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에 제2의 부개문화사랑방이 9월 24일 문을 열었다. 갈산동에 부평문화사랑방이 문을 연지 5년여만의 일이다. 문화사랑방은 다름 아닌 공연을 할 수 있는 소극장을 말한다. 대개는 100여 석 정도의 작은 공연장을 통칭 소극장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서울 대학로에는 100여 개 이상의 소극장이 문을 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인천에는 많이 잡아도 10개가 안된다.

부개문화사랑방이 개관하기 전 지역 일간지의 지인에게서 한 면짜리 특집기사를 만드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전화가 왔다. 지역 문화판에서 소극장이 만들어진 배경, 과정, 의미 등을 따져 부평문화 전체를 조망해보자는 것이다. 여러 사정으로 단신 기사만이 나왔지만 플랫폼 원고 청탁이 왔다. 순간 행복했다. 아! 보는 눈들이 있구나. 인천문화의 미래가 밝아 보였다. 관에서 운영하는 소극장 2개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건립 자체가 부평문화의 확산이며 주요한 문화 인프라 구축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행정기관의 문화수요 공급에 대한 인식의 전환도 대단히 중요한 성과라고 말 할 수 있다.

부평문화사랑방의 역사는 부평풍물대축제에서 비롯되어진 민·관 합동의 작품이다. 그래서 뒤에 서술한 개관의 과정은 그대로 풍물축제의 역사이며, 부평문화 태동기의 서술이기도 하다. 앞으로 역량 있는 문화인들이 좀 더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보완하여 다른 곳에서도 행복한 일들이 많이 벌어졌으면 한다.

새삼스럽게 2003년 12월 부평문화사랑방이 문을 열었을 때의 감동이 밀려온다. 당시로서는 관에서 주도하는 소극장이 거의 없을 때이다. 지금도 수도권 일부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때의 상황은 상당히 달랐다. IMF사태 전, 경제의 풍요로움을 딛고 삶의 질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일부의 운동과 지방자치제의 실현으로 자치단체장이 시민의 문화적 요소에 부응해 가려는 노력이 겹쳐 조금씩 문화에 행정예산을 배분하고 있을 때였다. IMF를 맞아 예산삭감의 우선순위는 문화부분이었다. 당시 한참 유행 중이었던 신생 축제들이 취소 내지 축소되었고 각종 문화행사들이 중단되었다.

부평풍물대축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막 태동되었던 축제였기에 그 타격은 더 심했다. 다행히 혜안을 가진 행정조직과 지역 풀뿌리 세력이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그 명맥을 유지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부평풍물대축제는 1997년도부터 2000년도까지는 부평구청에서 행사를 총 주관하고 축제기획단이라는 민간전문가집단이 자문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획기적인 변화는 2000년과 2001년에 왔다. 2000년에는 부평역 앞 8차선 대로 800m를 54시간 동안 막고 운동장 축제에서 거리축제로 변신을 시도하였다. 밤 새워 길을 막아 무대를 만들고, 거리를 치장하였다. 토요일 아침 자동차가 점령하였던 길에 시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시민들은 어리둥절해 주위를 둘러보기 바빴다. 서커스처럼 요리조리 차를 피하고 , 자전거, 장애물을 피해 걷던 주변 보도에서 시민들은 대로 한복판으로 선뜻 나서지 못했다. 그것도 잠시 행사관계자들은 대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의 환한 웃음에 최초의 거리축제 성공을 예감하였다. 성공적으로 행사가 끝난 뒤, 부평구청은 그 넓은 도로를 메울 콘텐츠 부족을 실감하였다. 더 많은 시민과 전문가 참여가 요구되었다. 행정의 한계를 실감한 것이다. 그래서 부평축제추진위원회 조례를 제정하여 행사 전체를 민간으로 이양하게 된 것이 2001년도의 일이다. 축제추진위원회는 의결기구인 위원회와 집행기구인 기획단으로 이원화되어, 위원회에는 구청관계자들, 지역원로, 관변단체, 지역오피리언리더들이 참여하고 기획단에는 공연자그룹, 시민단체, 문화관계자등이 자리잡게 되었다.

2001년도 갈산동이 갈산1동, 갈산2동으로 분동되면서 새 동사무소가 건립계획이 수립되었다.

필자가 초대 기획단장으로 있던 부평풍물대축제 기획단에서 이점에 주목하였다. 수도권의 변방인 부평에서는 유독 메이커 구두점이 자리 잡지 못했다. 물론 의류도 마찬가지다. 흔히 말하는 명품브랜드 장사가 성공하지 못하는 지역인 것이다. 그 이유는 명품브랜드를 선호하는 계층은 교육, 문화 때문에 부천중동, 서울목동, 서울 강남구로 이사 가거나 피치 못해 이사 가지 못하는 경우에는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에서 원스톱 쇼핑을 즐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인구 55만의 도시에서 제대로 된 기획공연 한편이 오르지 못하는 현실을 우리는 안타까워하였다. 정체성, 정체성 하지만 정주의식이 없는 도시가 우리가 계속 살아가야 할 부평이라는 것은 참담한 현실인 것이다. 그래서 민과 관의 끊임없는 대화 속에 드디어 갈산2동사무소 3층에 소공연장을 만들기로 합의하고, 2003년 12월에 드디어 문을 열었다. 부평문화사랑방은 전체규모가 490m2로 관람객석은 180여 석이며, 무대평수가 49m2로 공연자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며 공연과 관람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전형적인 소극장이다. 부개문화사랑방은 203.6m2로 관람객석은 120석이며 무대평수가 47.7m2로 구성되어 있다.

부평문화사랑방이 기획해서 완성되기까지 2년 6개월이 걸렸고, 부개문화사랑방은 1년 2개월이 걸렸다. 부개문화사랑방은 문화소외지였던 부평 남부권역에 들어선 최초의 문화시설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획, 상설공연 61회, 대관 24회로 자체기획 유료이용객 6,180명, 무료이용객 3,905명, 기타 이용객 8,000여 명으로 연간 이용객이 20,000명 이상이다.

부평문화사랑방의 첫째 장점은 접근성에 있다. 내 이웃 사랑채에 마실 가는 것처럼 원하는 공연을 편안하게 볼 수 있다. 두 번째 장점은 수준 높은 공연을 값싸게 볼 수 있는 데 있다. 현재 1,500원을 받는데 사실 산출근거로 따지면 만원짜리 몇 장은 내야할 공연이다. 세 번째는 안정성에 있다. 상주 운영인력이 있고 예산 등이 미리 책정되어 있어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민간 소극장에 비해 커다란 장점이다. 네 번째는 저렴한 대관료를 들 수 있다. 각 문화단체, 문화동아리들이 1일 기준 10만원 안으로 손쉬운 발표의 장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여타 장점에도 불구하고 부평문화사랑방의 풀어야 할 숙제들은 많이 있다. 우선 기획의 참신성이다. 장기공연의 부재는 운영적인 면에서 풀어야 할 지, 행정서비스 확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또 지역별 문화사랑방의 특색은 어떻게 가져야 할 것인가도 고민 대상이다. 문화동아리지원사업도 부평구 전체적으로 네트워킹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것 같다. 결정과정이 늦다보니까 설계과정에서 공연장의 특성을 살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층고가 5개밖에 안되는 것도 그중의 하나다.

2009년, 2010년도에는 청천2동, 부평1동, 그 외 1개 지역에 문화사랑방이 세워질 예정이다. 대개는 주민센터 건립 시에 세우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5년의 경험이 있어서인지 부평구에서는 행정진행이 순조로운 것 같다. 3억여 원의 건립비용 때문인지 행정절차도 간소한 것 같다. 2008년도 문화사랑방의 예산은 3억 원이 조금 넘는다. 이정도면 재정규모에 비해 구민들에게 제공하는 문화행정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꽤 높은 편이 아닌가. 부평구의 문화시설은 내년도 완공예정인 문화예술회관, 청소년수련관, 기존의 부평역사박물관, 부평기적의 도서관, 부평문화원 공연장, 강의실 등이 있다. 향후 고민은 이런 시설을 통하여 어떻게 구민들에게 조화로운 문화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있다. 중앙정부와 광역단체 등이 운영을 도와주는 정책의 발상전환을 기대해본다.

이미지 제공_ 부평문화사랑방

李範鎬 1957년 충남 천안생. 부평구문화재단 상임이사, 부평역사박물관 관장. dream5077@imp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