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개막식부터 화려했던 베이징올림픽은 개최국이 1위를 하고, 우리나라 또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즐거운 축제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과연 즐거운 축제이기만 했을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어두운 면들이 많은 것 같다.

이번 <플랫폼> 11호에서는 베이징올림픽을 특집으로 다루며 중국에 대한, 올림픽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었다. 얼마 전에 컴백한 서태지 관련 글과 점자를 만든 송암 박두성 선생의 차녀 박정희 여사의 인터뷰도 좋았지만, 올림픽의 열기가 아직 남은 탓인지 특집에 눈이 갔다. 그 중에서도 한석정 교수의 글이 많이 와닿았다. ‘올림픽’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한국을 묶어 ‘동아시아’를 읽어내려는 시도가 돋보였기 때문이다.

한때 최빈국이었던 한중일 세 나라가 역경을 딛고 경제적 실력자로 탈바꿈한 자신들의 성취를 올림픽 개최를 통해 드러냈다는 지적은 매우 그럴듯했다. 중국은 올림픽에 과도한 투자를 했다. 마치 초고속 성장을 일궈낸 자신의 능력을 과시라도 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일까. 중국은 메달 순위에도 무척이나 집착했다. 심지어 다른 나라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응원도 서슴지 않았다. 그 안에는 한석정 교수가 말한 ‘무서운 발전과 변화의 강박을 지닌 근대성’이 녹아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계인의 축제로, 세계의 평화를 추구하며 즐기는 아마추어리즘은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 같다. 중국 다이빙 선수들 중 24퍼센트가 망막을 다친다는 보고서 이야기를 읽고는 가슴이 서늘해지기까지 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올림픽이고, 무엇을 위한 올림픽인지 모르겠다.

올림픽 이후의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민주화와 정치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유종일 교수의 말도 유효한 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혼종을 숭상하는 개방의 정신’이야말로 중국이 문화대국이 될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이욱연 교수의 의견도 티베트 강압정책이나 일련의 사태들을 볼 때 매우 타당하게 여겨진다.

이번 특집이 좋았던 이유는 우리와 가까운 중국을 통해, 그리고 세계의 축제라는 올림픽을 통해 비단 중국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또한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루었고, 현재 다양한 민족들이 유입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은 분명 좋은 참고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