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버마(Burma) 1989년 신군부가 미얀마로 개칭와 민족민주동맹(National League for Democracy) 한국지부에 관심을 가져준 한국문인들의 초대에 기꺼이 응해 서울을 방문했다. 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가 개최하는 8888민주항쟁 1988년 8월 8일, 랑군 대학생 주축의 반군부 민주화시위 20주년 기념식뿐만 아니라, 이를 기리는 한국 시인들과 버마 시인들의 시낭송회에도 참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정을 마친 후 타이와 버마 간 국경지대를 방문하고 미국에 돌아와 책상 앞에 앉는다. 2007년 9월 발생한 사프론혁명(Saffron Revolution) 승려들이 앞장 선 대규모 반독재 시위 1주년을 기리며 버마민주화운동을 되돌아보고 싶다.

지금까지 버마와 타이의 경계를 이루는 타웅인(Thaung Yinn)강의 동쪽 둑 일대를 다섯 번이나 가 보았지만, 갈 때마다 슬프고 참담한 심정에 젖을 뿐 아니라 분노가 일어 주먹을 불끈 쥐곤 한다. 그 강의 서쪽 둑에 있는 버마지역에는 가난한 국민들의 허름한 오두막이 목걸이처럼 늘어져 있다. 단언컨대, 군부독재 아래의 버마는 감옥이나 다름없고, 억압받는 버마국민들은 지금도 자유민주주의와 평화를 갈망하고 있으며, 그것을 얻기 위해 싸우고 있다. 슬프고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 채, 동쪽 둑에서 서쪽 둑을 바라보고 있자니 아직 자유를 얻지 못한 버마국민들의 아픔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과연 어떻게 하면 분노에 사로잡힌 채 고통을 겪고 있는 그들을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을까?

샤프론혁명 때 승려들이 그린 그림

1988년 9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이래, 정권은 그야말로 잔인하고 억압적인 통치를 자행해왔다. 1990년 실시했던 총선 결과에 따라 의회를 소집해 민주정부를 수립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권력을 놓지 않고 있다. 연료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물가는 다섯 배나 치솟았고, 사프론혁명의 불씨가 되었다. 2007년 8월 18일, 88세대 학생들이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당시의 물가상승 책임은 전적으로 현(現) 군부정권에 있다. 민주항쟁 이후, 연달아 반정부 항쟁이 발생했다. 8월 21일 밤, 민코나잉(Min Ko Naing), 코코기(Ko Ko Gyi), 코우 민 유(Kyaw Minn Yu) 지미(Jimmy)라고도 부름 등 88세대의 학생지도자들은 정부당국에 체포되었다. 2007년 8월 22일, 88세대 학생들 일부와 민족민주동맹 당원들이 드디어 시위를 벌였고, 그것은 점점 커졌다.

8888민주항쟁 당시의 모습

랑군(Rangoon)에 위치한 수많은 수도원의 승려들이 이 시위에 참여했다. 8월 28일, 라킨 주(Rakhine State) 시트웨(Sittwe)에서 약 200명의 승려들이 평화적 가두행렬을 감행하였다. 9월 15일에는 약 500명의 승려들이 불경을 외며 파코쿠(Pakkhoku) 지역을 돌았다. 군부정권의 폭력배들과 앞잡이들은 그들을 붙잡아 가로등 기둥에 밧줄로 묶기도 했다. 그런 다음 차고 때리고 심지어는 소총개머리판을 휘두르기도 했다. 그들은 붙잡힌 승려들에게 갖은 욕을 퍼부었고, 강제로 옷을 벗겼다. 이러한 굴욕을 목격한 승려들과 국민들은 군부정권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군부 시위가 파죽지세로 번져나갔다. 마침내 9월 9일, 버마승려동맹(Monks Alliance)이 결성되었다. 2개 주(State)와 5개 구(Division)에 속한 66개 읍(Township)에서 온 약 200만 명의 사람들이 사프론혁명에 참여했다. 버마 전역의 50만 승려 중 30만이 이 혁명에 참여했다. 40일 동안 지속되었던 사프론혁명 당시, 800명의 승려들과 무고한 시민들이 살해당했고 6,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체포되었다.

마웅 쏘 챙의 글

실제로 이 사건이 국제사회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은 자유, 정의, 민주주의를 향한 억압받은 자들의 강한 투지였다. 그리고 그것은 군부정권의 잔혹한 탄압에 큰 위협이 되기도 했다. 미래의 언젠가 해와 달이 사라질지도 모르지만, 샤프론혁명 정신은 영원히 강렬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1년이 지났지만 수백만 명의 버마인들은 군부정권의 압제에서 벗어나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날을 위해 지금도 투쟁하고 있다. 실로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 그리고 굳고 단호한 투지가 없이는 혁명도 있을 수 없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 버마인들은 지금도 8888민주항쟁과 사프론혁명에 깊이 뿌리를 둔 굳은 희망을 품은 채, 이상주의의 횃불을 지피고 있다.

번역_ Zaw Moe Aung / 柳美成 번역가

Maung Soe Chain 1953년 버마생. 시인, 계간 <뜨샤> 편집장. jinjinjp2003@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