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무도 없었다And Then There Were None』(1939)를 보게 된 것은 어쩌면 이 ‘10명의 인디언Ten Little Indians’이라는 마더 구스(Mother Goose)1의 자장가를 알게 되면서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요즘 나오는 수많은 추리물들의 시초라면 역시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 1890~1976)의 작품을 꼽을 것이다. 아가사 크리스티 하면, 엘큘 포와로 아가사 크리스티의 탐정 캐릭터가 더 유명할진 몰라도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야말로 그녀의 대표작이 아닐까?
이 작품의 경우 사건 자체는 훌륭했지만 트릭 부분은 약했다. 마지막 해결부분은 뭔가 독특한 트릭을 기대했는데 의외로 간략해서 허무할 정도였다. 그러나 ‘심플 이즈 베스트(Simple is the Best)’라고 하지 않던가? 사건이 진행되는 내내 모두가 범인일 수도 있는 상황이라 추리가 거의 불가능했다. 게다가 말 그대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라는 상황이 될 때까지의 박진감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심장을 옥죄어왔다.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가? 그 열쇠는 사람들이 저지른 ‘죄’에 있다. 사건의 피해자는 모두 과거에 죄를 지었고, 범인은 자신의 범행을 그 죄에 대한 응징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죄책감이 이 소설의 트릭에 한몫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인과응보랄까? 소설의 마지막은 범인의 완전범죄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일종의 심판이었다. 하지만 너무 극단적인 심판은 비극과 허무함만을 남긴다.
책 자체는 매우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지만 너무 많은 등장인물로 인해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는 안정된 궤도에 올라 독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요즘 추리물들은 대부분 트릭의 해석에 열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추리소설의 원조가 궁금하다면 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권해보고 싶다.
주)
1 영미권 아이들이 즐기는 전래동요, 시, 수수께끼 등을 가리키는 말이자 이를 수집했다는 여인의 이름. 마더 구스가 실존 인물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아직 확인되지 않았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