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8일 상하이미술관, 제7회 상하이비엔날레가 ‘급속하게 발전하는 도시, 빠르게 이동하는 인구(快城快客)’라는 주제로 개막했다. 21개 국가와 지역에서 온 59개 팀의 예술가들이  참가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외지인/도시인, 이민자/시민, 나그네/주인’이라는 세 가지 테마로 각각 전시를 꾸며, 도시와 사람의 관계를 나타내는 데 그 목적을 두었다.

참관해보니, 본래 비엔날레는 창의성과 양질의 작품성이 요구되는데, 이번 비엔날레는 학술적 가치에서 볼 때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또 이번 비엔날레는 사람들의 기대치와 상당한 편차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묘회(廟會), 절 옆에 모여 물건을 사고팔던 임시 시장 카니발이라 비난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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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④    

①징스졘<도시를 이동하다>

②<비행물체> 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

③천 즈광, <개미떼들의 파라다이스> 

④윈 슈전, <비행물체>

올해의 비엔날레는 공간적 측면에서 작품 규모가 거의 최고에 이른다. 야외전시장엔 길이 47미터의 기차(징스졘),<도시를 이동하다>  와 풀밭에서 벽으로 기어오르는 거대한 160마리의 개미떼 천 즈강<개미떼들의 파라다이스>, 실내전시장엔 얼굴 가득 익살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는 40여 마리의 공룡 무리,  위에 민쥔, <오색찬란한 공룡>길이가 19미터에 이르는 비행물체윈 슈전<비행물체> , 이러한 작품들이 공간을 점거함으로써 관중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여 시선을 사로잡고, 그 속에서 작품의 의미를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거대한 규모 뒤에 숨겨진 공허함과 허약한 본질을 드러낸다.

야외전시장으로 가면, 먼저 길이가 47미터인 기차를 볼 수 있다. 이것은 근래에 ‘세계에서  크기가 가장 큰’ 작품으로 금년 비엔날레의 인기 작품 중 하나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둘러싸고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실물을 직접 작품에 응용한 기법은 이목을 끄는 효과는 가져올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어떠한 새로운 의미도 없다. 때문에 작품의 주제를 분석하면 오히려 더 어색하다. 예를 들어, 1층 전시실에 있는 <비행물체>는 보잉여객기를 축소하여 제작한 비행기 모형, 자동차 그리고 트랙터로 구성된 교통수단의 ‘합성체’이다. 이처럼 보기만 해도 간단명료하게 알 수 있기에 구태여 작품을 해석할 필요가 없다.

① ②

③ ④ ⑤

⑥ ⑦ ⑧ ⑨⑩

① 장칭,<하늘밥>
② 얀 반 해스위크<상하이의 꿈, 도시의 신용카드를 차지하다>
③ 위 판<말 위의 기사>
④ 마이크 켈리<Kandor-Con2000>
⑤ 황 신젠<상하이, 춤 추실까요?>
⑥ 얀제리카 마티<진실로 이동하다>
⑦ 위에 민쥔 <오색 찬란한 공룡>
⑧ 린 취앤쥐 <찰나의 추억, 상하이수도계획>
⑨ 상하이 미술관 외벽 문구
⑩ 우주를 측량하다 앞에 선 관객

전체 전시에서 이처럼 규모가 거대한 작품뿐만 아니라 많은 작품들이 넓은 공간을 차지해야만 비로소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는 의심할 바 없이 위험한 신호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대부분이 예술가의 영감이 갑작스럽게 발현된 것으로 개인의 예술적 기지로 작품을 완성한 것이다. 이렇게 명제(命題)에서 온 예술적 기지는 상하이를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의 예술가들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으며, 상하이와 관련되어 있지만 흥미 위주로만 창작한 작품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천박한 형식에만 관심을 둔 작품들은 실제로 하나의 공허한 부호일 뿐, 예술의 본질적 가치는 의심스럽다.

상하이비엔날레는 비록 최근 몇 년간 학술 가치로는 줄곧 비난을 받아왔으나 참관인수와 매표수는 국내 몇 개의 비엔날레 중에서 최고다. 미술관과 큐레이터는 줄곧 일반시민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듣고 보는 것’을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쁜 마음으로 듣고 보는 것’은 미술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미 어느 정도 관중의 예술적 유희 도구로 변했다. 슬로바키아의 예술가 로만 온닥(Roman Ondak)의 인터랙티브(interactive) 설치미술1 작품 〈우주를 측량하다〉는 본래 관객과 상호작용을 통해 완성된다. 관중들이 전시장 도우미의 안내에 따라 펜으로 자신의 키를 하얀 벽에 표시하고 다시 이름과 날짜를 쓰면 최종적으로 한 폭의 그림이 되는데, 이는 개체의 생명과 전체의 관계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그가 처음에 가졌던 의도는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를 억제하지 못한 관객들에 의해 파괴되었다. 많은 관객들이  전시장 뒤편 하얀 벽에 엉망으로 낙서를 한 것이다. 결국 예술가는 전시를 철회하기로 했다. 그밖에 개인전 중에서 공룡 무리들이 얼굴 가득 익살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는 위에 민쥔(岳敏君)의 <오색 찬란한 공룡>이라는 조소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매우 화려하다. 전시실의 반을 차지하는 작품의 규모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고, 이 공룡 무리는 비엔날레 내내 단체사진 배경으로 인기가 많았다. 직원들이 주의를 주지 않으면,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공룡의 목을 부여잡고 사진을 찍었다.

확실히 상하이비엔날레는 새로운 형식으로 대중의 기념일이 되었다. 그러나 대중에게 받아들여지면서 유희는 필수불가결한 것이 되었다. 예술가들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예술 창작을 상업적 가치로 변환시켜야만 했다. ‘쾌성쾌객(快城快客)’ 2에 내포된 또 다른 함의는 쾌락이 아닐까. 이는 문화소비주의를 제창하는 사람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결말일 것이다. 그리하여 독립성, 비판성이 나날이 쇠퇴하고 있는 요즘, 당대 예술은 이미 문화자본3이 되었다. 비영리 비엔날레가 도시문화산업에서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인 소비주의 문화전술이 되어도 무방할까?

상하이미술관 외벽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미술 작품은 반드시 어떤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한다.” 이야말로 하나의 예술작품이고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큰 의미를 담고 있는 이 말을 등한시한다.

번역_ 文有美 번역가

이미지 제공_ 필자

주)

1      작가와 관람자가 상호작용을 해야만 완성되는 설치미술.

2      快는 중국어로 빠르다는 뜻도 있지만, 즐겁다는 뜻도 있다. 때문에 ‘빠르게 발전하는 도시, 빠르게 이동하는 인구’라는 뜻도 있지만, ‘즐거운 도시/즐거운 손님’으로도 해석될 수 있음.

3      문화와 지식시장에서 전문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권력수단으로서 계급 간의 불평등한 관계를 만들어내고 이것을 지속적으로 유지해가는 자본형태.

王剛 1966년 중국 저쟝성(浙江省)생. 상하이진슈문장출판사 편집장.  최근 저서로 『지면 위의 다큐멘터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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