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과 같이 통신매체가 발달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세계 각지의 소식을 듣는다는 것은 이웃에서 일어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도 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수많은 소식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표현해내느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누군가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세계사적 사건들을 아주 격앙된 어조로 풀어가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담담히 사건을 이야기처럼 풀어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플랫폼> 9호의 지방문화통신 부분은 필자들이 내는 차분한 어조에 이끌려 짧은 시간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었다. <플랫폼>이 아시아문화비평지라는 주제에 맞게 아시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루기 때문에 정치·사회·경제적인 부분까지도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지만, 무엇보다도 개인적으로 이번 호의 글 중에서 인도네시아인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수하르토를 다룬 글이 인상 깊었다. 이는 아마 지인 중에 인도네시아 유학생이 있어 그 나라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에 연유할지도 모르겠다. 어느 때인가부터 ‘과거사 청산’이라는 단어가 세계사를 맴도는 화두가 되었다. 이에 따라 학자들은 서둘러 ‘과거사 청산’을 주제로 세계 각 지역의 현대사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들을 글로 하나씩 풀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학자들의 연구는 대부분 유럽 및 남미에서의 과거사 청산이 주된 맥을 이루고 있었으며, 논문의 형식으로 글을 풀어나갔기 때문에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인들이 기억하는 수하르토」는 무엇보다도 세계를 주도하는 서구의 이야기도, 그리고 아시아의 중심이라고 언급되는 중국의 이야기도 아닌, 말 그대로 아시아의 현대사였다. 게다가 수하르토를 둘러싼 사건과 일반적인 평가를 따르지 않고, 필자가 어린 시절 경험하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수하르토를,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현재와 미래를, 더 나아가 인도네시아 과거사 청산의 문제를 대하는 방식이 무엇보다 읽는 이에게 있어 친숙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인도네시아를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나라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최근에 접한 인도네시아의 소식은 인도네시아 정부 주도로 외국 유학생들을 모집한다는 것이다. 기본 취지는 인도네시아가 국가적으로 어려웠을 때 받은 해외 원조를 외국인 학생들에게 장학 프로그램을 통해 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아마 이러한 교류는 우리와 인도네시아의 공간적 거리를 축소시켜 줄 것이며, 아시아 지역에 대한 이러한 소식은 우리와 아시아 각국의 거리마저도 축소시켜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에 아시아 문화비평지인 <플랫폼>이 지방문화통신과 같은 글을 통해 아시아 여러 나라의 소식통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