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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송도는 곧 송도유원지였고, 송도유원지가 곧 송도였다. 당시 인천시민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소풍이나 체육대회 등으로 송도유원지에 놀러가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내리 6년 동안 소풍을 갔던 곳도 그곳이었고, 다니던 교회의 전교인체육대회가 매년 열리던 곳도 그곳이었으며, 먼 곳에서 친척들이 오면 인천유람이랍시고 모시고 갔던 곳도 역시 그곳, 송도유원지였다. 그곳만 가면 항상 즐거웠다. 동물원이 아니어도 원숭이나 공작새 등을 볼 수 있었고, 말을 타고 유원지를 한 바퀴 빙 돌 수도 있었으며, 여름이 되면 풀장에서 신나게 놀 수도 있었고, 각종 놀이기구에 몸을 내맡기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런 송도가 언젠가부터 정겨운 가족적 이미지를 벗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고급음식점들, 값비싼 레스토랑과 세련된 커피숍, 시원하게 뚫린 해안도로 등. 송도는 더 없이 좋은 데이트 코스가 되었다. 게다가 시내 중심부와는 약간의 거리가 있어서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색이 없었다. 차를 소유한 자(혹은 차를 소유한 애인을 가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고품격 데이트 코스가 바로 송도였다. 허나 ‘유명한 데이트코스의 말로’라고 표현하면 과장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송도는 젊은 연인들의 낭만보다는 즐비한 모텔 네온사인의 낯뜨거움, 화려한 술집 간판들의 키치(kitsch)적 이미지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송도는 즐겁고 신나는 곳이 아니었다.
 
전시 현수막이 걸린 딩아트센터 모습
<interface展>에 전시된 곽대철의 작품<John Ono Lennon> ⓒ펜타프리즘 │ 2008
다시 한 번 송도가 새로운 이미지를 입기 시작한 것은 경제자유구역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는 요 근래 들어서이다. 갯벌을 매워 새로운 땅이 탄생했고(그때부터 송도와 송도유원지는 서로 다른 것이 되어버렸다), 그 위에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다양한 시설과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송도국제학교가 이제 곧 문을 열 계획이고, 외국기업, 외국 병원, 국제디자인스쿨 등 국제적으로 유명한 문화시설도 들어올 예정이다. 외국인들이 자주 드나들고, 또 정주할 것이므로 ‘영어자유도시’라는 캐치프레이즈도 선포했다. 정겨운 소풍장소에서 고품격 데이트 코스로, 다시 키치적 상권(商圈)으로 변화했던 송도는 바야흐로 국제도시라는 거대한 타이틀을 달게 된 것이다(물론, 키치적 상권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 송도에 ‘디오아트센터’가 문을 열었다. 처음 이 소식을 들은 인천의 문화예술 관계자들은 모두들 조금씩 놀라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인천과 아무런 연고가 없는 사람이 ‘굳이 인천에서’ 갤러리를 연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한때 인천에서 활동했겠지, 혹은 인천에서 태어났겠지, 아님 인천에서 학교를 나왔던가, 그도 저도 아니면 인천을 소재로 작업을 했을까 싶었는데, 모두 아니었다. 생각이 이쯤 되니 약간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우리는 암암리에 그런 사적인 경험이 없는 어떤 사람이 갤러리를 오픈하고자 할 때, 인천을 선택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스스로 굳게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인천은 시립미술관이 없는 몇 안 되는 광역시 중 하나(울산시와 인천시뿐이다)이며, 굳이 시립미술관이라는 상징적 시설이 아니더라도 공공미술공간이 매우 부족하다. 더욱이 미술시장이 열악, 아니 아예 형성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정도로 빈약한 곳이다. 인천은 서울 바로 옆에 붙은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모든 문화적·예술적 활동을 서울에 빼앗기거나 혹은 스스로 내어주었던 도시 아니던가. 그런 인천시에, 인천시민도 아닌, 게다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들이 갤러리를 열었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신선한 충격과도 같은 것이었다.
디오아트센터 내부의 모습 － 김미옥 │ 2008
디오아트센터는 디오갤러리와 마리노레스토랑, 그리고 야외조각마당과 도서출판 본북스, 아카데미 등을 갖춘 그야말로 ‘복합문화공간’이다. 전시를 보고난 후 식사와 와인을 즐길 수도 있고, 야외조각마당에 앉아 편안히 대화를 나눌 수도 있으며, 이곳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예술강좌도 들을 수 있다. 정란기 관장의 말에 따르면 갤러리라는 곳 자체를 너무 멀게 느끼는 사람들을 보면서 더욱 갤러리의 필요성을 실감했다고 한다. 예술인과 일반인의 접점(interface)을 마련하는 곳이 바로 디오아트센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란다. 그래서 개관 기념전도 “INTERFACE”라는 주제 아래 권두현, 노주환, 문훈, 유진규, 이현승, 이호련 등의 작가를 초청하였다. 현재는 관장의 전공을 살려 고전적 의미의 미술장르 뿐 아니라 영화와 미디어아트까지 확장하여 시각예술 전반을 아우르는 전시를 진행하거나 또는 기획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진호 미술감독展〉이라든지 〈영화와 미술의 만남展〉이 진행 중이다. 이 또한 영화와 미술의 접점을 찾는다는 점에서 본 시설의 운영철학과 지속적으로 맞닿아 있다. 이외에도 옥상과 제3전시실이 공간적으로 매우 흥미로운데, 넓게 트여 인천 앞바다와 청량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훌륭한 전망을 갖춘 이곳에서 언젠가 옥션(미술품 경매) 행사를 하면 흥미로울 것 같다며 관장의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제3전시실은 ‘전시실’이라는 설명을 듣지 않는 이상 이곳이 과연 전시실일까 싶을 정도로 굉장히 좁고 긴 형태의 공간인데, 작은 크기의 전시물들을 집중적으로 관람케 하기 적당할 것 같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송도국제도시를 내려다보며 디오아트센터라는 세련되고 멋진 공간이 생겼다. 인천의 미래를 믿고 생겨난 곳이기에 송도(인천)는 그 공간에 일정 정도 책임이 있다 하겠다. 송도국제도시의 드높은 마천루가 인천의 국제성을 대변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인천이 세계와 대화할 수 있는 접점, 인천시민이 세계와 함께 문화와 예술을 나눌 수 있는 접점으로서 빛나길 바란다. 아무쪼록 디오아트센터 개관이 그 불씨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미지 제공_ 디오아트센터
金美玉 1977년 인천생. 인천시 문화예술과 전문위원. 최근 글로 「도시공간에 스며든 조각예술」, 「인천시의 박물관 및 미술관 건립을 위한 전략수립」 등. musemiok@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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