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친구가 불쑥 <플랫폼>을 내밀었다. 표지를 보고 ‘만화책인가?’ 하며 반갑게 받아들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특집 ‘무협의 재발견’ 때문에 표지를 무협만화식으로 넣은 것뿐이었다. ‘인천發 아시아 문화비평지 <플랫폼>’이라고 쓰여 있는 걸 보고 비평지였구나 생각했다. 한때 무협지를 좋아했던 독자로서 표지부터 친근해 반가웠다. 무협지의 즐거움은 한 번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한 권 읽다 보면 밤을 새서라도 끝장을 보는 일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소장가치가 있는 무협지를 한 권 두 권 수집하게 되었다. 책꽂이 반을 무협지로 채워갈 무렵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협지는 커피보다 더 강한 중독성을 가진 무엇임이 분명하다. 무협지에서 영화로 관심을 돌렸다. 비교적 최근 영화인 <황후화>, <야연>, <연인>, <와호장룡>을 보고 화려한 색채에 반했고 큰 스케일과 주인공들의 움직임에 감탄했다. 또한 성룡의 <러시아워>, <폴리스스토리>, <취권> 등의 영화들을 보고 대단하다고 박수치며 빠져들곤 했다. 그만큼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았다. 그런데 <플랫폼>의 「무협영화, 후 진취앤에서 장 이머우까지」라는 글을 읽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글에서는 성룡 무협영화를 스턴트쇼, 서커스로 전락시켜 버렸다. 또한 ‘무협의 상실’이라고 정의했다.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새롭고 다르게 보일 수 있다. 평론으로 자기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은 이해하지만 지나치게 극단적인 평가와 단어 선택은 독자에게 거부감을 가져다준다.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독자에게도 작은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