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인천 동구 송현동 소재은 1960~ 1970년대 수도국산 달동네의 모습과 그 속에서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며 보다 나은 내일을 꿈꿔왔던 서민들의 삶을 재현한 대표적인 근현대 생활사 박물관이다. 공간 하나하나 세심하게 꾸민 아기자기한 전시실은 마치 잘 재현한 드라마 세트장을 연상시키지만 사람들 사이의 따뜻한 정과 애환을 그대로 담으려했던 노력이 느껴져 필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박물관 중 하나이다.

<성냥을 통해 본 우리의 옛날 電> 전시모습<이미지 제공_필자>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은 이러한 생활사 박물관의 성격을 그대로 살린 특별전을 열고 있다. 바로 <성냥을 통해 본 우리의 옛날展>이다. 전시의 소재인 성냥은 인천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물건이다. 인천은 성냥산업의 주요 메카로서 1886년 제물포에 성냥공장이 처음 들어선 이래로 크고 작은 성냥공장들이 생겨나고 사라졌으며 그중에서도 수도국산 달동네 주변은 인천성냥공장의 대부분이 위치한 곳이었다. 인근 달동네 주민들은 성냥산업에 종사하며 생계를 이어가거나 혹은 부업으로 온 가족이 호롱불 아래 둘러앉아 성냥갑을 만들며 희망찬 내일을 꿈꿔왔었다.

성냥의 등장은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로부터 불은 신성시되었고, 불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과거, 각 가정에서는 화로에 불씨를 보관하여 꺼지지 않게 소중히 다루곤 하였다. 그러나 성냥의 등장으로 큰 어려움 없이 누구나 손쉽게 불을 지필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신성시되었던 불을 인간이 지배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획기적인 발명이었다.

이러한 성냥은 우리나라에 전래된 이래 우리의 일상과 함께하며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상품이었다. 단순히 불을 켜는 도구로서 뿐 아니라 무료함을 달래는 놀이감으로, 다양한 라벨이 붙은 성냥을 모으는 일종의 수집품으로 항상 가까이 있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불티나’를 대명사로 하는 성냥보다 훨씬 간편하고 경제적인 저가의 일회용 라이터가 보급되면서 성냥은 점차 그 자리를 잃어가게 되었다. 지금의 아이들은 성냥을 그저 생일케이크의 촛불을 밝히는 생경한 도구로 여긴다. 우리의 생활에서 함께해왔던 성냥은 이젠 특별한 날이어야 볼 수 있는 물건이 된 것이다.

전시포스터

너무나도 친숙하게 다가오는 성냥이지만 한편으로 성냥은 다루기 어려운 전시 주제이다. 작은 전시공간에 성냥이라는 한정된 소재를 전시로 풀어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처음 성냥을 소재로 특별전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어떻게 전시를 풀어갈지 기대하며 박물관을 찾았다. 마치 성냥갑을 재현한 듯 아기자기한 전시실 입구와 진열장을 가득 채운 성냥갑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근대기의 인천조선인촌주식회사(仁川朝鮮燐寸株式會社) 1917년 10월 인천 동구 금곡동에 세워진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는 최초의 성냥공장의 성냥들로 시작하여 수출용 성냥, 그리고 광복 후의 성냥들과 달동네 사람들의 주요 생계였던 대한성냥공장 1945년 이후 한국인이 세운 최초의 성냥공장으로 인천 동구 화수동에 있었음 관련 자료들까지 성냥을 통해 근현대기의 변화와 서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비슷한 듯 다른 다양한 상표의 성냥들과 광고용 성냥라벨들은 급변하던 시대를 반영하는 좋은 자료이기도 하였다. 특히 1960~ 1970년대 성냥관련 자료들로 제작한 흑백영상과 전시실 한켠에 마련한 성냥개비 모형맞추기 게임은 나이 지긋한 어른에서부터 어린이들까지 전시에 대한 흥미를 더해줄 수 있었다. 전시실을 돌아보니 성냥을 인천의 지역성, 근대의 산업 그리고 서민의 일상과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성냥이라는 작은 물건을 통해 개항 후 100년이라는 긴 시간을 재조명해 보려는 것은 쉽지 않은 시도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전시된 성냥은 불과 20년 전만해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물건들이기에 박제화된 박물관 진열장에 전시된 모습은 어찌보면 생경하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상품으로서의 성냥의 성격을 살려, 전시실을 찾는 사람들이 관람자가 아닌 성냥을 직접 사용했던 향유자로서 동감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남는 전시였다. 전시를 관람하는 동안 한동안 잊고 지냈던 성냥의 역사와 의미를 되짚어 보고 성냥을 통해 과거 우리의 삶의 모습을 추억해 볼 수 있었다.

李賢俄 1977년 경기도 수원생. 인천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 최근 글로 「중화인민공화국의 정치적 주제의 중국화 연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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