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역사사진전 〈하늘에서 본 인천의 어제 오늘展〉은 인천이 산업화와 세계화라는 패러다임의 변화에 어떤 도시보다 치열하게 반응해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거대 패러다임과 결정권을 가진 권력층의 그 패러다임에 대한 사고, 시대적 상황에 대한 시민들의 격렬한 반응들이 사진 한 장 한 장에 새겨져 있었다.

인천항, 월미도, 연안부두, 인천국제공항 등의 개발 사진들은 일제시대부터 시작된 공유수면 매립으로 인해 인천의 해안선이 쉼 없이 경계를 달리해왔고, 항만을 중심으로 하는 시가지 개발이 이루어진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인천 도심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사진들은 인천이 도시 내부적으로는 철도와 고속도로 등의 교통기반시설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 가로(街路)와 주택이 형성되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시간은 인천이라는 도시 공간 속에 각 시간대의 요구가 빚어낸 물리적 흔적을 남겼고, 이 흔적의 켜들은 도시 인천의 콜라주(collage)화면에 종이·인쇄물·사진 따위를 오려 붙이고, 일부에 가필하여 작품을 만드는 일를 만들었다. 이렇게 인천의 도시구조와 도시경관은 변화되어 왔다.

전시된 모든 사진의 공통분모는 지금껏 인천이 도시 공간을 채워 왔다는 것이다. 빈 공간을 찾아서 메우고, 메울 공간이 없으면 바다를 막아서라도 개발하기 위한 물리적 공간을 확보해 왔다. 공생과 비워둠의 가치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는 사람들에게 공허한 메아리였다. 정서는 대물림되는 것인가? 어제보다 가득 채워진 오늘이, 오늘보다는 가득 채워져 있을 내일이 좋을 것이라는 선입견에 섬뜩 놀랄 때 그것을 알 수 있다. 사진이란 매체는 현상을 왜곡시키는 의도적 수단일 수 있다. 즉 현상 저 너머에 있는 불편한 진실에 두 눈을 감아버리는 ‘아는 이’와 현상에 현혹되어 ‘모르는 이’, 그리고 그 편향된 현상을 제공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종도 일대의 사진과 세부 전경사진들을 통해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 2003년 8월 인천경제자유구역 지정에 따른 인천의 역동적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21세기 인천은 하향식 도시개발방식을 통해 세련된 수사어구를 갖는 도시(첨단, 정보화,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를 꿈꾸고 있다. 도시 내부로도 외곽의 신개발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도시재생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도시브랜드를 만들고 세계인을 유치해 도시 가치를 높이고 싶은 염원, 능동적인 힘으로 도시를 변모시키고자 하는 희망은 외부인들로 하여금 인천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또한 일부 계획은 순차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그 청사진에 가려져 잊고 있는 몇 가지이다. 외부자본의 유치라는 우선적 가치를 위해 후자로 밀려난 원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바로 그것들 중 하나이다.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추진되는 엘리트주의적 도시개발은 그 지속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 인천 도시브랜드의 완성은 사회적 합의와 시민의 사회적 의식 수준에서 결정된다. 인천이 바라는  미래의 자화상이 현대판 조계(租界)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2050년에도 인천의 어제가 될 오늘을 담은 사진전이 열릴 것이다. 인천을 살아갈 이들에게 오늘을 사는 우리가 부끄럽지 않은 인천의 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1960년대 월미도 사진 │이미지 제공_인천시청

〈하늘에서 본 인천의 어제 오늘展〉은 인천의 시공간적 변화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부평역사박물관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인천의 지역정체성과 인천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소통의 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실감할 수 있는 시각 자료 제공에 치중한 나머지 객관적인 부연 설명이나 흥미를 자극하는 스토리, 도심지역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전경사진, 주최 측의 견해 등이 없었다. 결국 사전 배경지식이 없는 방문객들은 이미지들의 나열로 받아들이는 데 그쳤다. 자료의 가치와 찾는 이들의 시간적, 금전적 비용에 상응하지 못한 전시회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金容國 1981년 서울생.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석사과정. yonggook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