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의 대상이 된 비평문은 모두 13편이었다. 전체적으로 분류해보자면 작가론을 쓴 것이 가장 많았고, 전시평, 문화현상을 다룬 글들이 그 뒤를 이었다. 분야별로는 회화, 설치, 영상, 판화 등 순수미술 본령에 속하는 것들에 대한 언급이 압도적이었으나 만화와 사진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 비평문들도 보여 미술비평의 영역이 확산되는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진경의 한국적 계보학의 미래」는 한국화에 대한 전문비평이 부족한 현실에서 눈에 띄는 소재였으나 전시에 관한 전평으로서 시대정신을 비평적 시각으로 담아내는 데는 미흡해 보였다.
본격적인 검토가 이루어진 비평문은 모두 세 편이었다. 「오타쿠, 일본현대미술의 초상」, 「중국 당대미술에 나타난 패러디 이미지」, 「나는 한 사회의 초상화를 그리고 싶은 것이다」 등 세 편의 글을 읽으면서 최종적으로 구나연의 「오타쿠, 일본현대미술의 초상」을 당선작으로 결론 내렸다. 최근 일본문화가 부상되는 것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비평적 관심이 일치를 보였고 치밀한 논증을 통해 일본 오타쿠문화의 본질과 특징을 주요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고찰하는 현장감각이 잘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참신한 시각과 탄탄한 인문학적 배경
고충환미술평론가
총 13편의 응모작 중 「오타쿠, 일본현대미술의 초상」, 「중국 당대미술에 나타난 패러디 이미지」, 그리고 「벤야민을 통해 바라본 척 클로스의 작품세계 고찰」 등 세 편의 평문이 경합을 보였고, 이중 구나연의 「오타쿠, 일본현대미술의 초상」을 최종 선정했다. 이 평문은 특히 단평으로 다루고 있는 「모리무라 야스마사의 증식」과도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다. 소위 제팬팝의 근원이랄 수 있는 오타쿠를 프리즘 삼아 일본 현대미술을 들여다본 시각이 참신하면서도 시의적절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미술현상과 문화현상이 만나는 접점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그 인문학적 배경에 대한 인식이 탄탄한 글쓰기를 가능케 해준 원동력이지 않았나 싶다.
나머지 두 편에 대해서는 현대미술과 관련한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평가되면서도, 「중국 당대미술에 나타난 패러디 이미지」는 조금 식상한 논조가, 「벤야민을 통해 바라본 척 클로스의 작품세계 고찰」은 벤야민과 척 클로스가 만나는 연결고리를 설득력있게 개진하지 못한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제1회 플랫폼문화비평상 시상식. 구나연씨는 어머니가 대리수상했따.(오른쪽에서 두번째)
|당선소감|
구나연
제1회 플랫폼문화비평상에 당선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석사논문을 마치고 일년 남짓을 보내며 미술비평가로서 지면을 얻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공모는 저에게 기회와 시작의 다른 말이었고, 과분한 성과로 이어진 것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타쿠, 일본 현대 미술의 초상」은 오타쿠라는 전후 일본사회의 독특한 문화 현상이 어떻게 미술로 전파되었는지를 정리한 글로, 최근 일본현대미술의 한 단면을 바라본 것입니다. 일본의 사회, 문화 전반과 치밀한 병렬관계를 이루는 일본현대미술은 한국미술에 중요한 문화적 자극제이자, 오늘의 우리 미술을 진단하는 중요한 코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한국과 일본의 현대미술이 각각의 문화 풍토 위에서 어떻게 자생하고 공생하는가를 관찰하는 것이 저의 가장 큰 관심사이며, 이것이 예리한 비평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