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The Help>가 인종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수작이라 평하지만, 더러 얄궂은 사람들은 비판적인 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들은 원작소설이 백인여성에 의해 써진 것을 불평하고, 인종차별에 대한 투쟁의 역사가 판타지로 왜곡되거나 축소된 것은 아닌가 하고 의문을 던진다. 이에 영화는 밥 딜런(Bob Dylan)의 노래를 빌려 너무 심각할 것 없다 반문한다. 두 번 생각하지 말아요. 괜찮아요!(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 나는 이러한 쿨한 태도와 영화가 인물들을 다루는 온기 사이에서 어리둥절하다. <헬프>의 잭슨빌영화의 배경이 되는 마을 이름만큼이나, <헬프>의 미래인 오늘날의 미국사회가 적잖이 암울해 보이기 때문. 월가의 시위대만 보더라도 말이다.
<헬프>의 시대에 잔존했던 유색인을 향한 직접적인 폭력과 차별의 자리에, 자본이라는 보이지 않는 폭력과 차별이 자리매김했다. 이런 시대에 <헬프>가 의미를 던진다면 그것은 인종차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신분의 고착화’로 비롯되는 계급차별에 대한 어떤 주장일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차별의 내용보다 갖가지 차별을 담아내면서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차별의 형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헬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시피, 여성들이 차별하는 방식은 남성들의 그것과 다르다. <헬프>와 같이 미시시피 주의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미시시피 버닝Mississippi Burning>(1988)에서, 쿠클럭스클랜(Ku Klux Klan)단미국 남북전쟁 후에 생겨난 인종차별주의적 극우비밀조직을 위시한 백인 남성들은 흑인들을 집단적으로 구타하고 집과 교회를 불태우는 등 직접적인 폭력을 가한다. 반면, <헬프>의 백인우월주의자 힐리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Bryce Dallas Howard) 분는 고용을 무기로 흑인 가정부들을 위협한다. 자신의 구미에 맞지 않거나 임금이 올라가면 임의로 해고하고, 거짓 소문을 내서 다른 곳에서도 일을 못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는 고급 정보를 이용해서 자본을 점유하고, 고용을 무기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오늘날의 자본가들이 빈곤층을 차별하는 방식과   닮았다. 인권이 법을 통해 보장된 나라에서 차별은 물리적 폭력성을 감춘다는 의미에서 ‘여성적’으로 변했다.
차별이 변이하는 동안 그에 맞서 저항하는 방법들도 진화했다. 월가의 시위대는 각종 네트워크 장비를 이용해서 쌍방의 폭력을 감시하고 여론을 움직여서, 전 세계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퍼져나가게 했다. 자유경쟁이 개인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미국에서 자본주의의 요체인 은행과 증권가에 직접적으로 책임을 물은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헬프>가 통쾌해 보이는 것도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저항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선한 백인’들의 시스템을 이용해서 흑인 가정부들의 현실을 고발한 에이블린비올라 데이비스(Viola Davis) 분의 저항처럼. 차별의 중심인 힐리에게 ‘똥파이’를 먹이고, 그 정보를 이용해서 동료들을 지킨 미니옥타비아 스펜서(Octavia Spencer) 분의 저항처럼. 대담하고 영리하게 저항은 진화했다.
이러한 저항의 진화는 지난했던 투쟁의 역사에서 상기된 것이다. 스키터엠마 스톤(Emma Stone) 분에게 자식의 일에 대해 질문을 받은 에이블린이 침묵하는 동안 그리스도의 사진이 사라진다. 어머니가 죽은 자식을 떠올리는 시간은 신의 개입도 불허하는, 인간의 생애에서 가장 용기 있는 시간이다. 백인들의 냉대로 아들을 잃은 에이블린은 죽은 아들의 시간들을 상기하며 저항할 용기를 얻는다. <헬프>의 의미를 확장시키려면 우리는 죽은 사람들의 시간들을 상기하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헬프>에 나오는 소박한 저항이 투쟁의 전부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헬프>에서 주로 등장하는 요리하고 먹고 고백하고 배설하는 장면들은, 정치적인 것이 우리의 일상으로 진입한 요즘 시대를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먹을 것’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흑인 가정부들은 배설까지 간섭하는 백인 고용주 때문에 신음하다가, 결국 분노해서 백인에게 똥을 먹이고 묵혀 두었던 말을 쏟아낸다. 이제 흑인 가정부들의 입은 먹기 위한 것만이 아니고, 고백하고 분노하는 ‘정치적인’ 입이 된다. 아마, 월가의 시위대를 비롯해서 먹을 것만 생각하던 우리들이 정치적이게 된 것은 우리의 배설까지 통제하려는 사람들 때문일 것이다. <헬프>가 바라는 것처럼, 우리들의 입이 먹고 고백하고 분노하는 입에서 위로하고 칭찬하는 ‘엄마’의 입이 된다면 세상은 괜찮을까?(It’s All Right?) 그렇지만 그 전에 맘 편히 배설할 수 있게, 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