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전주세계소리축제>(한국소리문화의전당 외 전주시 일원, 2008.9.26~10.4)
2008전주세계소리축제 공연장면
지난해 관객몰이에 실패했던 전주세계소리축제(이하 소리축제)가 올해는 야외공연과 무료공연을 대폭 강화하여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성공했다. 야외공연 강화에 따른 공연관람 기회 확대와 더불어 전시 및 체험행사, 그리고 판소리 대중화 시도, 찾아가는 홍보공연 등은 프로그램의 외연을 확장하는 일등공신이었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소리축제가 보완해 나가야 할 지점을 명확히 한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기도 하다. 특히 전문 프로그래머의 참여나 전문성 있는 공연기획의 필요성이 이번 축제를 통해 강력히 요구되었다.
66여 개의 국내외 공연으로 짜인 이번 소리축제는 출연팀 수만 276개, 참가국 또한 총 14개국에 달한다. 소리축제 조직위원회는 “폐막일까지 진행된 각종 공연이 크게 호평을 받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관람객들은 “소리축제에서만 즐길 수 있는 공연이 절실하게 부족하며 타 축제에서도 볼 수 있는 공연들이 많았다”고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자체기획공연보다는 대부분의 공연이 초청공연으로 이루어져 소리축제에서만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초청공연의 대부분은 외부공연단체의 기존공연이나 기획공연이었고 이 가운데 이름만 바꾸어 올린 경우도 없지 않았다. 결국 이는 개막초청작을 놓고 조직위원회와 초청단의 보이지 않는 불협화음이나 함량미달의 졸속 공연 등 여러 부작용을 야기하기도 했다. 전문 프로그래머의 도입이 무엇보다 절실한 이유다. 또한 야외무료공연의 확대뿐 아니라 마니아(mania)들을 흡수할 수 있는 전문적인 실내공연 프로그램 역시 양적, 질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소리축제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수준 높은 공연기획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조직위원회가 야심차게 내놓은 기획공연들도 관객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소리축제의 정체성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는 국악공연들이 작품의 위상이나 예술성과는 관계없이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했다. 그 예로 ‘르노삼성-소리상’을 수상한 <천하명창전>은 자체 기획프로그램으로 안팎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유료관객 숫자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왕조의 꿈-태평서곡>도 객석점유율 50%, 티켓판매율 7%에 그쳤으며 그동안 높은 객석점유율과 티켓판매율을 보였던 <판소리 명창명가>도 예년에 비해 저조한 기록을 남겼다.
작품 완성도가 공연마다 들쭉날쭉한 것도 문제점 중 하나였다. 일부 공연이 연습량 부족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기초적인 문제들을 노출하면서 작품선정 및 제작과정에서 소리축제와의 결합 정도 등이 짚어볼 문제로 떠올랐다. 소리축제 자체의 기획프로그램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반복됐다. <판소리 다섯바탕>이나 <판소리 명창명가>가 대표기획이기는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출연진 연령이 젊어지고 있고, <작고명창 열전>의 경우 공연의 품격을 떨어뜨릴 수도 있는 영상과 전시, 진행 등으로 의미를 퇴색시키는 경우가 있어 기존 기획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청의눈물 공연장면
운영상의 문제점 역시 여전했다. 오히려 예년보다 퇴보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관객 숫자와 바로 연결되는 공연 및 공연장 배치 문제는 심각했다. 개막콘서트와 국내공연을 동시간대에 배치해 관람객들을 분산시키면서 개막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전북대학교 삼성문화관에는 단 2개의 공연만을 배치해 축제에서 밀려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야외행사가 증가하면서 곳곳에 무대를 설치해 실내공연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기도 했다. 통역과 홍보, 티켓판매 방식 등에서도 여러 혼선이 있었다.
이제 2010년이 되면 소리축제도 10회를 맞는다. 조직위원회는 축제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등 올해 제기된 문제들을 차분히 해결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효율적인 홍보와 치밀한 계획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소리축제만의 개성과 다양성을 10회째에는 널리 알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미지 제공_ 전주세계소리축제
金光淳 1952년 전북 전주생. 전주대 예체능대 교수. 최근 저술로 『오페라 정극인』 등. ks2386@hanmail.net 이면의 진실을 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