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두 얼굴』의 원제인 ‘성시계풍(城市季風)’은 의미가 심장하다. 여기에서 ‘성’은 전통적 도시 형태를, ‘시’는 근현대적 도시 형태를 지칭한다.

중국의 북방과 남방을 대표하는 베이징성과 상하이시는 근현대 들어 자주 대비되곤 했고 많은 사람들이 경파(京派)베이징파 대 해파(海派)상하이파 논쟁 구도에서 두 도시와 사람에 대해 언급했다.1 루 쉰(魯迅, 1881~1936)과 린 위탕(林語堂, 1895~1976), 저우 쭤런(周作人, 1885~1966)이 대표적이고, 최근 작가로 왕 안이(王安憶), 이 중톈(易中天), 롱 잉타이(龍應臺) 등이 두 도시의 우열을 논했다. 800년 제왕의 도시 베이징에 비하면, 상하이는 1842년 개항 당시 인구 10만 정도의 어촌이었다. 그러나 상하이는 개항을 계기로 난징, 양저우(揚州), 쑤저우(蘇州), 닝보(寧波), 항저우(杭州), 등 인근 도시들의 기능을 서서히 수용하면서 1930년대에 국제적인 도시 ‘대(大)상하이’가 되었고 1950년대 이후 공화국의 장자(長子)가 되었다.

저자 양 동핑(楊東平) 교수는 베이징성과 상하이시의 문화정신을 ‘근대’, ‘혁명’, ‘사람’, ‘시장경제’를 키워드로 삼아 역사적 고찰을 진행했다. 저자의 의도를 존중하는 맥락에서 보면, 아편전쟁2 이후 불어 닥친 서세동점(西勢東漸)서양의 열강들이 아시아 국가들을 식민지화하려는 경향 이 첫번째 계절풍이었고 쑨 원(孫文, 1866 ∼1925)이 이끌었던 국민혁명(1925∼1928)3과 마오 쩌동(毛澤東, 1893∼1976)이 지도했던 신민주주의 혁명4은 두번째 계절풍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전지구적 자본주의라는 계절풍이다. 이 책의 미덕은 전지구화에 직면한 베이징성과 상하이시의 변화를 기술한 점이다. 또한 베이징과 상하이를 언급하면서 광동(廣東) 지역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최근 발표된 광저우(廣州), 중국 광동성의 성도(省都) 선전(深川), 중국 광동성(廣東省) 남동쪽에 있는 도시로, 광둥성과 홍콩의 경계 도시 홍콩을 잇는 광선강(廣深港)고속철과 홍콩과 주하이(珠海) 및 마카오를 잇는 대교 건설은 주쟝(珠江) 중국에서 세 번째로 긴 강으로, 홍콩과 마카오 사이를 지나 남중국해로 흘러듦 삼각주 일대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해 ‘진주 바다’로 만들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곳은 분명 수도권 지역과 창장(長江) 중국 칭하시성(靑海省)에서 남동쪽 상하이로 흐르는 중국에서 가장 긴 강 삼각주 지역에 못지않은 문화경제 구역임에 틀림없다.

도시에 사는 사람을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이다. 사람은 도시의 혼이자 도시문화의 주역이다. 호방하고 정치를 좋아하며 유머를 즐기는 베이징인과 실용적이고 개방적이며 규칙을 잘 지키는 상하이인이라는 대조는 일반화의 오류를 경계한다면 적용 가능한 특성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상하이인에 대한 이야기는 전국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마이다사오(買打燒)’6를 상하이 남성의 특징으로 거론하고, ‘소극적이고 완화된’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디댜오(低調)라는 용어로 ‘침착하고 세련된’ 상하이인을 지칭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근현대적 대도시가 그렇듯 베이징성과 상하이시에도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이주민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두 도시에 온 이주민들의 향방은 각기 달랐다. 과거(科擧) 응시 등을 통해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추구한 사람들이 베이징으로 몰렸다면, 상하이 이주민들은 돈을 벌기 위해 몰렸다. 베이징의 경우, 수많은 베이징 토박이(老北京)가 존재했기에 이주민이 기존의 베이징문화에 동화한 측면이 강했다면, 상하이는 ‘온갖 하천이 바다로 모인(海納百川)’ 듯이 다양성으로 새로운 근현대적 도시문화를 형성해갔다.

난징조약 직후 개항한 상하이에 가장 먼저 온 사람들은 서양 상인들과 무역에 종사했던 광동(廣東)인이었고, 오랜 도시경영의 경험을 가지고 있던 닝보(寧波)인들이 뒤를 이었다. 전자가 상하이의 대외무역을 주도했다면 후자는 주로 금융업에 뛰어들었다. 근현대 도시 상하이는 광동무역과 닝보금융의 경험을 받아들인 기초 위에 ‘몸소 서양을 시험(以身試西)’해 자신의 독특한 정체성을 창안했다. 이들 상하이 금융인들은 마오 쩌동뿐만 아니라 쟝 졔스(蔣介石, 1887∼1975)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홍콩을 택했다. 이들은 서유럽식 금융업과 상업 실무를 습득한 최초의 중국인들로, 서양의 규칙에 따라 국제적인 금융게임에 참가했다. 그리고 금융업이 세계경제를 주도하기 시작한 1960년대부터 전세계 화교들의 국경 없는 네트워크 형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1980년대 개혁개방시대3에 크게 이바지했다.

올림픽을 계기로 베이징은 자신의 외관을 일신(一新)했다. 상하이는 2010년 엑스포(EXPO) 준비에 한창이다. 이제 두 도시는 중국을 넘어 비교를 넘어 전지구적 차원으로 나아가 뉴욕, 파리 등 글로벌 시티와 어깨를 겨루면서, 중국 부흥의 선도주자로 나서고 있다.

주)

1      루 쉰, 『상하이런 베이징런-중국인을 알 수 있는 눈』, 일빛, 2006 참조.

2      1차 아편전쟁(1840∼1842)은 청나라의 아편 단속을 빌미로 영국이 무역수지 적자를 벗어나기 위해 1840년에 일으킨 전쟁. 1942년 영국의 승리로 종결, 홍콩 등이 할양됨.

3      중국 국민당이 공산당과 연합, 국민혁명군을 조직하여 베이징의 군벌(軍閥)을 타도하기 위해 일으킨 혁명.

4      제국주의, 봉건주의, 관료자본주의에 맞서 중국공산당이 이끈 혁명으로 1919년 5·4운동시기부터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까지를 이 시기로 봄.

5      1978년 덩 샤오핑(鄭小平, 1904∼1997)이 중국에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전면 도입하는 개혁개방정책 추진 선언한 이후의 시기를 개혁개방시대라 함.

6      장보기(買菜), 청소하기(打掃), 요리하기燒菜)를 뜻하는 중국어에서 앞글자만 따다 붙인 어휘.

林春城 1956년 광주생. 목포대 중문과 교수. 최근 글로 「중국영화의 텍스트와 콘텍스트」, 「『의천도룡기』 두텁게 읽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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