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 년 역사를 가진 호찌민시(Thành phố Hồ Chí Minh)는 베트남의 가장 큰 도시이며, 경제수도이다. 호찌민시의 전 이름은 사이공(Sài Gòn)인데 ‘동양의 진주’라고도 불렸다. 1975년 4월 30일 베트남 통일 이후 호 찌 민(Hồ Chí Minh, 1890~1969) 주석을 상기하기 위해 이 도시의 이름을 호찌민시로 바꿨다. 현재 호찌민시의 면적은 2,090.239평방킬로미터로, 그 크기가 서울의 3배에 달한다. 호찌민시는 24개의 도시구역(quận:郡)과 5개의 외곽지역(huyện:縣)을 포함하고 있는데, 그 경계가 동해일반적으로 남중국해, 베트남에서는 동해라 부름에서 캄보디아 국경 근처에 이르는 큰 도시이다. 이 도시의 인구는 공식적으로 800만 정도지만, 실제는 1,000만 명에 육박한다.
호찌민시는 1군(Quận 1), 2군(Quận 2), 3군(Quận 3) 등과 같은 행정구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군, 3군이 시내중심가이다. 호찌민시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인 쩌런(Chợ Lớn)은 5군, 6군, 10군 그리고 11군의 일부에 있다. 쩌런은 사이공강(Sông Sài Gòn) 좌측 안쪽에 위치하는데, 그 중심에 빙떠이(Bình Tây) 시장이 있다. 호찌민시에 갈 때 쩌런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다면 뭔가 상당히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이다. 프랑스풍의 멋진 가로수 길 사이로 중국풍 가옥들과 프랑스식 건축물들이 절묘하게 배열된 그곳은 호찌민시의 어느 구역보다 독특하고 매혹적이다.
베트남에 하나밖에 없는 차이나타운 쩌런은 ‘큰 시장’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쩌(Chợ)’가 ‘시장’을 뜻하고 ‘런(Lớn)’이 ‘큰’을 뜻한다. 베트남 사람은 이 차이나타운을 쩌런(Chợ Lớn)이라 부르지만 현지 화교들은 타이넌이라 부른다. 타이넌은 둑 혹은 제방을 뜻하는 중국어 티안(堤岸)의 광동어 발음이다. 이곳 화교들은 대부분 광동인(廣東人),중국 방언 중 월(粤, Yue)방언에 속하는 광동어(廣東語)를 쓰는 사람 차오저우인(潮州人)중국 방언 중 민(閩, Min)방언을 쓰는 사람이다. 이곳은 화교들의 거점으로 남부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지역 가운데 하나로, 메콩델타지역에서 수송되어 오는 쌀 및 기타 농수산물의 집산지이자 각종 약재, 옷감 등이 모이는 물류의 중심지이다. 1군 벤타잉(Bến Thành) 시장에서 쩐흥다오(Trần Hưng Đạo) 거리를 따라 5킬로미터 정도 내려가면 바로 이곳에 이른다. 최근 이곳은 홍콩, 타이완, 싱가포르의 투자로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많은 중국과 타이완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쩌런은 18세기 후반 중국 이민자들에 의해 건설되기 시작했다. 1778년 비엔화시(Biên Hòa)호찌민시에서 북쪽으로 약 3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에 살고 있던 화교들은 현재의 쩌런 구역으로 피난와야 했다. 그들이 응웬 왕조(Nguyễn, 1802~1945)의 선조인 추아 응웬(Chúa Nguyễn, 1558~1775)1들을 도와주자, 반란군 지도자 떠이선(Tây Sơn, 1771~1802)2의 의군(義軍)이 그들에게 복수했기 때문이다. 4년 후인 1782년 그들은 다시 떠이선 군대에 학살을 당했는데 그 결과 1만여 명의 화교들이 죽었다. 이 사건의 원인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정확한 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최병욱은 화교들에 대한 떠이선의 학살 동기가 리 따이(Lý Tài)란 사람 때문이라 주장했다.3 리따이는 원래 떠이선 군대의 지휘관이었는데 나중에 추아 응웬 쪽을 따랐다. 이에 화의(和義)군으로 모인 화교들도 추아 응웬의 군대에 참가해 떠이선군과 싸웠다. 그래서 떠이선군은 1782년 화교들을 일소하기로 했던 것이다. 떠이선 군대의 학살 후 화교들은 자신들의 도시를 재건해야 했다. 그들은 강을 따라 높은 둑을 쌓고 이 새로운 거류지를 타이넌이라 불렀다.
1879년 10월 20일 남베트남 총독은 쩌런시 설립 법령을 내렸다.4 이 도시의 대표인 독리(督理)는 인도차이나 프랑스 총독이 임명하였다. 1882년 7월 1일 사이공과 쩌런을 연결하는 5킬로미터 길이의 베트남 최초 전차선이 운영되기 시작했다. 당시의 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1901년 쩌런의 인구가 63,237명이었고, 1920년엔 93,949명에 달했다. 원래 사이공에서 약 11km 정도 떨어진 쩌런은 점점 확대되어, 1930년엔 지금의 응웬반끄(Nguyễn Văn Cừ)길에서 사이공과 인접하게 되었다. 1931년 4월 27일 사이공-쩌런(Sài Gòn-Chợ Lớn)이란 구역이 프랑스 대통령 법령에 의해 설립되었다. 이 지역의 대표는 구장(區長)인데 인도차이나 총독이 임명했다. 1956년 이 도시 이름이 바뀌어 쩌런이 빠지고 사이공이라는 이름만 남았다. 이는 통일 후 호찌민시가 될 때까지 사용되었다.

쩌런 지역에는 여러 시장이 있는데 유명한 시장은 빙떠이 시장, 낌비엔(Kim Biên) 시장, 쏘아이 낑 럼(Soái Kình Lâm) 옷감 시장, 안동(An Đông) 시장 등이다. 그러나 가장 대표적인 시장은 바로 빙떠이 시장이다. 빙떠이 시장은 호찌민시의 제일 큰 시장인데 6군 탑므어이(Thap Muoi) 거리에 위치한다. 빙떠이 시장은 현지 베트남인과 화교뿐 아니라 남베트남 메콩델타지역에서 장사하러 온 농부들의 중요한 무역 중심지라 할 수 있다. 베트남 사람은 이곳을 그냥 쩌런이라 부르지만 화교들은 보통 타이넌 산까이시(堤岸 - 新街市)타이넌 신시장이라는 뜻라 부른다. 신시장이라 부르는 이유는 현재 쩌런우체국이 위치한 곳에 옛날에는 구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시장이 화재로 없어지고, 당시로서는 아주 큰 새 시장이 지어졌기 때문에 현지 사람들은 신시장이라 불렀다.
빙떠이 시장은 통히엡(Thông Hiệp)이라는 상점을 운영하던 화교 상인 꽈익 담(Quách Đàm, 1863~1927)의 지원으로 1928년 착공되어 1930년 준공되었다. 꽈익 담은 당시 현지 화교들 사이에서 통꿰(Thông Què)절름발이 통씨로 더 유명했다. 그는 처음에 가난하여 쓰레기와 중고품 장사를 하다, 다른 장사를 했다. 특히 쌀 장사를 통해 재산가가 되었다. 전에 통히엡 동상이 빙떠이 시장 정문에 서 있었는데, 동상 아래 못에 물을 내뿜는 4마리의 사자 상과 4마리의 용 상이 그것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런데 1976년에서 1980년 사이 무슨 이유에선지 통히엡 상이 작은 제단으로 바뀌었다. 오늘날 그 동상은 호찌민시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다.

쩌런에는 중국식당이 상당히 많은데 거의 모든 거리에서 볼 수 있다. 약재 시장은 하이트엉란옹(Hải Thượng Lãn Ông) 거리에 있는데, 중국식 약방은 그 옆에 있는 르엉녀으혹(Lương Nhữ Học) 거리에 집약적으로 모여 있다. 회관이나 절도 적지 않다. 그중 가장 유명한 절 중 하나가 티엔허우사(Chùa Thiên Hậu)이다. 티엔허우사는 쩌런 중심지인 응웬짜이(Nguyễn Trãi)로에 위치한다. 이 절은 18세기 말 처음으로 바다를 건너 베트남에 이민 온 화교들이 천후(天后)여신5에 감사하기 위해 지었다. 이 여신은 어부, 선원, 상인 그리고 바다에 나가는 사람들을 모두 보호한다고 한다. 특히 이 여신은 양탄자를 타고 바다를 건너고, 구름을 타고 어디에나 갈 수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가 바다에서 사고를 당하는 사람을 도와줄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절은 여러 번 재건하였는데, 1900년에 재건한 것이 마지막이다. 주로 나무로 지어졌고 빨간 기둥이 절 중심에 있는 작은 못 측면에 서 있다. 이 절에는 특히 신과 괴물에 관한 조각물들이 많다. 절 마당 한가운데 걸려있는 직경 1미터의 특대 향 사리가 한 달 내내 타고 있다.

쩌런 주변에는 성당이 많지 않지만 역사적 사건과 관련한 유명한 성당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짜땀대성당(Nhà Thờ Cha Tam)이다. 오래된 짜땀대성당은 호찌민시 5군 혹락(Học Lạc) 거리에 위치한다. 이 성당의 공식 명칭은 성 프란시스 사비에르(St. Francis Xavier)성당6이다. 짜땀대성당라 부르는 이유는 성당의 첫 주임 신부의 이름이 탐 에이쓴(Tam Asson)베트남 이름은 Tam An Su, 베트남어로 짬 아 뚜(Đàm Á Tô)이기 때문이다. 이 성당은 호찌민시에서 유일하게 화교 사찰의 장식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이 성당은 사이공대교구에 의해 1900년~1902년에 지어졌는데 연한 노란빛과 흰빛이 특징이고, 윗부분에 있는 탑에 기묘한 상이 있다. 성당은 천장이 높고 둥근 건축물이다. 마리아 상은 성당 앞 작은 동굴에 서 있다. 베트남 통일 전 여기서 남베트남 대통령 암살 사건이 발생하였다. 1963년 무력정변7이 일어났을 때 남베트남 초대 대통령 응오 딩 지엠(Ngô Đình Diệm, 1901~1963)과 그의 동생 응오 딩 뉴(Ngô Đình Nhu, 1924~1963)가 이 성당에 있었다. 그들은 한밤에 암살을 당할 뻔하다가 구출되었으나 사이공 중심지로 돌아가는 길에 살해당했다.

주)
1  베트남 중부 투안화(Thuậ Hóa)부터 남베트남까지를 통치한 통치자들. 베트남의 마지막 봉건왕조 응웬왕조의 선조.
2 떠이선 반란은 1771년에서 1802 사이 발생한 베트남 역사상 최대 규모의 농민 혁명. 베트남 중부 빈딩(Binh Dinh) 지방 떠이선 마을에서 시작되었다.
3 Choi Byung Wook, Southern Vietnam under the Reign of Minh Mang(1820-1841) : Central Policies and Local Reponse, Cornell University, 2004, p.36
4 프랑스는 1858년 프랑스선교사 처형사건을 계기로 베트남을 무력 침공하여, 남베트남 지역을 프랑스 지배로 삼았다.
5 고대 선원 및 상인들은 항해 중 풍랑을 만나 배가 자주 가라앉고 사람들이 죽자, 바다의 여신 천후에게 보호를 요청하였다. 때문에 그들은 항해 전, 천후에 제사를 지내 순풍과 안전을 구하고, 항해 중에도 천후를 받든다. 마주(祖), 톈페이(天妃)라고도 한다.
6 프란시스 사비에르(1506~1552)는 스페인에서 태어난 예수회의 초장기 멤버로, 중국 등 아시아에서 선교사업을 펼치다 세상을 떠났다. 그의 선교 열정이 모범이 되어, 이후 그를 주보성인(主保聖人)으로 모시는 교회가 생겨났다.
7 1950년대 말 응오 딩 지엠 정권의 부패와 독재에 대한 남베트남 국민들의 반감이 증폭되자, 1963년 군부가 정변을 일으켰다. 

(李敬賢) 1975년 베트남 빈롱(Vinh Long)생. 인하대 한국학 석사과정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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