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안에 또 다른 다큐멘터리가 있다. 두 개의 영상물은 서로 겹치면서 그라피티 미술(Graffiti Art)과 거리예술(Street Art)을 보여주며, 그라피티 아티스트에 생소한 관객들을 스크린 안으로 끌어당긴다. 관객들은 티에리 구에타(Thierry Guetta)의 기이한 열정을 흥미롭게 보면서 거리예술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것이 가진 예술로서의 가치, 진정한 예술가로서 거리예술가에 대해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끝난다. 상당히 냉소적인 코미디로 끝나는 이 다큐멘터리는 관객들에게, 예술가들에게, 비평가들에게 흥미로운 질문들을 던지면서 묘한 여운을 남긴다.

 
관객들은 티에리의 필름에 정신이 팔려있다. 하지만 그 사이 누군가가 카메라를 든 티에리를 찍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그것도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영화는 다큐멘터리로 위장한 낯선 서사극이며 미술계에 속한 이들을 향한 뱅크시의 전위적 우상파괴주의(vandalism)가 노골화된, 우아한 형태의 프로파간다(propaganda)다.
 

거리예술가의 관점에선 모든 것이 예술이며, 예술의 장소이고, 예술의 소재이고, 주제인 이 세상, 예술 작품은 모든 이들의 소유물일 수 있다. 예술은 모든 곳에 깃든 어떤 것이며, 마치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 1475~1564)가 대리석 속에 조각이 숨겨져 있다고 믿듯이 거리예술가들은 거리 곳곳을 예술 작품으로 창조해 낸다. 하지만 욕실용품 가게에서 백색의 유려한 곡선미를 뽐내는 변기가 작품이 아니듯이, 예술 작품이 되기 위해선 다소 비논리적인 어떤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똑같은 캠벨 수프 깡통이라도 마트에 있는 깡통은 그저 상품이지만, 앤디 워홀이 가져다 놓은 캠벨 수프 깡통은 예술 작품이 되듯.
 

거리예술가들은 경찰의 눈을 피해 가며 어두운 거리로 나가 자신의 성스러운 예술 창작 행위를 한다. 그 행위를 티에리는 카메라로 담아낸다. 이 다큐멘터리는 여기에서 시작하지만, 이는 이 영화의 주제를 숨기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거리예술에 관한 다큐멘터리로 위장한 이 영화는 어떤 과정을 거쳐 예술가와 예술 작품이 명성을 얻고 팔리는가에 대한 음흉한 폭로이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거리예술가 뱅크시(Banksy)는 한 번도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티에리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과연 우리는 그의 말을 어느 선까지 믿어야 할지 의심스럽다. 영화는 전시 준비를 하는 티에리를 예상치 못한 방향인 듯 꾸며나가지만, 과연 그것을 우리는 믿어야 할까? 스크린에 드러나지 않는 누군가는 소리 없이 묵묵히, 작품을 기계적이면서 아주 즉흥적인, 아무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생산하고 반복적으로 생산된 작품을 전시 공간 안에 채워나가고 아무렇게 작품 가격을 매기는 티에리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 이는 누구의 의도인가?
 

뱅크시는 자신의 작품이 예술 경매장에 나가 팔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거리예술가의 신념이나 태도와 상관없이 주류 예술가가 되고, 시장에서 인정받는 예술 작품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미디어가 동원되고 유명인들이 한 마디씩 거든다. 그리고 여기에 현혹된 대중들이 전시장 앞에 줄을 선다. 영화가 끝날 때쯤 몇 명의 예술가들과 미술 관계자들은 티에리의 작품들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지만, 지금 티에리는 브레인워시(Mr. Brainwash)라는 예술가로 승승장구하며 잘 나가는 신진 작가로서의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Exit Through the Gift Shop>는 결국 어떤 창작물을 예술 작품으로 만드는 것은 그 작품이 가지는 창조성이나 예술성이라기보다는 전혀 다른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냉소적으로 담아낸다. 그리고 그 과정을 드러내기 위해 티에리를 브레인워시라는 예술가로 만드는 어떤 스토리를 영화로 만들었다.

이미지 제공_ 조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