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浜) 해안을 따라 천천히 걷다보면 언제나 감회에 젖곤 한다. 그것은 이 거리가 지닌, 무심한 도시성과 노스탤지어(nostalgia) 사이의 어긋남에서 오는 곤혹스러움 때문만은 아니다. 새로운 가치관이 시대의 파도에 실려 도달한 장소이기라도 한 듯, 오히려 호의적인 감정이다. 150년 전까지는 한촌(寒村)이었던 이곳이 개항을 계기로 일본 최대도시 중 하나로 발전을 거듭하는 사이, 많은 사람들을 몰아붙였던 문명개화나 끊임없이 쇄신하는 도시적 미완결성에 대한 동경은 인생에 관한 충동과 근본적으로 상통하고 있었던 것일까. 요코하마는 다양한 가치관이 해후하면서 발전해 온 도시이며, 사람들은 그 속에서 문화적 차이를 깨닫고, 받아들이며, 공생하는 역사를 만들어 왔다.

여기에 비추어볼 때, 2008년 요코하마 트리엔날레의 테마 ‘타임 크레바스(Time crevasse)’ 시간의 균열는 이 도시의 역사와 정취에 상응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도시가 품고 있는 다양성은 시간의 축을 따라 깊고 견고하게 지속되었다. 그것은 서구 대도시에서는 자라나기 어려운 요소이다. 이러한 특성을 남김없이 보여주려는 듯 이번 트리엔날레는 제1회와 마찬가지로 도시 전체에서 개최되었다. 해안을 따라 자리 잡고 있는 창고건물이나 역사적 건축물 들을 하얀색 큐브로 리노베이션(renovation)개축하여 순도 높은 감상용 공간을 실현한 한편, 랜드마크플라자와 같은 상업시설과 오오산바시(大橋)국제여객터미널과 같은 공공시설에 작품을 설치함으로써 대중에게 예기치 못한 만남을 제공했다. 또한 안내센터나 심포지엄을 위한 소규모 공간을 신설하여 적극적인 정보발신의 토양을 마련하는 등 요코하마 해안지구 구석구석을 행사장으로 활용했다. 사람들은 여기저기에서 이 도시가 발산하는, 과거와 미래의 혼재를 목격할 수 있다.

위 A=P=P=A=R=I=T=O=N │ⓒNorihiro Veno │2008

아래 Brunelleschi│ⓒKeizo Kioku │2008

트리엔날레 전경 ⓒ타카시마 유이치로오 │2008

그중 특별한 곳으로 요코하마 남쪽에 위치한 산케에엔(三園)이 있다. 실업가였던 하라 산케에(原三, 1868 ~1939)가 카마쿠라(鎌倉), 쿄오토(京都) 등에서 이축한 일본 전통건축물이 인공정원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은, 그것 자체가 일본역사의 콜라주(collage)적 단면이라 할 수 있는 양상을 띠고 있다. 게다가 이 정원은 당시 신진예술가 육성의 장이었기 때문에 현대미술의 역사도 갖추고 있어 주어진 소임을 충분히 하고 있다.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건축물이나 작은 공간에 들어선 임시작품들은 그 공간에 몸을 맡기면서도 그곳에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 모습을 드러내려 하기 때문에 우리들의 지각을 오히려 눈앞에 주어진 공간으로 향하게 만든다. 그 결과, 단순한 시각적 경험으로서의 ‘감상’을 넘어 우리의 모든 신체를 움직여 지속적으로 지각하게 만드는 ‘체험’을 촉진시킨다.

‘장소’에 주안을 두었던 제2회에 비해 제3회는 ‘시간’에 주안점을 두고, 관객의 눈앞에서 체험을 유발할 수 있는 퍼포먼스에 무게를 실어 참여작가를 선발했다. 그 중에는 음악가, 미술가, 무용가 등 여러 가지 표현방법을 병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서 보다 중층적인 체험을 제공할 수 있었다. 특히 오프닝 3일 동안 벌어진 퍼포먼스의 수는 어마어마하다. 이들이 빠져나간 자리엔 빈 공간만이 흔적으로 남아있어 허탈한 느낌이다. 이후의 퍼포먼스들이 얼마나 더 나은 체험을 제공하느냐가 남은 과제다.

크레바스란 개척자들의 앞길에 놓인 장애물인 동시에 극복대상이다. 또 그것은 우리의 근원적 존재와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요코하마뿐만 아니라 일본문화 자체가 역사적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확실하지만, 그것을 직시하고 극복할 만한 강인함을 가지고 있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이번 요코하마 트리엔날레가 그 극복가능성과 미술의 힘을 확인하는 시금석이 되기를 바란다.

번역_  번역가

 1977년 도쿄(東京)생. 세타가야(世田谷)미술관 학예사. y-takashima@samuseum.gr.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