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베트남전쟁은 사와다 쿄오이치(澤田敎一, 1936~1970), 이치노세 타이조오(一之瀨泰造, 1947~1982), 로버트 카파(Robert Capa, 1913~1954) 같은 전쟁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 속에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일본 적십자의 도움으로 분리수술을 받은 샴쌍둥이 ‘베토(ベト)와 도구(ドグ)’의 이야기였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베트남에 평화를!시민연합(ベトナムに平和を! 市民連合)’같은 단체의 반전운동도 있었지만, 결국 일본에 그 전쟁은 사회적 대안 모색의 계기였다. 작년 베토는 세상을 떠났지만, 병원 사무원으로 일하는 도구는 좋은 배우자를 얻었다. 믿음직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베트남전쟁에 하나의 단락이 지어진 것처럼 느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사카타 마사코(坂田雅子)가 쿄오토(京都)대학에 다니던 무렵, 베트남전쟁 반대시위가 연일 있었지만 그녀는 관심도 없었다. 한편 같은 시기, 베트남에서 군에 복무하고 있었던 미국인 청년 그렉 데이비스(Greg Davis, 1948~2003)는 그 전쟁이 잘못된 전쟁임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병역을 마치고 조국에 돌아가자마자 그는 살인자로 매도되거나 “왜 빨갱이를 죽이지 못 했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조국에 실망한 그렉은 다시 아시아로 돌아와 3년을 쿄오토에서 지냈다. 그리고 마사코를 만나 결혼할 때, 그는 “고엽제 때문에 아기를 낳을 수 없다”고 했지만 마사코는 그 말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렉은 반전(反戰) 포토저널리스트가 되어 도쿄를 거점으로 아시아 각지를 정력적으로 취재하러 다녔다. 하지만 건강했던 그가 갑자기 병이 들어 2003년 세상을 떠났다. 그의 친한 친구인 포토저널리스트 필립 존스 그리피스(Philip Jones Griffiths, 1936~2008)가 그렉의 간암은 고엽제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을 때, 마사코는 처음으로 고엽제에 관심을 가졌다. 이 영화는 그후 그녀가 다닌 궤적의 기록이다.

마사코는 고엽제에 관한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미국은 베트콩(Viet Cong)이 정글에 은신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 1961년부터 10년에 걸쳐 7,200만 리터의 고엽제를 남베트남에 살포했다. 그중 4,500만 리터가 ‘에이전트 오렌지’라 불리는, 다이옥신이 많이 함유된 약품이었다. 참전한 병사들 중 그렉과 같은 병으로 죽은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은 그녀는 난생 처음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기로 결심했다.

고엽제 떄문에 기형아로 태어난 베트남 아이를 찍은 필립 존스 그리피스의 사진    

아직도 베트남에는 고엽제 피해자가 도처에 남아 있다. 기형이나 장애를 가진 아기가 최근에도 태어나고 피해자들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상황은 무척 비참했고 피해자 가족은 대개 가난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외견이 특이하고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을 너무 사랑스럽다는 듯이 자상하게 돌봐주고 있었다. 마사코는 상냥한 그들의 표정에 위안을 받고 남편의 죽음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었다. 영화도 필립을 비롯한 주변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완성했다. 마사코가 이 영화를 만든 것은 무엇보다도 남편을 잃은 자신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녀가 작품의 불가피한 사회적 의미를 자각한 것은 영화가 완성된 후였다.

2008년 2월 22일 베트남 고엽제 피해자 모임이 일으킨 소송은 뉴욕 재판소에서 다시 각하되었으며, 미국과 미국 약품회사들은 지금도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마사코는 저널리즘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길에 올랐다. 개인적인 레퀴엠진혼곡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영화 제목에도 쓰인 1970년대 유행가 〈꽃들은 다 어디로 갔나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의 노랫말은 이 문제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님을 암시하는 것 같다. “꽃은 소녀들이 따 버렸고 소녀들은 시집갔네. 남편이 된 사내들은 전쟁터로 떠났고 그 병사들은 묘지로 갔다네. 묘지는 꽃으로 덮여 버렸네.” 노래는 “우리는 언제 알게 될까? 우리는 언제 알게 될까?”라는 후렴구로 끝난다.

 1960년 일본 오오사카(大阪)생. 릿쿄오(立敎)대학 강사. 최근 글로 「‘쇼오와 30년대’ 노스탤지어」, 『한국 최초의 모더니스트 정지용』 등. yoshikawanagi@yahoo.co.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