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宮部美由紀)의 추리소설은 일단 재미있다. 각권 500페이지가 넘는 세 권짜리 소설을 읽을까 말까 망설이다 집어들었는데,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잠을 잤다. 야금야금 제공되는 단서들,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 그들이 벌이는 두뇌싸움과 심리적 압박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만만치 않았다.

사회파 추리소설을 주로 구사하는 작가는 절묘하게 앞뒤가 맞아 떨어지는 스토리 라인이나 치밀하게 구성된 복선을 통해 규명되는 사건으로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전략을 구사하지 않는다. 대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주변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을 소설 속으로 옮겨 놓고, 그 사건의 밝혀지지 않은 속내를 보여주려 애쓴다. 이 소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강력범죄, 점점 수위가 높아져가는 사건들의 엽기성에 어떤 비의가 담겨져 있는지가 탐구대상이다. 그러니 어제보다 더 자극적인 뉴스를 탐하는 우리들에게 들으라는 듯 ‘범죄란 사회가 갈구하는 형태로’ 일어난다는 소설 속의 문구는 섬뜩하다.

사건은 어느 날 공원에서 발견된 젊은 여자의 오른팔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같은 공원의 또 다른 곳에서 얼마 전 실종되었던 마리코의 소지품이 발견되면서 사건은 연쇄살인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이어서 살인사건의 범인인 듯한 인물에게서 방송국으로 전화가 걸려온다. 그렇게 사건은 시시각각 속도를 높여가며 진행되고, 사건과 관계가 없는 사람들도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사람들도 사건을 향해 눈과 귀를 집중시킨다. 그렇지만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고, 사건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작가는 이유 따위가 없어야 ‘진정한 악’이 된다고 믿고, 그 ‘완벽한 악’을 재현하기 위해 사건을 꾸미는(현대사회에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가해자를 보여준다. 동시에, 우리들을 자신에게 닥쳐온 진실이 아니라면 그저 자신에게 가장 ‘편하고 안락’한 해석을 진실로 선택하고 마는 잠재적 피해자로 분석하기도 한다. 지나온 인류 발전의 단계와 비교하여 너무나도 획기적인 속도로 달려나가고 있는 현대사회, 그래서 오히려 많은 모순과 함께 불완전한 모습을 보이는 현대사회에 대한 범죄심리학 보고서를 읽은 기분이다.

白赫鉉 1969년 원주생. 사업가. kosinsk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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