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4월 감리교 인천동지방 감리사인 조용구 목사(주안교회)와 인천서지방 감리사 윤창덕 목사(내리교회)가 인천 동일방직 인천 동구 만석동 37번지 소재과 한국기계공업 대우중공업 전신으로, 인천 동구 만석동 6번지 소재 에서 산업선교를 전개하기 시작하였고, 그해 9월 오명걸 선교사(George E. Ogle)가 인천에 내려오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이루었다. 동·서 양지방회는 1962년 산업전도를 공동사업으로 전개할 것을 결의하고, 화수동 183번지에 위치한 초가집을 매입하여 ‘도시산업선교협회’와 ‘노동자교회’현 일꾼교회라는 간판을 내걸고 본격적인 활동을 모색하였다. 그러나 초기 산선의 활동은 교회에서보다는 주로 공장에서 이루어졌다. 1981년 조화순 총무(현재 74세)가 작성한 「인천도시산업선교회 활동과정에 대하여」민주화운동아카이브 등록번호 443870라는 문건에 따르면 산선의 활동은 크게 세 단계로 전개되었다고 한다. 그 첫 시기는 1961년 창립 직후부터 1966년까지, 산선의 실무자가 직접 공장에서 노동자와 함께 일하면서 산업사회를 배우는 실무자 중심의 활동기이다. 1967년부터 1970년까지의 시기에는 주로 노동자 문제를 활동의 중심에 놓고 활동한 시기였다고 한다. 실무자가 각 공장을 선교지로 삼아 전도활동을 하면서 노동자 상담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공장 목회활동을 전개한 것이다. 1971년부터 1977년 무렵까지는 인천산선의 활동이 보다 대(對)사회적인 방향으로 확산된 시기이다. 가난하고 억눌린 노동자의 문제가 개별 회사와의 관계만이 아닌 정치, 경제, 사회적 제도와도 깊은 관련이 있음을 인식하고 인천산선이 “노동자들의 짓밟혀진 인권회복을 위해 사회적, 정치적인 문제에까지 개입하여 일하”2게 된 중요한 시기였다.

10월유신 1972년 10월 17일 대통령 박정희가 장기집권을 목적으로 단행한 초헌법적 비상조치을 전후하여 중앙정보부의 대대적인 탄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인천산선의 활동은 1970년대 노동현장에서 눈부신 성과를 일궈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1978년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똥물투척사건은 대대적인 반산선 공세의 일환으로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자본과 국가는 산선의 활동을 공산주의로 몰아치는 대대적 이념공세를 전개하였다. 『산업선교는 무엇을 노리고 있나?』(1977), 『이것이 “산업선교”다』(1978), 『도시산업선교의 정체』(1982), 『산업선교 비판』(1984) 같은 책들이 쏟아져 나온 것도 그 무렵이다. 『동일방직사사(東一紡織社史)』(1982)는 동일방직 “노사분규”의 주요원인을 “도시산업선교회의 침투”로 보고 한 절에 걸쳐 자세히 기록해 놓았다.

좌)오늘날의 일꾼교회                                                  우)인천산선에 모인 여성노동자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인천산선은 새로운 모색기에 접어든다. 1980년대 초 5공 제5공화국(1981~1988)의 대대적인 탄압을 극복하고 노동자의 조직화가 이루어지자 인천산선은 직접 노동운동을 지원하는 방식에서 일꾼역사교실 같은 문화사업 등의 간접지원 방식으로 교회의 역할을 재조정해나간 것이다. 1990년대 들어 형식적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민주노총 전국민주조동조합총연맹 약칭이 합법화되는 시대를 맞아 감리교회에서는 산업선교에서 사회복지선교로 활동방향을 바꾸기로 결정하고 인천도시산업선교회를 인천사회복지선교회로 이름을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인천산선의 요람이었던 노동자교회의 후신인 일꾼교회에서는 제8대 총무인 김도진 목사(현재 50세)가 사회복지사목을 담당하면서 인천산선의 역사를 갈무리하고 있다. 김도진 목사의 안내로 함께 돌아본 일꾼교회에는 그 당시 인천산선을 거쳐 간 노동자들의 손길과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30여 명의 노동자들이 합숙을 하면서 파업투쟁을 견뎌내던 지하방의 모습도 그대로 남아있거니와 해고자들의 복직투쟁을 위하여 장기간 숙소로 사용되었던 옥탑의 가건물도 그대로 남아있다. 한쪽 창고에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인천산선의 역사를 말해주는 각종 문건들이 ‘민주화운동사료’로 지정되어 보관되고 있다.

푸른 작업복의 노동자로 간난신고(艱難辛苦)의 세월을 겪었던 노동자들이 젊은 날을 보냈던 인천산선을 잊지 못해 해마다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5년 전에는 조화순 목사의 생일날 홈커밍데이 행사와 함께 사진전시회도 개최하였다 한다.

“그들이 교회를 찾아오면 마치 ‘영혼의 고향’에 온 것 같다고, 지금도 그 시절처럼 가슴이 뛴다고들 이야기 합니다. 이처럼 이곳은 노동자 민주화운동의 못자리입니다. 그런데 지금 민주화운동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했던 산선의 역사가 재개발사업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김도진 목사에 따르면 현재 산선 주변 지역에 재개발이 추진 중이라 한다. 주택재개발을 위한 주민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고, 곧 재개발조합이 설립될 예정이라고 한다. 별다른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일꾼교회는 앞으로 4~5년 후면 재개발로 사라질 운명이라는 것이다. 1970년에 신축한 교회건물을 당시에 당국이 준공허가를 내주지 않아 현재까지도 무허가 상태로 남아있다고 하니 재개발사업이 추진되면 인천산선의 역사와 기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아직도 거리의 곳곳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건 거리투쟁은 정치권으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노동운동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팽배한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노동의 신성함과 더불어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었던 지난 시대를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재개발 사업에 포위된 인천노동운동의 요람, 인천산선을 저대로 버려둘 것인가.

“흔히 역사는 기억하는 자의 것이라고 합니다. 감리교회에서는 한국현대사와 관련된 중요한 기억의 장소로 ‘인천산선기념관’을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벌써 논의를 진행 중이고 모금활동도 계획하고 있어요. 작게라도 시작해서 사라져가는 역사의 기억을 보존해야지요. 부디 이 건물이 기념관으로 재생할 수 있도록 하는 여러 방안들을 인천의 민주시민들과 함께 찾아보았으면 합니다.”

이미지 제공_ 일꾼교회

주)

1      조승혁, 「산업선교의 조직 현황 및 특성」, 『기독교사상』, 1979. 11.

2      조화순, 「인천도시산업선교회 활동과정에 대하여」, 민주화운동아카이브 등록번호 443870.

李羲煥 1966년 충남 서산생.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연구원. 저서로 『인천문화를 찾아서』 , 『김동석과 해방기의 문학』 등. lhh4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