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마오성(紅毛城), 400여 년의 역사

17세기 초 타이완의 유리한 지리적 조건에 반한 스페인 사람들이 단수이(淡水)1에 들어와 단수이강 하구의 언덕에 성채 산 도밍고(Fort San Dominggo)를 쌓기 시작했다. 이후, 1642년 스페인 사람들을 격퇴한 네덜란드인들은 산 도밍고 부근에 더 견고한 성채 안토니오(Fort Anthonio)를 재건하였다. 2 타이완에 온 외국인들은 장기간의 항해로 머리카락이 점차 연해지고, 붉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핑푸족(平族) 타이완 초원에 살던 원주민으로 지난 3세기동안 한족에 동화돼 독자적인 집단으로 존재하지 않음 들은 외국인을 ‘붉은 머리카락 이민족(紅毛番)’이라 불렀고, 붉은 머리카락 이민족이 점령한 땅을 홍마오성이라 불렀다. 네덜란드 점령 시기(1624~ 1662), 홍마오성은 눈부신 발전을 했다. 그러나 정 청공(鄭成功, 1624~1662) 3 시기(1662~1683)에 이르러 단수이는 유배지가 되었고, 홍마오성도 연달아 황폐해졌다. 청초가 되자 타이완은 정식으로 청조의 판도에 들어갔고, 홍마오성은 다시 단수이강 하구의 방어요새가 되었다. 다만 청나라 군대는 그 요새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청말, 단수이는 영불연합군에 의해 개항되었다. 영국인은 홍마오성을 조차(租借)하여 영국영사관으로 사용했고, 성채 안토니오 동쪽에 영사관저를 짓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홍마오성은 다시 활력을 찾았고, 각국 인사들의 교류 장소가 되었다.

2차 세계대전(1939~1945)이 발발하자, 일본군은 영국과 미국에 전쟁을 선포하였다. 당시 타이완은 일본이 점령하고 있었기 때문에 영국영사관은 폐쇄되었다. 전후 영국인은 홍마오성으로 다시 돌아왔고, 중영단교(1972) 때까지 그곳을 사용했다. 이후에도 홍마오성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중영단교 이후, 오스트레일리아, 미국이 대신 관리하다 1980년이 되어서야 정식으로 타이완의 소유가 되었다. 무대극이 한 막 한 막 상연되는 것처럼 400여 년의 타이완의 세계교류사를 홍마오성이 증명하고 있다.

홍마오성, 성채에서 영사관으로

현재 홍마오성의 건축물은 크게 두 개로 나눌 수 있는데, 성채 안토니오 건물과 영사관저 건물이다. 성채 안토니오 건물이 17세기에 지어진 것이라면, 영사관저 건물은 홍마오성의 기능이 변화함에 따라 19세기에 증축된 것이다. 

홍마오성의 성채 안토니오는 정방형으로 방어에 매우 적합하다. 또한 지반이 깊고 성벽이 두꺼운 데다, 예부터 포화의 공격에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외석내전(外石內) 겉은 돌로 안은 벽돌로 쌓는 법 방식으로 쌓은 성채이다. 성채 내부는 2층으로 되어있는데, 반원통형의 아치 구조이다. 위아래층의 아치 방향을 서로 수직이 되도록 해서, 성채를 더욱 견고하게 하였다. 영국인들은 홍마오성에 들어온 후, 뾰족한 모양의 지붕을 평평한 모양으로 바꾸었고, 동북쪽과 서남쪽 모서리에 성루 두 곳을 증설하였다. 또 2층 남쪽에 발코니를 설치하고 그 위에 성가퀴와 총구멍을 설치해 침입자를 감시할 수 있게 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원래 회백색의 홍마오성을 붉은색으로 색칠해 특색 있는 벽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홍마오성은 군사용도에서 영사사무의 장소로 점차 변했다. 방어기능을 하는 성채의 기본 구도는 유지되었지만 내부엔 변화가 생겼다. 사무를 볼 수 있도록 내부에 문서분화로, 금고, 문서보관함, 벽로 등을 증치했다. 당시 영국영사는 영사재판권을 가지고 있어 아래층에 4칸의 수용실을 설치했다. 그곳은 영국인 범죄자의 임시 구류소로 사용되었는데 수용실 문 위에는 식구통와 감시구가 있다.  

영국영사관의 주요 업무는 국제사무, 교민 보호 업무 그리고 해관세무 관리였다. 단수이항의 무역액이 증가한 후부터 영국의 상업업무가 확대됨에 따라 영사관의 업무도 나날이 잡다해졌고 그 지위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이에 영국인은 1878년 성채 안토니오 동쪽에 영사관저를 증축하였다.

영사관저는 높은 곳에 있지만, 홀로 우뚝 서 있지 않다. 앞뜰의 녹지가 그 높이를 가려 성채 안토니오와 짝하게 했다. 또 붉은 벽돌, 회랑, 비스듬한 지붕 등 섬세하고 따뜻함을 내뿜는 풍격은 성채 안토니오의 강한 선을 부드럽게 한다.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이 두 건축물은 이렇게 계단식 땅에서 조화를 이룬다. 이 정교하고 아름다운 붉은 벽돌의 영사관저는 영국 건축사가 설계했지만, 붉은 벽돌과 장인은 푸성(福建省) 샤먼(廈門)에서 왔다. 영사관저의 아래층 서쪽엔 거실과 서재가 있고 동쪽엔 식당과 부엌이 있으며 뒤쪽엔 세탁실과 고용인들의 방이 있다. 2층에는 침실 3칸과 저장실이 있다. 아래층 입구에는 큰 계단을 설치해 2층으로 바로 통할 수 있게 하였고 천장엔 큰 샹들리에가 걸려 있다. 정원에는 장미가 가득 심겨 있고 회랑은 오후 티타임의 장소로 쓰였다. 관저 뒤에 많은 하인을 배치해 부르면 바로 올 수 있도록 했는데, 이것은 영사관의 여유 있는 생활의 일면을 잘 나타낸다.

홍마오성, 단수이고적박물관으로!

1983년 내정부(內政府) 타이완행정원에 속해 있는 행정 사무 담당부서, 대한민국의 행정자치부와 역할 비슷는 단수이 홍마오성을 타이민지역(台地區)진먼(金門), 마주(馬祖)를 제외한 타이완 관할 지역 제1급 고적으로 지정했다. 1984년 홍마오성은 재정비 후 정식으로 민간에 개방되었다. 이후 홍마오성은 줄곧 내정부 관할에 있었다. 2003년에 이르러 행정원은 적극적으로 정부조직을 개편하였다. ‘지방화’를 중요 방향으로 삼았던 내정부는 ‘고적은 해당 직할시, 현(縣), 시정부가 관리, 보호한다’는 원칙하에 같은 해 7월 26일 단수이 홍마오성을 타이베이현(台北縣) 정부가 관리, 보호하게 했다.

2000년 문화건설위원회는 타이완 내의 세계문화유산잠재후보지 11곳을 뽑았는데, 그중 홍마오성이 인문유산후보지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이 점을 고려하여, 타이베이현정부 문화국은 ‘도전, 2008국가중요발전계획’을 받아들여 고적의 보존, 보호, 재생 그리고 세계유산자료의 수집 등을 위해 노력하고 우수한 문화관광도시만들기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이에 2005년 7월 1일 홍마오성에 단수이고적박물관이 설립되었다. 이는 전국의 고적 보존과 관광 운영 방면에서 참신한 시도로, 사람들은 이러한 기획이 문화산업 발전의 새로운 모형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단수이고적박물관은 성립했고, 운영관리, 교육확대, 연구, 수집, 공간 재이용, 사회복지, 자원향유 등을 기본 방침으로 삼고 있다. 단수이의 다문화적 문화재들은 유형, 시간대에 따라 새롭게 정리되고 자리매김할 것이다. 단수이고적박물관이 역사의 재현을 통해 조상들의 눈물겨운 사적을 알리고 문화재를 잘 관리, 보호하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다양한 예술활동과 생활예술을 만들어냄으로써, 문화관광의 내포를 심화시키기를 바란다.

번역_ 柳多珍 인천문화재단 전문위원

이미지 제공_ 필자

주)

1      타이베이시(台北市)에서 북서쪽으로 18km 떨어진 곳에 있는 근대 개항도시.

2      현재 단수이 홍마오성의 영문명은 Fort San Domingo이지만, 현재 남아있는 유적의 기본은 성채 안토니오이다. 1629년에 건설된 산 도밍고는 건설된 지 10년이 되지 않아, 파괴되었다.

3      정 청공은 일본 나가사키현(長岐縣) 히라도(平戶) 출신으로, 중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남. 명나라 부흥운동의 중심인물로, 1661년 타이완을 점령.

游貞華 1970년 타이완 이란(宜蘭)생. 타이베이현립단수이고적박물관 대리 관장. 저서로 『박물관과 초중등교육 연계방안 연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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