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영화와 드라마뿐인가? <나는 가수다>(2011-), <불후의 명곡>(2011-), 그리고 <히든싱어>(2012-)처럼 경연 형태로 이루어진 일련의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우리는 1990년대 향유되었던 수많은 대중가요들을 다시 만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1990년대 대중음악의 열풍은 얼마 전에 방영한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에서 정점을 찍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총 3회로 이루어졌던 <토토가>는 ‘리얼 버라이어티쇼’라는 <무한도전> 원래의 취지에 걸맞게 1990년대 가수들을 섭외하는 과정에서부터 그들의 삶과 애환 등을 담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그리고 그러한 공감을 전제로 1990년대 무대를 그대로 재연하면서 ‘위로와 축제의 시간’을 만들어냈다.

1990년대 청춘을 보냈으나 이제는 중년의 나이에 들어선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세대를 초월하여 젊은 사람들에게조차 공감을 얻어내면서, <토토가>에 나왔던 1990년대 노래들이 한때 음원 사이트의 상위권에 오르는 이례적인 현상마저 보여주었다. 도대체 우리는 왜 이토록 <토토가>를 보며 열광했던 것일까? 그 시절의 그들을 다시 만나며 어째서 우리는 웃음과 눈물이 범벅이 된 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것일까? <토토가> 등을 통해 본 1990년 대중음악의 복고 현상은 이전에 있었던 ‘7080세대’의 복고 열풍과는 다른 점이 있다. 단적으로, ‘세시봉’으로 대표되는 7080세대 음악의 복고 열풍은 중년 이상의 한정된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반해 1990년대 대중음악의 복고 열풍은 세대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에게 호응과 공감을 얻었다고 본다. 왜냐하면 ‘대중음악의 부흥기’로 일컬어지는 1990년대 대중음악이라는 것이 오늘날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태지와 아이들, H.O.T., 젝스키스, 지누션, 김현정, S.E.S, 김건모 등으로 대표되는 1990년대 대중음악은 오늘날 대중음악의 원형 내지 직계 조상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댄스음악, 레게, 힙합, 테크노, 아이돌 음악 등 장르와 유형에서 새롭고 다양한 대중음악이 등장하여 대중의 인기를 얻었던 것이 1990년대이고, 이러한 1990년대의 대중음악은 오늘날 대중음악과 자연스럽게 친연성을 지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젊은 친구들조차 별다른 이질감을 느끼지 않은 채 당시의 음악을 찾아 듣게 된 것이다.

물론 1990년대 대중음악의 재연이라는 것이 그 시대의 청춘을 지나온 우리에게 마냥 기쁜 일만은 아니다. 복고라는 것은 결국 과거를 과거로 인식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1990년대 대중음악을 직접적으로 향유하던 우리들이 지금은 중년의 나이에 있음을 복고를 통해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노래하며 숨이 찼던 쿨의 이재훈이나 이제는 누군가의 아빠나 엄마가 되어 있는 쿨의 김성수와 S.E.S의 슈를 보며 시간의 흐름을 절감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건재함을 확인하며 위로받기도 했다. 터보의 김정남은 18년간의 애환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면서 우리에게 다가왔다. 세월의 흐름을 확인하는 동시에 그들을 보며 반가울 수밖에 없던 것은 이제는 지나버린 청춘의 확인과 더불어 다시금 빼곰히 고개를 내미는 희망에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가 그들을 통해 느낀 향수라는 것이 결코 현실에 대한 만족이 아닌 불만과 결핍에서 연유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현실이 고되거나 괴로울 때, 우리는 추억과 회상을 통해 과거를 반추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게 된다. 그런데 <토토가>는 그러한 위로의 행위를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하는 축제로 만들어냈다. 우리는 한때 잘 나가던, 그리고 여전히 건재한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잠시나마 시원하게 속풀이를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옛날을 생각하며 서글퍼져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참으로 아픈 일이 많았다. 근간의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팍팍하고 아프고 숨 막혔는가! 세월호 사태를 비롯한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중년의 우리는 자책했고, 힘이 없음에 절망했고, 우리가 그토록 미워하던 기성세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에 슬퍼했다. 그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슬프게도 찬란했던 우리의 젊은 날을 소환하는 일이었다. 그렇게나마 우린 잠시나마의 위로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1990년대 대중음악에, 1990년대 대중음악을 소재로 한 <토토가>에 울고 웃으며 열광했던 것이다.

물론 우리는 찰나의 위로가 결코 영원하지 않음을 안다. 그렇더라도 복잡하게 돌아가는 세상, 아프지 않을 수 없는 세상, 상처가 일상이 된 세상 속에서 잠시나마 1990년대 대중음악을 들으며 위안을 받을 수 있음에 안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복고는 궁극적으로 실패를 전제로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는 지나간 청춘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복고는 화려했던 지난날의 단발적인 재생이자 부활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끝내 실패할 것을 알기에, 끝내 실패할 것이므로 그 축제는 슬프지만 소중하다. 부디 우리의 찬란한 축제가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는 것을. 우리의 과거가 지나가야 새로운 것이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다는 것도.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임을, 그것이 순리임을 알기에 우리는 복고가 반가우면서도 그것을 무작정 붙들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지나가버린 젊은 날을 되놰봐야 우린, 우리의 늘어난 주름살과 뱃살을 새삼 확인하며 서러워질 것이다.

사실상 복고가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그것이 단순히 과거의 재생이어서는 안 된다. 변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과거의 재생이란 그저 일회성의 사건에 그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변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복고는 박물관의 박제처럼 살아 숨 쉴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 박제에 숨결을 불어넣어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복고는, 1990년대 대중음악의 재생은 과거가 현재의 우리에게 보내준 기회이자 숙제이자 수수께끼인지도 모른다.

비록 퇴행이고 회피이고 도피일지라도, 1990년대 대중음악의 부활은 찰나의 위로가 필요한 우리들에게 작은 활력소였고 앞으로도 한동안 그럴 것이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아주 오랫동안 그럴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건재함의 확인’과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이었고, <토토가>는 우리에게 “아직은 괜찮다”고, “그러니 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지금 여기 바로 이곳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찬란했던 그 옛날을 기억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