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맛쇼>는 한국방송의 ‘맛집’ 프로그램이 조작되었음을 고발한 다큐영화다. 이 다큐는 식당들이 방송 프로그램 제작자에게 돈을 주고 출연하며, 그 식당의 메뉴에서부터 손님들의 반응까지 전부 연출된 일임을 보여주고 있다. <트루맛쇼>의 김재환 감독은 그 고발의 내용을 영상에 담기 위해 아예 식당을 차려서 방송 제작자들을 끌어들였다. 이런 방식은 방송사가 고발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흔히 쓰는 것이다. 김 감독은 <트루맛쇼>의 첫머리에 “그들의 방식대로 찍는다”고 밝히고 있다. <트루맛쇼>는 ‘방송 맛집’이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고발하는 것을 넘어 한국방송사들의 제작태도까지 비꼬고 있는 것이다.
나는 <트루맛쇼>에 잠깐 출연하여 ‘한국인들은 왜 방송에 나온 식당에 몰리는가’에 대한 의견을 말했다. 내 말은 “한국 소비자들의 수준이 낮으니 그런 방송을 보며, 또 그런 식당에 몰려 다닌다”는 것이었다. 이런 일은 미식이 아니라 탐식이라고 했다. 영화 시사회 자리에서는 좀 더 강도를 높여 말했는데 “한국의 소비자는 천박하여 조작방송도 가능하고 그 엉터리 식당음식도 맛있다고 먹는 것이다”라고 했다. 사람들은 천박하다는 말에 “나는 안 그렇다”고 짜증을 낼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한국 소비자 대부분은 천박한 것이 맞다. 나와 김 감독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한국인의 그 천박성을 이미 보았을 것인데 이런 말을 하면 혹 대중으로부터 몰매를 맞지 않을까 말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제 까놓고 말하자. 우리는 천박하다고.

<트루맛쇼>에서는 ‘맛집’ 방송내용이 어떻게 조작되는지 그 낱낱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삼겹살에 캐비어 발라 굽는 식당이 등장한다. 캐비어는 차게 먹는 음식이라 열을 가하면 안 된다.(물론 그 캐비어도 가짜다. 어떤 싸구려 생선의 알이다) 방송에서 이 캐비어삼겹살을 먹는 사람들은 맛있다고 난리가 난다. 엄지를 치켜세우고 최고의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자막이 뜬다. “한식 세계화 가능성 확인”, 관객들은 이를 보며 웃는다. 기가 차서 웃는다. 그러나 방송이 텔레비전에 나갔을 때에는 그 음식이 먹고 싶어 침을 흘렸을 수도 있으며, 그 식당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여 꼭 가서 먹어보자 계획을 세웠을 수도 있는 관객들이다. 적어도 그 방송이 나갔을 때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천박한 것이 맞다.
이런 천박성은 ‘방송 맛집’에만 있지 않다. 음식과 관련되는 일 곳곳에 이 천박성은 날뛴다. 학력조작 의혹을 받다가 한 언론사가 면피성 기사를 내주어 회생한 한 젊은 스타 요리사는 한식 세계화와 관련한 회의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떡볶이에 푸와그라를 올리면 최고급 호텔에서 비싸게 팔 수 있다.” 떡볶이가 한식 세계화 품목으로 주목을 받자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다. 이게 캐비어삼겹살식 발상과 무엇이 다른가. 이런 생각을 하는 요리사가 정부에서 선정한 한식 세계화 대표 요리사다.
막걸리가 일본에서 붐이 일자 와인처럼 세계명주의 반열에라도 오른 듯 언론에서 떠들어대댔다. 그러나 막걸리 붐은 그리 오래갈 것 같지 않다. 이유는 단순하다. 맛없는 술이기 때문이다. 묵은 쌀이나 수입 쌀 또는 수입 밀가루에 일본식의 개량누룩으로 단 7일 만에 발효한 데다가 다시 물을 섞은 술이니 맛있을 리가 없다. 그 맛이 하도 없으니 아스파탐이니 올리고당이니 하는 단맛 성분의 첨가물에 청량감 있으라고 구연산 따위를 넣는다. 이런 첨가물 범벅의 술을 어찌 전통주라 하여 청와대에서 만찬주로 쓰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급작스럽게 늘어난 대학가의 막걸리 카페에서부터 청와대까지 천박한 것이다.
영화 <식객: 김치전쟁>(2009)이 일본의 한 신문에 ‘KIM-CHI’ 광고 냈다고 애국심에 들떠서 영화관 앞에 줄을 서는 것도 천박한 일이었다. 일본인들에게 ‘KIM-CHI’를 보여주고 읽어보라 하면, 그들의 발음습성 상 당연히 ‘기무치’라 할 것인데 왜 우리는 ‘김치’라는 발음에 목을 매는가. 그들의 ‘다꾸앙’을 가져와 그 맛까지 바꾸어가며 ‘단무지’로 먹고 있는 우리에게 그들이 뭐라 하는 것을 나는 들어보지 못했다. 우리가 ‘오렌지’라 발음한다고 미국인이 ‘어륀지’라 해야 한다고 강요한 적이 있는가. 우리는 음식을 앞에 두고 왜 이리 천박한가.
<트루맛쇼>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웃는다. 나도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 남는 것은 창피였다. 우리는 너무 천박한 것이다.

이미지 제공_ 더피플엔터테인먼트