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봄, 노동자 56명이 국내 최대 기타 제조회사인 콜트/콜텍사의 일방적인 집단 정리해고로 인해서 길거리에 나앉았다. 그리고 1,700여 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노동자들은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영화 <꿈의 공장>은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이 자본가에 의해 일방적으로 공장에서 쫓겨나 어떻게든 공장으로 돌아가려는 몸부림과 이에 연대하는 뮤지션들의 아름다운 연대기이자 고군분투기이다. 그리고 가장 자유롭고 아름다워야 할 기타에는 노동자의 희생과 눈물이 담겨있다는 우리가 몰랐던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한다.
 

사실 <꿈의 공장>은 김성균 감독이 콜트/콜텍 이야기를 다룬 두 번째 영화이다. 첫 번째 영화는 14회 인천인권영화제의 개막작이었던 <기타(其他/Guitar) 이야기>(2009)이다. 이 영화의 내용은 크게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힘겨운 노동과 자본의 위장폐업에 대응한 힘겨운 복직투쟁, 다른 하나는 2008년 <콜트/콜텍 노동자들을 위한 콘서트>에 참여한 홍대 인디 뮤지션들이 가지고 있는 기타에 대한 생각들, 콜트기타에 대한 추억들과,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으로서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현실을 알게 되고 의사소통하게 되는 과정을 담는다. 그리고 이들은 작은 라이브클럽에서 연주자와 관객으로 만나며, 다시 거리(투쟁현장)에서 만난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일까? <꿈의 공장>은 그저 담담하게 이들의 모습을 기록한다.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양 살 길을 잃어 투쟁했던 그들의 지난 5년간의 일들-어떤 노동자는 분신을 하고, 수 십 미터의 송전탑에 올라갔으며, 회사와의 싸움을 이어가기 위해 고추장과 장아찌를 담가 팔았고, 투쟁을 위해 정규적인 일들을 할 수 없어 파트타임 일들만 하고 있으며, 그렇게 돈을 마련해 미국과 일본, 독일 등지의 악기 관련 행사에 참여했다-을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사실 콜트는 별로다”, “콜트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다”라고 말하는 기타리스트, 펜더를 찬양하는 많은 기타리스트들의 이야기를 길게 넣고는 펜더와 아이바네즈 등 유명 브랜드사의 제품 상당수가 사실은 콜트/콜텍에서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제조된다는 것을 조용히 보여준다.
 

영화는 마치 스스로에게 묻는 듯하다. ‘음악이, 영화가,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라고. 그리고는 영화에서 얘기한다. 밥 딜런(Bob Dylan)도 세상을 바꾸진 못했지만 뒤집어 보면 밥 딜런이 있었으니 세상이 지금처럼이라도 되지 않았을까?라고, 그리고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린 세계악기박람회(National Association of Music Merchants)에서 콜트/콜텍 노동자들에게 깊은 연대 의지를 보여준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Tom Morello)를 통해 말한다. “나는 내 신념을 예술로 엮어가야 할 의무를 느껴요. 만약 내 음악, 내 기타가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곳에 있을 겁니다.” 김성균 감독의 카메라 또한 3년 넘게 콜트/콜텍 노동자들 곁을 지켰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그만의 방식으로 그들의 삶을 기록으로 남겼다.

노동조합이 있는 공장은 버려진 공장이고, 노동조합이 없는 공장은 꿈의 공장이라 말했던 사장은 2007년 해고는 부당해고이고 모두 원직 복직시키라는 법원의 판결조차 여전히 무시하고 있다.
 

 2008년부터 지속되어온 콜트/콜텍 수요문화제는 지금도 여전히 매월 마지막 수요일 저녁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또한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모여 농성하고 있는 인천 콜트 공장에서는 매주 목요일 저녁에 진행되는 ‘야단법석-농성장 지지방문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꿈의 공장>이라는 영화는 완성되어 상영되고 있지만 콜트/콜텍 노동자의 투쟁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미지 제공_ 시네마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