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간단히 역사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일본은 1910년 한반도를 식민지로 삼고, 한성으로 불리던 현재의 서울에 총독부를 설치하여 식민지운영을 하였다. 대륙진출에 대한 야망을 버리지 못했던 일본은 러시아 및 청나라와 전쟁을 하였고, 결국 현재의 중국 동북부에 만주국을 세웠으나 국제적으로 고립된 태평양전쟁으로 치닫게 된다. 에너지자원을 갖지 못한 일본은 극도의 에너지 부족에 빠졌고, 식민지인 조선으로부터 수백만에 이르는 노동자들을 끌어 모아 사할린과 홋카이도오, 큐우슈우의 광산 및 쿄오토 교외의 망간광산에서 일을 시켰다.

  탄바망간기념관 전경

 

1989년 개관한 탄바망간기념관은 제2차세계대전을 전후하여 조선인 광산노동의 발자취를 직접 볼 수 있는 현장의 하나로, 현재 남아있는 몇 안되는 곳이다. 이 기념관은 망간광산에서 일하다 이후 경영에도 참여한 故 이정호씨가 강제 징용된 조선인의 역사를 후세에 길이 남기고자 설립하였다. 약 300m의 갱도 및 전쟁 중 강제노동자들의 생활을 재현한 숙소, 노동자들의 증언 등을 소개하는 자료관이 있으며, 한창때는 연간 2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가기도 했었다. 이정호씨의 사후, 아들인 이용식씨가 유지를 받들어 관장으로서 운영을 맡아왔는데, 기념관 주변에 고속도로 일부가 개통되는 등 주변의 교통량이 격감하여 방문자수가 연간 3,000명 정도까지 줄어들었다. 2002년에 운영모체를 비영리기구로 법인화하고 기부금을 모아 경영개선을 시도하였으나, 심각한 경영난과 운영유지를 위한 시설개선 등이 필요해지면서 얼마 전 이사회에서 내년 폐관을 결정하였다.

 

 

  전시공간에서 망치를 들고있는 이용식 관장

강제 징용된 조선인 노동자의 역사를 보여주는 중요한 견학시설임에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적인 보조도 없고 시설도 노후화되어, 매년 600만엔(円) 이상의 적자가 계속되어 더 이상 유지가 곤란했다고 한다. 이용식씨는 “최근 북한의 일본인납치문제로 강제연행에 대한 문제의식이 옅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가해의 역사를 숨기지 말고 내보이는 것이 전쟁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길이라 걸 알았으면 한다”며, 폐관 후에는 개인적으로 저술 작업과 강연 등으로 망간광산의 역사와 그곳에서 일했던 조선인 노동자들의 실상에 대해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초대 관장인 이정호씨는 진폐증 폐에 먼지가 쌓여 생기는 직업병에 의한 호흡부전으로 1995년에 사망하였다. 2살 때 일본에 건너간 이정호씨는 각지의 광산을 돌다, 케에호쿠쵸오(京北町)에 정착하였다. 제2차세계대전이 끝난 후 회사로부터 경영을 물려받았으나 저가의 망간이 해외로부터 수입되어 일본의 망간광산은 잇달아 폐광위기에 몰렸다. 이정호씨의 유골은 고인의 뜻에 따라 동해에 뿌려졌다.

카타야마        기념관이 설립된 지 20년이 되는데, 그동안의 운영상황은 어떻습니까?

이용식  매년 많은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납치문제가 일본사회에서 커다란 문제가 된 이후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외학습으로 오던 견학도 거의 전무한 실정입니다.

카타야마         이 기념관을 만든 동기가 무엇입니까?

이용식          아버지께서 이 지역에 300여 곳의 망간광산이 있는데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이대로 둔다면 우리의 역사는 잊혀지고 만다고 하셨습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수천 명의 조선인이 이곳에서 일했던 사실이 잊혀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 “내 무덤은 필요없다. 기념관을 지으면 그게 바로 내 무덤이다”라고 말씀하셔서 가족들과 의논하여 기념관을 짓게 되었습니다.

카타야마        무엇이 아버지와 이용식씨를 20년 동안이나 지탱해주었나요?

이용식  한(恨)과 의지였습니다.

카타야마        초대 관장께서 기념관을 짓고자 하실 때 공적인 지원은 없었나요?

이용식          전혀 없었습니다. 이 지역의 관청에도 부탁을 드려봤으나 소용없었습니다.

카타야마         왜 소용이 없었을까요?

이용식          모르겠습니다. 일본에서 광산은 부(負)의 유산입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 많은 조선인을 식민지인 한반도에서 모집으로든 강제로든 끌고 와 일을 시키고는 제대로 급여도 주지 않은 사실을 감추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카타야마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이용식          힘든 건 언제나 경제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에 익숙해져 있었죠. 하지만 굉장히 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타나카 사카이(田中宇)라고 하는 저널리스트가 『망간 파라다이스(マンガンぱらだいす)』(1995)라는 책을 냈는데, 이 책은 망간광산에서 제2차세계대전 이전부터 일했던 조선인을 찾아내 한국에서 취재한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 담겨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망간광산에서 일을 해 돈을 벌어 고국에 돌아갔다”라든가, “멀리까지 와서 돈을 벌 수 있게 되어 일본사람들을 미워하지 않는다”라든가 하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타나카씨가 취재했다고 하는 한국 마을에 찾아갔고, 어이없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에게 그런 증언을 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 거죠. 통역을 해준 사람도 만났는데, 그런 이야기는 거짓이라며, 취재 당시 한국인들이 한 이야기 그대로 통역을 했다고 증언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사실을 카메라에 담아 〈망간과 살아온 한국인과 부락〉이라는 비디오를 만들었습니다.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되죠.

카타야마         끝으로, 만약 재정지원이 이루어진다면 기념관 운영은 가능한가요?

이용식          물론입니다. 그게 바로 아버지의 뜻이니까요. 지금 바라는 게 있다면, 한국정부가 한국 내에 기념관과 자료관을 만드는 일도 필요하겠지만, 그것보다 일본 내에 역사박물관과 자료관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은 물론 일본인도 알아야 할 역사니까요.

나는 이용식관장이 인터뷰 마지막에 이야기한 ‘한국정부가 지원해준다면’이라는 말에 동감했다. 20년 동안 공적지원 없이 이를 악물고 재일한국인의 역사를 전하고자 한 이용식관장과 망간광산이 내 무덤이라며 탄바망간기념관을 설립한 초대관장 이정호씨의 뜻이 이대로 사라져 가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탄비망간 기념관 모습  

그밖에도 이 같은 역사를 말해주는 시설이 일본에 존재하지 않을까하여 찾아보았는데, 도쿄(東京)에 있는 재일한국인자료관이 있었다. 이곳은 제2차세계대전을 전후한 재일한국인의 생활과 자료를 많이 보관하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현장은 아니다. 전시되어 있는 자료가 말해주는 역사를 느끼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역사적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더라도 폐쇄 위기에 직면한 탄바망간기념관의 존재는 귀중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의 관계기관으로부터 강력한 지원이 요구된다. 근대의 역사적 사실을 전달해온 탄바망간기념관의 등불이 지금 꺼지려 하고 있다.

번역_ 金志松 번역가 / 이미지 제공_ 필자

片山通夫 1944년 일본 오오사카(大阪)생. 포토 저널리스트. mk@609studi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