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68혁명 40주년이다. 우리가 40년이나 지난 일을 되돌아보려고 하는 이유는 기억과 반추를 통해 되살아나는 것이 과거의 것이 아니라 현재의 것이거나 미래의 것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계사적 맥락에서 68혁명을 되짚어보는 일은 현실과 미래를 조망하는 일이어야 한다.
학자들은 68혁명이라고 일컫는 1967~1970년2의 세계적 봉기가 역사상 1848~ 1849년,1 1905~1907년2의 세계적 봉기에 비견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수백만 명의 학생, 노동자, 시민들은 기존 질서에 대한 거부를 조직하였고 저항을 분출시켰다. 보이콧(boycott),비폭력의 위협행위 총파업, 가두시위, 점거, 연좌농성, 집회와 토론 등 다양한 형태의 행동들이 국가와 이념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연쇄반응을 일으켰다. 1848년, 1905년, 1968년의 세계적 봉기는 미국독립혁명(1776)이나 프랑스혁명(1789), 그리고 러시아혁명(1917)1917년 11월 러시아에서 발생한 프롤레타리아 혁명과는 달리 정치권력의 획득에는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정치권력의 획득에 이르지 못했다고 해서 이를 실패라고 규정할 수 없다. 68혁명의 원인과 그 결과는 지속적으로 이후의 세계에 영향을 미쳤으며, 그 영향의 외연은 넓고 내포는 깊다.
1967년부터 1970년에 이르는 세계적 봉기의 한복판이라 할 1968년의 연대기는 대격변이라는 말에 어울릴 만한 사건들로 가득 차 있다. 우선 그 연대기의 첫머리에는 베트남 민족해방전쟁의 분수령인 구정공세(Tet Offensive)1월 구정 직후 베트콩이 대대적으로 감행한 도시게릴라전가 있다. 구정공세는 베트남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전쟁기계’를 자신들의 조국에서 몰아내기 위한 투쟁의 한 전환점이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베트남인들의 투쟁은 그들의 승리로 귀결되었고, 독립과 통일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미국을 상대로 벌인 베트남인들의 투쟁이 끼친 여파는 컸다. 유럽 대륙에서는 ‘제2의, 제3의 베트남을 만들어내자’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파리와 프라하, 런던과 시카고, 워싱턴과 도쿄 등 전 세계의 주요 도시에서 펼쳐졌던 반전 시위에서는 베트남인들의 투쟁에 대한 연대의 뜻이 표출되었다.

68혁명의 중요한 일면은 반전운동이 학생운동과 연계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학생운동은 반문화, 청년문화, 히피문화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새로운 문화운동과 결합되어 있었다. 1968년부터 1969년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의 봉기가 일어났던 나라들을 지도로 표시해 보면, 그것이 말 그대로 지구적인 봉기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낭테르(Nanterre) 대학의 점거, 점거를 해산하고자 하는 경찰과의 충돌, 대학의 폐쇄 조치, 파리의 시가지에 세워진 바리케이드와 시가전, 소르본느(Sorbonne) 대학과 오데옹극장(Théâtre Royal de l’Odéon)의 점거가 일련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파리만이 아니었다. 폴란드의 바르샤바, 미국의 컬럼비아, 이탈리아의 밀라노,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스페인의 마드리드, 체코슬로바키아의 프라하, 멕시코의 멕시코시티 등에서 학생들의 봉기가 이어졌다.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학생들의 봉기는 기존 체제를 뛰어넘어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에 대한 상상력을 촉발하면서 연쇄작용을 일으키는 듯했다. 기존의 정치, 교육, 문화에 대한 의문은 확산되었고, 이제까지 주목의 대상이 아니었던 새로운 주체의 등장을 촉발했다.
1968년 학생운동이 왜 그렇게 지구적인 규모로 팽창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존재한다. 그 가운데 설득력이 있는 것은 오늘날 우리가 ‘지구화 혹은 세계화’라고 말하는 물적 조건이 형성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국가경제는 세계경제와 더욱더 상호 침투하면서 하나의 지구를 만들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권위주의적 체제를 넘어 새로운 사회의 창출 가능성에 대한 해방의 상상력은 여전히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오늘의 시점에서 되짚어보면 68혁명을 계기로 인류의 인식 지도에 생긴 균열은 분명해 보인다. 여성, 환경, 성적 소수자, 인종에 대한 인식들 말이다. 68혁명이 그 이전의 혁명과 다른 면은 분명 이 지점에 있다. 그 양상은 정치적이면서 문화적이고 집단적이면서도 개인적이다. 68혁명의 면면을 기록할 때, 피임과 낙태, 청바지와 록음악, 실험적 영화들에 대한 언급을 빼놓을 수 없게 되는 이유이다.
1968년의 연대기 중에서 또 하나 두드러진 기록이 바로 ‘프라하의 봄’이다. 개혁파인 두브체크(Alexander Dubček, 1921~1992)에 의해 채택된 새로운 강령은 기존의 공산체제의 것과는 달랐다. 그것은 일종의 반체제라 할 만한 것이었다. 프라하 광장에 모인 학생과 시민들은 또 다른 권위주의에 저항하고 있었다. ‘프라하의 봄’은 계급혁명의 결과물이어야 할 체제가 또 다른 억압의 기제일 수 있음을 드러내 보여주었다. 당시 브레즈네프(Leonid I. Brezhnev, 1906~1982) 소련 서기장은 ‘프라하의 봄’을 바르샤바조약기구의 탱크로 진압하였다. ‘프라하의 봄’도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프라하의 봄’은 20여 년 뒤에 일어난 동유럽 자유화의 불씨가 되었으리라는 점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렇듯 자본주의나 현실사회주의라는 체제를 뛰어넘어 분출한 인간의 희구 즉 인간은 새로운 인간을 창조할 수 있으며 연대와 공감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희구는 68혁명의 성과일 것이다. 그래서 68세대의 아이콘이라 할 체 게바라(Che Guevara, 1928~1967)는 혁명, 국제연대, 저항의 아이콘이자 어떤 면에서는 삶의 근본적인 변화를 갈망하는 낭만주의적인 아이콘이기도 하다. 이냐시오 라모네(Ignacio Ramonet) 같은 이는 68혁명을 “정치적 혁명이라기보다는 ‘삶을 변화시키자’는 문화혁명”<서울신문>(2008. 5. 5) 14면 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점이 문명사적 전환기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그리고 그 문명은 세계가 점점 더 하나의 세계로 바뀌고 있기에 지구적인 문명이라 할 만한 것이다.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의 호흡과 생각도 일국적인 차원을 뛰어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68혁명의 현재적 의의는 기존 체제의 ‘벽’을 뛰어넘어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열고자 했던 갈망의 존재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조지 카치아피카스(George Katsiaficas)는, 이를 마르쿠제(Herbert Marcuse, 1898~1979)의 말을 빌려 ‘에로스 효과(eros effect)’ 억압에 저항하는 본능라고 명명한다. 해방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가 우리 인간에 있다는 자각과 억압 없는 문명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들. 그래서 68혁명의 현재성을 묻는다면, 현재 우리 인류에게 전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갈망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른다. 이 질문은 매우 급진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동시에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자”는 68혁명의 슬로건은 기존의 질서가 혁명을 압도한 이후에도 여전히 유의미한 슬로건일 것이다.
68혁명의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다니엘 꽁-방디(Daniel Cohn-Bendit)는 유럽의회에 진출하였고, 당시 여학생 회장이었던 힐러리 클리턴(Hillary Clinton)은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치렀다. 그들의 변신과 타락을 나무라는 것은 그 자체가 냉소할 일이다. 프랑스의 사르코지(Nicolas Sarkozy) 대통령이 68혁명의 유산을 청산하자고 할 때 그 냉소는 한 극점에 이르렀다. 그러나 68혁명의 메시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질서의 너머, 그 불가능한 것들의 세계에 대한 갈망이 인류의 내면에 저장되어 있음을 기억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주)
1 루이 필립을 왕좌에서 끌어내린 프랑스 2월혁명을 필두로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지에서 일어난 자유주의 혁명.
2 제정러시아의 짜르가 노동자, 농민의 비폭력 봉기를 유혈진압한 ‘피의 일요일’사건 이후 멕시코 등 세계 각지에서 혁명적 분위기가 고양되었다.

안찬수필명 1964년 경남 창원생. 시인,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사무처장. 시집으로 『아름다운 지옥』, 역서로 『1968년―희망의 시절, 분노의 나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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