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은 중국문명의 힘을 세계에 과시하고 중국의 국가위상을 세계에 떨치는 무대가 되고 있다. 비록 쓰촨(四川)대지진과 티베트사태 등으로 당국이 극도의 보안조치를 취한 때문에 예상보다 열기가 가라앉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상 최대 규모의 올림픽을 치르면서 중국인들의 애국심과 자부심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은 중국경제의 앞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도쿄올림픽(1964)이나 서울올림픽(1988)처럼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업그레이드’되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인가, 아니면 멕시코시티올림픽(1968)이나 몬트리올올림픽(1976)처럼 빛바랜 올림픽이 되고 말 것인가? 한국경제의 최대 교역대상인 중국경제의 미래는 바로 우리경제의 미래인 만큼 냉철한 예측이 필요하다. 중국경제는 과연 골드만삭스(Goldman Sachs)국제금융시장을 이끄는 대표적 투자은행 겸 증권사의 예측대로 향후 30여 년이면 미국경제를 추월할 수 있을 것인가?

미래란 원래 알 수 없는 것이다.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나심 탈레브(Nassim N. Taleb)의 『검은 백조The Black Swan』(2008)라는 책은 예측불가능하고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적은 일들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는다고 주장한다. 중국경제의 미래가 어찌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는 상대적으로 예측하기가 쉽다.

단기적으로는 중국경제의 전망이 밝지 않다. 올림픽 열기와는 대조적으로 상하이의 주식시장은 차갑게 식어있다. 올림픽 이후 경착륙(business hard landing)급작스런 경기냉각으로 주가가 폭락하고 실업자가 느는 현상을 우려하는 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중국경제는 지난 7~8년간 잠재성장률을 훨씬 웃도는 고속성장을 한 탓에 조정이 불가피하다.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 엄청난 거품이 발생했다. 주식시장의 경우 이미 조정이 시작돼 압력이 다소 완화됐지만 부동산시장의 경우 이제 막 조정단계에 진입한 상황이다. 경기과열과 더불어 에너지, 원자재 값이 상승하면서 물가상승률이 치솟고 있다. 위앤(元)화 환율이 하락하여 무역흑자는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 단기전망과 관련하여 몇 가지 유념해야할 점이 있다. 첫째, 중국경제가 어려워지는 것은 올림픽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올림픽을 위해 중국정부가 그동안 대대적인 투자를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경제의 전체 규모에 비해 그렇게 큰 것은 아니다. 또한 올림픽 이후에도 농촌 및 서부 대개발 등 투자수요는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에 투자가 급감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동안의 과속 성장이 올림픽 준비 때문에 나타난 것은 아니었으며, 올림픽과 관계없이 조정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둘째, 중국경제만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다. 자원부국을 제외한 전 세계 경제가 지금 소위 3F―에너지(Fuel), 식량(Food), 금융(Finance)―위기로 인한 경기둔화를 겪고 있다. 미국경제가 어렵고, 유럽과 일본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정도다. 한국경제도 어렵다. 이러한 세계경제의 위기가 베이징올림픽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중국경제의 하강이 우리에게 악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큰 난리가 난 것처럼 반응할 일이 아니다.

셋째, 하강한다고 하더라도 중국경제는 여전히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이다. 금년도 상반기만 하더라도 GDP성장률이 10.4%였다. 당분간 조정국면을 겪는다고 하더라도 성장률이 급감하지는 않을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내놓은 숫자가 7%대 성장률이다.

그러면 단기적으로 조정기를 거치고 나면 중국경제는 어찌될 것인가? 중국경제는 중장기적으로 과연 고속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이건 사실 조심스럽게 접근할 문제다. 중장기적으로 중국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날 줄 누가 알겠는가? 하지만 올림픽으로 인해 중국경제가 중장기적으로 고속성장을 지속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단순히 경제적인 요인만 보면 중국경제가 고속성장을 지속하리라는 건 의심하기 어렵다. 아직도 농촌에 방대한 잉여노동이 존재하고 ‘후발국의 이익’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하여 얻는 이익 도 여전히 존재한다. 저축률이 대단히 높고, 교육수준도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과학자, 기술자의 수는 세계 최대고 그 수준 또한 급속하게 높아지고 있다. 인공위성과 우주선을 발사할 정도이다.

혹자는 중국경제의 수많은 제도적 비효율성과 정부의 부패 등을 지적하면서 중국경제가 곧 난관에 봉착할 거라고 한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지속적인 개혁을 통해서 제도적 비효율성과 부패문제를 점차 해결해나간다면, 현재의 문제는 오히려 중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현재 상태에서도 이 정도 성장을 한다면 제도가 더 효율적으로 개혁되고 부패가 훨씬 적어질 때는 성장이 더 빠르지 않겠는가?

10년 전 아시아금융위기를 중국경제가 잘 피해나가자 일부 서구 학자들은 중국경제에 숨겨져 있는 금융부실이 엄청나기 때문에 중국경제는 곧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국유기업 대출 등에 금융부실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이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소해왔다. 지금도 숨겨진 부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경제를 감당 못할 위기에 몰아넣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는 어느 정도 부실이 있어도 이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중국의 중장기적 성장에 진정으로 위협이 되는 요소는 정치적인 불안이다. 중국의 중앙정부는 이제까지 뛰어난 정책역량과 상당한 정도의 자기규율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빈부격차가 극심해지고 지방정부의 부패가 심각하다. 인권유린 행위가 빈발하고 있다. 반면에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언론통제에 구멍이 뚫리고, 경제수준이 향상되면서 국민의 권리의식도 높아간다. 티베트나 신쟝(新疆) 등 변방 소수민족들의 불만도 시한폭탄처럼 존재한다. 궁극적으로는 민주화만이 이러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될 것이다. 그것이 꼭 서구식 민주화일 필요는 없다. 공산당체제를 유지하더라도 지금보다 훨씬 더 국정에 민의를 반영하고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다. 이것이 중장기적 고도성장 지속을 위한 정치적 조건이다.

베이징올림픽은 중국정부가 이러한 지난한 정치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을 벌어줄 것이다. 중국 선수들이 금메달을 차곡차곡 획득해가는 것과 비례해 온갖 사회적 갈등과 불만을 용광로처럼 녹이는 중화민족주의가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중국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민족주의다. 공산주의가 아니다. 올림픽 개막식에서 공자와 유교가 등장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혁명 이후 탄압했던 유교를 이제 국민통합을 위한 민족주의적 요소로 활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민족주의가 민주화의 대용은 결코 아니다. 민주화는 사회갈등을 드러내서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민족주의는 사회갈등을 일시적으로 덮을 뿐이다. 따라서 민족주의의 열기는 민주화 개혁을 위한 시간 여유를 어느 정도 벌어주는 것일 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 한다. 중국정부도 이 점을 깨닫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柳鍾一 1958년 전북 정읍생.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최근 글로 「신자유주의, 세계화, 한국경제」, 「MB노믹스의 빈곤」 등. jyou@kdischool.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