의 문학과 생애, 임화』가 그것으로, 이로써 우리는 임화의 생애와 문학에 대한 충실한 평전 한 권을 갖게 되었다. 사실 김윤식은 임화 연구의 선편을 쥐었고 가장 주목할 만한 연구업적을 생산해왔다. 월북문인에 대해 연구조차 금기시되던 시절, 그의 초창기 걸작 『한국근대문예비평사연구』(1973)는 프롤레타리아문학 비평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서로서 임화에 대해서도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부록으로 「임화연구」를 실어 임화에 대한 입문서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그 뒤로도 김윤식은 임화를 비롯한 한국 근대문학사상에 대해 수많은 연구업적을 내놓았으며, 특히 1989년에 출간한 두툼한 『임화연구』는 당대 수많은 문학인들과의 연관 속에서 임화 문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충실한 해명을 해주었다.

『그들의 문학과 생애, 임화』는 주로 임화가 어떠한 동기로 문학을 하게 되고, 그 뒤 어떠한 변화를 겪는지를 서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임화는 다방면에 걸쳐 활동했을 뿐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변신을 통해 문학 및 문학운동의 색다른 경지를 개척해 나갔고, 마침내 정치와 문학이 맞부딪혔던 해방공간과 그 연장으로서의 한국전쟁에서 산화해갔다. 이 저서는 임화의 그토록 불꽃 같았던 변화와 비극적 결말에 이르는 과정을 찬찬히 추적하고 있다. 변신의 기본적인 동기는 어려서 가출 경험을 한 임화가 끊임없이 영혼의 갈증을 채우기 위하여 모범이 되어줄 이상적이고 상징적인 ‘아비’(자기 동일성의 확보를 위한)를 찾아 나섰다는 데에 있다. 모더니즘 편향(偏向)에서 출발한 임화에게, 그 아비는 김기진(金基鎭, 1903~1985)과의 논쟁을 통해 카프(KAPF)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 동맹의 좌장으로 떠오른 박영희(朴英熙, 1901~?)였다가, 공산당운동에 더 가까이 다가가 있던 카프 도쿄지부의 이북만(李北滿, 1908~?)이었다. 그러다가 더는 이상적인 상을 찾지 못하게 되자 스스로 카프 서기장이 되어 아비가 되었다. 그는 운동으로서의 문학이 불가능해지자 리얼리즘론이나 문학사론을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용인하게 되고, 역사의 방향성을 전체주의에서 찾는 등 ‘전향’을 거쳤다. 해방 직후에는 시인으로서 전향에 대한 참회로 출발하였으나, 남로당남조선노동당, 1946년 서울에서 결성된 공산주의 정당의 정치운동에 뛰어들면서 시인이자 시인이 아니게 되었다. 그 후 임화는 한국전쟁 때 서울로 돌아와 전쟁으로 행방이 묘연해진 딸을 찾는 시를 쓰면서 다시 시인으로 돌아왔고, 이것이 결국 그에게 최후를 선사했다. 정치가 과열된 마당에 시인으로 회귀한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임화가 일제 식민지시대부터 해방 직후 기간에 걸쳐 화려한 문학세계를 펼쳐가다가 장렬하게 산화해간 과정을 정리해놓고 있지만, 그 과정을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심리적인 동기로만 설명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불만도 없지 않다. 그로 인해 임화가 1930년대 후반 이후 프로문학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여 끊임없는 이론적 모색을 통해 평론과 문학사 분야에서 탁월한 성취를 낳은 점은 제대로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또 그의 ‘사상적 전향’도 전체주의의 승인이라 보기 어려운 점이 있는데, 이 미묘한 차이를 읽어내지 않고 있는 듯 보인다. 아울러 임화의 당시 문학 활동이 전반적으로 사회주의운동과의 연관 하에서 이루어졌으므로, 사회사, 사상사적 측면에서의 접근도 필요할 것이지만 이에 대한 배려도 찾기 어렵다. 이러한 보충은 물론 후학들에 의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辛承燁 1952년 부산생. 문학평론가. 인하대 강사. 최근 글로 「20세기 민족문학론의 패러다임에 대한 몇 가지 반성」, 「흔들리는 민족문학」 등. shdw324@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