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다강당(安田講堂) 사건은 1969년 1월 18~19일 전학공투회의(全學共鬪會議, 이하 전공투) 계열의 학생들이 점거농성하고 있던 도쿄대(東京大) 구내를 경찰이 강제 진압한 사건이다. 이로 인해 도쿄대학은 그해 입학시험을 실시하지 못했다. 지금 와 생각해보건대 이 사건은 당시의 체제강화에는 도움이 되었을지언정 체제변혁에는 기여하지 못했다. 그것은 야스다강당 사건으로 상징되는 1968~1970년의 학생운동이 정치적으로는 당시의 집권세력인 사토오 에이사쿠(佐藤榮作, 1901~1975) 전 총리1 등 개헌파와 대립했지만 본질적으로는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사회문화적으로 다양한 변혁의 가능성을 잉태한 학생운동은 ‘실력투쟁’을 고집하다 정치적으로 자멸함으로써 오히려 집권세력에 의한 사회적 재편을 돕고 말았다. 그러나 그 결과로 만들어진 일본형 관리사회가 폐색상황에 있다. 1968~1970년 일본의 학생운동의 의미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야스다강당 사건의 직접적인 배경인 도쿄대학투쟁은 1968년 1월, 봉건적인 의학부의 개혁을 요구하는 학생과 수련의들의 학원민주화 운동에서 시작했다. 같은 해 6월 의학부 학생들이 부당한 징계에 항의하며 야스다강당을 점거했고 대학당국이 경찰을 동원해 진압했는데 같은 시기, 일본 최대 규모로 재학생 10만 명이 넘는 니혼대학(日本大學)에서 부정입학 경리비리가 폭로되었고 자민당 정치자금과 관련한 집권세력과의 유착관계가 밝혀졌다. 학내언론이나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학당국은 우익폭력단이나 운동부 학생들을 동원하여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곤 했으니 이에 대한 분노가 대학 전체로 퍼져나갔던 것이다.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기는 했지만 본질적으로는 학내 민주화에 대한 요구, 사회적 부정부패에 대한 분노, 그리고 입시 위주의 학교교육에 대한 불만표출이라는 점에서 당시 학원투쟁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1968년 6월 학내 민주화운동 확산에는 일본사회의 특수한 역사적 배경과 국제사회의 동향이 반영되어 있었다. 국가(관료)주도의 근대화를 추진하던 집권세력은 메이지유신 100주년에 즈음해 미국의 베트남침략 후방기지로서 경제중심 발전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1945년 이전과는 달리 미나마타병(水俣病)미나마타시 집단 수은중독에서 유래 등 공해병 치료 후원자들로부터 국가주도의 근대화에 대한 비판이 싹텄고, 또 피폭자 등 전쟁 피해자나 학생들 사이에서도 베트남전쟁 참가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고 있었다. 게다가 미국을 위시한 국제적 베트남 반전운동과 파리 5월투쟁 등 유럽 각지에서 일어난 학생운동의 확대에 자극받아 반권력적 자치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뿐만 아니라 8월에는 소련군이 체코에서 ‘프라하의 봄’을 압살했으며 이웃나라 중국에서는 1966년 이래 문화대혁명이 격화되고 있어 기성 권위에 대한 젊은이들의 반감을 부채질했다. 집권세력은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 위기감에서 비롯된 전략이 관주도의 철저한 관리교육을 바탕으로 한 일본형 관리사회, 관료국가 건설이었다. 이를 뒷받침한 것이 고도경제성장과 미국 의존형 국제화다. 이는 미국의 지지에 힘입어 한국-필리핀-인도네시아를 잇는 반공군사정권 라인의 종주국이 되고자 했던 일본의 대아시아 전략이자 과거의 침략전쟁을 긍정하는 대동아공영권의 현대판이었다. 그러나 이와 다른 한 축을 형성해야할 학생운동 쪽에서는 침략전쟁에 대한 자각이나 역사인식 또는 아시아인식이 부족했다. 오로지 대학당국이나 정부와의 대결에만 연연한 나머지 일본제국주의를 일거에 타도하는 관념적 혁명투쟁만 꿈꿨던 것이다. 이런 급진화에는 전후 혁명운동의 좌절에 의한 좌익세력의 분열과 무력투쟁에 대한 환상, 그리고 집권세력의 공작정치가 작용했다.

또한 록음악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문화와 생활양식은 신구세대 사이의 갈등을 확대시켰고 베트남이나 중국과 같은 제3세계의 무장투쟁 바람이 세계사적 격동을 예감하게 했음에도 극한 대립의 미소냉전 하에서는 양자택일의 상황 논리와 다른 의견을 폭력적으로 배제하는 해결법이 만연하고 있어 국가권력에 도전하는 무력투쟁은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확립된 오늘의 일본형 관리사회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우선은 도쿄대학 출신들을 중심으로 한 엘리트 관료들의 타락을 들 수 있다. 수구적 국가관료들이 낳은 재정파탄이 그 한 예이다. 작년에 폭로된 국민연금 문제, 방위성 관료의 비리, 도로건설 재원확충 등 모든 것이 국가관료의 부패와 관련하고 있다. 또 노후 불안과 연금 및 복지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수출산업 중심의 경제성장으로부터 복지사회적 분배문제로 국민의식의 초점이 변화하고 있는데, 일본형 관리사회는 그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제 곧 연금생활이 시작되는 전공투 세대는 이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올해의 정권교체 움직임은 그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세번째는 국제환경 특히, 한국, 중국과의 관계가 가장 크게 변화했다. 즉, 양국의 경제발전과 민주화에 의해 일본과의 경제·문화 관계는 상호의존 및 협력관계가 기조가 되고 있으며 시민교류의 확대는 향후 동북아시아 각국의 사회적 변화를 예감케 한다.
그렇다면 야스다강당 사건이나 전공투 운동의 한계를 넘어 1968년의 현재적 의미란 무엇일까? 서로 관련되는 다섯 개의 키워드를 제시하고자 한다. 자기변혁, 가해자 의식, 아시아와의 만남, 대화, 제3의 길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적어도 앞의 세 개까지는 베트남 반전운동과 학내 민주화 요구로부터 출발한 초기 전공투 운동도 의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네번째의 ‘대화’ 대신 폭력을 잘못 선택함으로써 자멸하고 말았던 것이다. 다양한 가치관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지구 환경파괴와 같은 인류 공통의 위기에 대한 자성과 대화를 통해 대립을 극복하려는 ‘제3의 길’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리고 나서 다시 ‘자기변혁’의 중요성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이는 사회변혁을 지향하는 사람의 기본조건이라 할 것이다. 에코 라이프(echo life)친환경적 삶 또는 심플 라이프(simple life)검소한 삶의 실천 없이 환경파괴의 방지를 호소하는 것은 어렵다. 이러한 시선을 사회적 차별문제로 옮기면 ‘가해자 의식’이 된다. 그것은 베트남 침략전쟁 가담과 중국 침략, 그리고 한반도의 식민지화 문제를 자성하는 것으로부터 ‘아시아와의 만남’으로 이행해 간다. 특히, 1970년대 이후 중일 우호운동이나 한국 민주화운동과의 연대는 사회적으로도 큰 영향을 주어 양국과의 관계를 개선시켰지만 역사인식이나 ‘자기변혁’이라는 점에서는 불충분했다. 그 단적인 예가 재일한국인 차별로 여성 차별이나 장애인 차별의 경우와 마찬가지다. 이 문제를 재인식한 계기도 1968년 이래의 시민운동이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운동에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이라는 사상적 목표가 있었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그것을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변혁 운동의 자양으로 이끌 것인가에 있다. 당시 각 지역의 반공해투쟁들과 의료 및 복지 제도의 충실을 도모하고자 했던 지방 자치단체의 역할이 컸다. 시민이 참여하는 지역자치, 자주관리의 장을 정착시키는 것이 열쇠지만 이는 아직도 요원한 과제다. 오다 마코토(小田実, 1932~2007), 카시무라 히데키(梶村秀樹, 1935~1989), 야스에 료오스케(安江良介, 1935~1998)는 지행합일을 실천했던 ‘제3의 길’의 개척자들이었다. 그들은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연대하면서 일본의 관료주의에 저항했다.
1968년 4월부터 11월에 걸쳐 필자는 재수생에서 대학생으로, 투쟁을 바라보는 관객에서 현장 목격자로 바뀌었다. 야스다강당 사건으로 그 해 도쿄대학 입시가 없어져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한편, 경찰의 삼엄한 경계 아래 치러진 와세다(早田)대학 입학시험에 합격하고도 폭력투쟁이 격화하고 있던 도쿄를 떠나 지방도시 센다이(仙台)의 국립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선택으로 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고, 베트남전쟁 가담을 고발하는 베헤이렌(ベ平連)2 운동에 참가하게 된 계기였다. 그 이후 중국 침략과 한반도 식민지화 실태처럼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일본 근현대사를 스스로 공부하며 ‘가해자의 역사’를 통감했고 도쿄와 지방의 격차, 정보 및 교통수단의 부족으로 인한 문화격차를 체감하기도 했다. 물론 지방도시의 목가적 환경이 오히려 다행이었던 면도 있었다. 폭력시위에 가담하면서 자기혐오와 자기해방의 교착을 체험하기도 했던 필자는 정치투쟁이 전국적으로 폭력의존적인 양상을 띠어가자 사회운동에 환멸을 느끼게 되었다. 다행히 센다이에서는 그러한 격렬한 투쟁이 없었기 때문에 방황 속에서도 나름대로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1971년 9월 한국에서의 자전거여행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의 소중함을 가슴 깊이 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오다 마코토 류의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 정신의 일환이었다. 그 여행에서 돌아와 육체노동을 하기도 했던 필자는 한글을 전혀 몰랐던 ‘자책감’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것으로 인생의 두번째 전환기가 찾아왔다.
학교생활을 다시 시작하던 중 1980년 광주항쟁의 참혹함을 텔레비전을 통해 목격하게 되었다. 아내의 도움을 받아 그 현장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1990년 봄이었다. 그리고 10여 년간 한국의 대학에서 평탄치 않은 교수생활을 마친 후 일본으로 돌아와서는 아연실색할 정도의 참담한 현실에 직면했다. 1968년 당시의 집권세력이었던 개헌파가 건재를 과시하며, 작년 아베 전총리 퇴진 때까지 압도적인 기세로 일본형 관리사회 위에 군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일본의 현실에서 시민운동의 재생과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말할 수 없이 험난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 백낙청(白樂晴)의 『한반도식 통일, 현재진행형』(창비, 2006)을 일본어로 번역 소개하게 된 것을 기회로 ‘시민참여형 변혁적 중도주의’를 힘껏 실천해 나가려 한다.

주)
1 전범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1896~1987) 전 총리의 동생이자 아베 신조(安部晋三) 전 총리의 숙부.
2 오다 마코토가 이끈 ‘베트남에 평화를! 시민연합’의 약칭.

靑柳純一 1949년 일본 도쿄생. 번역가. 저서로 『한국현대사』, 역서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등. krb2005@hotmail.co.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